세상엔 한 분야만 파는 사람도 꽤 있다. 만화만 보는 분이 있는가 하면, 애니메이션만 보는 친구도 있었다. 얕지만 넓게 찍먹의 덕후로 살아온 필자는 이런 사실을 종종 잊어버린다. 때문에 이번 주는 만화책만 보는, 혹은 애니메이션만 보는 사람도 모두 도전할 수 있는 작품을 소개한다. 미카미 사카 작가의 「향기로운 꽃은 늠름하게 핀다」다.
원작 연재는 이미 4년째 이어지고 있는, 요즘처럼 작품 완결 주기가 점점 짧아지는 시기에 순정물을 지향하는 작품으론 이미 장기 연재 중이라 할 수 있는 「향기로운 꽃은 늠름하게 핀다」. 제목만 들으면 꼭 무사나 영주가 나오는 사극이 연상되는데, 내용은 고등학생들의 사랑과 우정에 관한 이야기다.

「향기로운 꽃은 늠름하게 핀다」는 어릴 적부터 남들의 시선에 상처를 받아온 츠무기 린타로와 그런 그를 편견 없이 대하며 다가오는 와구리 카오루코의 사랑을 그린다. 이 두 사람을 중심으로 린타로의 친구들, 그리고 카오루코의 친구들이 교류하며 조금씩 성장하는 이야기로 확장한다. 설정상 린타로가 다니는 치도리 고등학교는 지역 내 최고 불량학교로, 카오루코가 다니는 키쿄 고등학교는 최고의 명문 사립학교로 하필 바로 옆 학교여서 대립각을 세우는 장면이 종종 나온다. 그래서 몇몇 팬들은 '일본식 로미오와 줄리엣'이라고 설명하기도.
이 작품의 매력이라면 단연 긍정적이고 단단한 성격의 카오루코와 보기와 다르게 섬세하고 다정한 린타로의 케미다. 큰 키와 날카로운 인상으로 언제나 오해를 샀던 린타로를 카오루코는 있는 그대로를 바라봐주었고, 린타로 역시 그런 카오루코를 위해 마음을 연다. 정말 뻔하지만 가장 정석적인 방법으로 사랑을 키워가는 두 사람을 보면 미소를 짓지 않을 수 없다. 다소 무심하거나 둔한 인물을 상대방이 흔드는 식의 '요망물'이나 수많은 캐릭터를 등장시켜 주인공이 아닌 독자의 마음을 사냥하는 '하렘'물이 대세인 시류에서 「향기로운 꽃은 늠름하게 핀다」는 서로를 알아가며 가까워지고 그 든든한 마음으로 자신을 긍정하는 과정의 정석적인 전개가 독자들에게 따듯함을 안겨준다.

다만 이 작품엔 치명적인 단점이 하나 있는데, 세계가 과하게 착하다는 점이다. 항간에 최고 불량학교라는 치도리 고등학교는 그 흔한 몸싸움 하나 없고, 그곳에 다니는 린타로와 친구들은 욕 한 번 하지 않는다. 우리가 경험한 일본 작품 속 수많은 '꼴통학교'가 거짓말인가 싶을 정도다. 린타로와 친구들의 성격 역시 온순하기 그지없어서 혹자가 말하길 "남고생들도 여고생 같다"는데 필자 또한 공감한다. 또 대부분의 갈등이 서로 진심을 터놓고 말하는 것으로 해소된다는 것도 이 작품이 가진 순박한 매력이자 한계이다.

물론 이 단점은 근래 도파민을 위해 고등학교에서조차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시류 속에서, 가장 안전하고 편안한 작품이란 매력이 되기도 한다. 요컨대 로맨스 카테고리에서 힐링에 가까운 것을 찾는다면 「향기로운 꽃은 늠름하게 핀다」만 한 게 없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원작이든 애니메이션이든 특유의 청량함을 녹여낸 작화가 정말 아름답다. 미카미 사카 작가는 이번이 첫 장편 연재인데, 작화의 퀄리티만 보면 '괴물 신인'이란 말이 아깝지 않을 정도. 고등학생들의 성장을 그린 「향기로운 꽃은 늠름하게 핀다」는 영 코믹스를 통해 정식 발간 중이며 현재 17권이 발매됐다. 최근 제작한 애니메이션은 13화 분량의 1기로 마무리됐으며 한국에선 넷플릭스로 볼 수 있다.
* 생각해보니 단점이 하나 더 있다. 린타로 가족의 케이크전문점에서 카오루코가 케이크를 먹는 장면이 초반에 정말 자주 나온다. 디저트를 끊어야 하는 사람이라면 유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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