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다음 최애 작품을 찾아보세요.

[성찬얼의 만화책] 뻔하지만 정석적인 사랑은 아름답다, '향기로운 꽃은 늠름하게 핀다'

나는 서브컬처라면 환장한다. 영화뿐만 아니라 웹툰, 게임, 만화, 애니메이션 등 참신한 이야기나 소재, 캐릭터를 다루는 건 일단 살펴본다. 만화책으로 '덕'의 세계를 연 나는 e북으로 만화책을 보고 스마트폰으로 웹툰을 읽는 ‘애어른’이 됐다. 그치만 혼자 보면 재미가 덜하다. 같이 보면 더 재밌을 것들을 잡덕인의 시선으로 담아 [성찬얼의 만화책]을 그린다.

세상엔 한 분야만 파는 사람도 꽤 있다. 만화만 보는 분이 있는가 하면, 애니메이션만 보는 친구도 있었다. 얕지만 넓게 찍먹의 덕후로 살아온 필자는 이런 사실을 종종 잊어버린다. 때문에 이번 주는 만화책만 보는, 혹은 애니메이션만 보는 사람도 모두 도전할 수 있는 작품을 소개한다. 미카미 사카 작가의 「향기로운 꽃은 늠름하게 핀다」다.

원작 연재는 이미 4년째 이어지고 있는, 요즘처럼 작품 완결 주기가 점점 짧아지는 시기에 순정물을 지향하는 작품으론 이미 장기 연재 중이라 할 수 있는 「향기로운 꽃은 늠름하게 핀다」. 제목만 들으면 꼭 무사나 영주가 나오는 사극이 연상되는데, 내용은 고등학생들의 사랑과 우정에 관한 이야기다.

이 구도로 반복되는 표지만 봐도 맛도리. (「향기로운 꽃은 늠름하게 핀다」 표지 일부.)
이 구도로 반복되는 표지만 봐도 맛도리. (「향기로운 꽃은 늠름하게 핀다」 표지 일부.)

「향기로운 꽃은 늠름하게 핀다」는 어릴 적부터 남들의 시선에 상처를 받아온 츠무기 린타로와 그런 그를 편견 없이 대하며 다가오는 와구리 카오루코의 사랑을 그린다. 이 두 사람을 중심으로 린타로의 친구들, 그리고 카오루코의 친구들이 교류하며 조금씩 성장하는 이야기로 확장한다. 설정상 린타로가 다니는 치도리 고등학교는 지역 내 최고 불량학교로, 카오루코가 다니는 키쿄 고등학교는 최고의 명문 사립학교로 하필 바로 옆 학교여서 대립각을 세우는 장면이 종종 나온다. 그래서 몇몇 팬들은 '일본식 로미오와 줄리엣'이라고 설명하기도.

이 작품의 매력이라면 단연 긍정적이고 단단한 성격의 카오루코와 보기와 다르게 섬세하고 다정한 린타로의 케미다. 큰 키와 날카로운 인상으로 언제나 오해를 샀던 린타로를 카오루코는 있는 그대로를 바라봐주었고, 린타로 역시 그런 카오루코를 위해 마음을 연다. 정말 뻔하지만 가장 정석적인 방법으로 사랑을 키워가는 두 사람을 보면 미소를 짓지 않을 수 없다. 다소 무심하거나 둔한 인물을 상대방이 흔드는 식의 '요망물'이나 수많은 캐릭터를 등장시켜 주인공이 아닌 독자의 마음을 사냥하는 '하렘'물이 대세인 시류에서 「향기로운 꽃은 늠름하게 핀다」는 서로를 알아가며 가까워지고 그 든든한 마음으로 자신을 긍정하는 과정의 정석적인 전개가 독자들에게 따듯함을 안겨준다.

〈향기로운 꽃은 늠름하게 핀다〉 포스터. 치도리 고교의 린타로와 친구들(위), 키쿄 고교의 카오루코와 친구 호시나 스바루.
〈향기로운 꽃은 늠름하게 핀다〉 포스터. 치도리 고교의 린타로와 친구들(위), 키쿄 고교의 카오루코와 친구 호시나 스바루.

