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아영의 오르골] 극장에서 눈물을 흘린 이유…'위키드'·'위키드: 포 굿'의 OST가 남긴 감정들

나는 영화 속 음악에 꽂힌다. 음악은 때때로 보이는 이미지와 들리는 대사만으로는 다 전할 수 없는 인물의 내밀한 감정을 들려준다. 창작자의 숨은 의도를 들여다볼 수 있는 창구가 되기도 한다. 내게 영화 음악을 이해하는 것은 영화에 가닿는 하나의 방법이었다. ‘추아영의 오르골’은 음악을 경유해 영화의 목소리를 더 가까이에서 들어본다. (P.S. 음악을 들으며, 글을 읽어 주기를 바란다.)

〈위키드〉
〈위키드〉

2024년 겨울, 영화 〈위키드〉로 포문을 열고, 1년 후 〈위키드: 포 굿〉으로 다시 극장가를 찾은 〈위키드〉 시리즈는 빅터 플레밍의 영화 〈오즈의 마법사〉로 인해 1939년 이후 녹색 피부의 사악한 마녀로 전 세계에 각인된 마녀 엘파바의 오명을 단번에 벗겨낸다. 사악한 마녀 캐릭터의 이미지를 재구성한 〈위키드〉 시리즈는 그레고리 머과이어 작가의 원작 소설 「위키드」의 주제 의식을 고스란히 이어받았다. 퀴어이기도 한 그레고리 머과이어는 「위키드」의 집필 의도를 밝히며 "나 역시 세상의 시선과 나 자신이 느끼는 '다름' 사이에서 갈등을 느꼈다"고 말한 바 있다. 「위키드」는 성소수자로 세상의 왜곡된 시선과 차별을 몸소 겪어 온 작가 본인의 소외감과 소수자로서의 시선이 반영되어 있다. 이를 아시아계 미국인 부모에게서 태어나 이민자 2세의 정체성을 가진 존 추 감독이 자신의 시선을 더해 영화로 재탄생시켰다. 그 속에서 뮤지컬 ‘위키드’의 넘버이기도 한 영화의 OST는 이들의 목소리를 감정적인 파토스와 함께 전달하며 울림을 주는 창구로 제 몫을 다한다. 특히 〈위키드〉와 〈위키드: 포 굿〉의 테마곡인 ‘Defying Gravity’와 ‘For Good’은 영화의 감정적 중심축으로 존재하며, 관객을 매료시킨다.



사악한 마녀에서 대지의 여신 가이아로

〈위키드〉
〈위키드〉

녹색 피부와 통제할 수 없는 강력한 힘을 가진 엘파바(신시아 에리보)는 어릴 적부터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했고, 동물인 유모 덜시베어의 돌봄으로 자라났다. 사람들 틈에서 엘파바는 철저하게 타자화됐고, 소외된 그녀는 자연과 동물의 곁에서만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드러낸다. 〈위키드〉에서 OST ‘The Wizard And I’가 흘러나오는 시퀀스는 그런 엘파바의 자연 친화적인 태도를 엿보인다. 이 시퀀스에서 사람들은 그녀의 녹색 피부를 보고 도망가지만,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연의 동식물과 교감한다. 엘파바는 드넓은 들판을 달리며 마법사와 팀을 이뤄 