다만 이 작품엔 치명적인 단점이 하나 있는데, 세계가 과하게 착하다는 점이다. 항간에 최고 불량학교라는 치도리 고등학교는 그 흔한 몸싸움 하나 없고, 그곳에 다니는 린타로와 친구들은 욕 한 번 하지 않는다. 우리가 경험한 일본 작품 속 수많은 '꼴통학교'가 거짓말인가 싶을 정도다. 린타로와 친구들의 성격 역시 온순하기 그지없어서 혹자가 말하길 "남고생들도 여고생 같다"는데 필자 또한 공감한다. 또 대부분의 갈등이 서로 진심을 터놓고 말하는 것으로 해소된다는 것도 이 작품이 가진 순박한 매력이자 한계이다.

단순한 로맨스에서 끝나지 않고 친구들과의 우정도 중요하게 그리는 것이 포인트
단순한 로맨스에서 끝나지 않고 친구들과의 우정도 중요하게 그리는 것이 포인트

물론 이 단점은 근래 도파민을 위해 고등학교에서조차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시류 속에서, 가장 안전하고 편안한 작품이란 매력이 되기도 한다. 요컨대 로맨스 카테고리에서 힐링에 가까운 것을 찾는다면 「향기로운 꽃은 늠름하게 핀다」만 한 게 없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원작이든 애니메이션이든 특유의 청량함을 녹여낸 작화가 정말 아름답다. 미카미 사카 작가는 이번이 첫 장편 연재인데, 작화의 퀄리티만 보면 '괴물 신인'이란 말이 아깝지 않을 정도. 고등학생들의 성장을 그린 「향기로운 꽃은 늠름하게 핀다」는 영 코믹스를 통해 정식 발간 중이며 현재 17권이 발매됐다. 최근 제작한 애니메이션은 13화 분량의 1기로 마무리됐으며 한국에선 넷플릭스로 볼 수 있다.

* 생각해보니 단점이 하나 더 있다. 린타로 가족의 케이크전문점에서 카오루코가 케이크를 먹는 장면이 초반에 정말 자주 나온다. 디저트를 끊어야 하는 사람이라면 유의하자.

×

영화인

[OTT 별점] 디즈니+ 시리즈 '재혼 황후' 씨네플레이 기자 별점
NEWS
2026. 11. 5.

[OTT 별점] 디즈니+ 시리즈 '재혼 황후' 씨네플레이 기자 별점

[OTT 별점] 신민아 X 주지훈 X 이종석 X 이세영의 황실 로맨스. 디즈니+ 〈재혼 황후〉가 1~4회를 공개했습니다. 〈재혼 황후〉는 동대제국의 완벽한 황후 ‘나비에’ 가 도망 노예 ‘라스타’ 에게 빠진 황제 ‘소비에슈’ 로부터 이혼을 통보받고, 이를 수락하는 대신 서왕국의 왕자 ‘하인리’ 와의 재혼 승인을 요구하며 벌어지는 로맨스 판타지 대서사극인데요.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가 〈재혼 황후〉를 4회까지 정주행한 후기를 전합니다. 성찬얼 / ★★★ / 일단 ‘돈맛’은 확실히 느껴지는데 도파민은 조금 아쉽 원작 설정 그대로 한국 배우가 연기하는 로판, 걱정한 것보다는 훨씬 안정적이다. 특히 의상이나 세트에서 보는 맛이 쏠쏠하다. CG도 필요한 만큼은 그럴싸하다.

장선우 '거짓말'의 봉인 해제…27년 만에 112분 무삭제 극장 개봉
NEWS
2026. 11. 5.

장선우 '거짓말'의 봉인 해제…27년 만에 112분 무삭제 극장 개봉

등급 보류와 사법 심판의 굴레 벗고 온전한 형태로 마주하는 파격의 영화사 한국 영화사에서 가장 첨예한 윤리적·사법적 논쟁을 촉발했던 장선우 감독의 문제작 '거짓말'(1999)이 제작 27년 만에 검열의 흔적을 지워내고 '무삭제 완전판'으로 스크린에 오른다. 배급사 영화로운형제는 영화 '거짓말: 4K 무삭제 완전판'이 오는 11일 전국 극장에서 공식 개봉한다고 밝혔다. 검열로 인해 일부 분량이 잘려 나간 채 상영관에 걸렸던 과거와 달리, 온전한 112분 분량의 무삭제 버전이 국내 극장에 걸리는 것은 이번이 '국내 최초'다. 영화는 '장정일' 작가의 1996년 소설 '내게 거짓말을 해봐'를 스크린으로 옮긴 작품이다.

댓글 (0)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댓글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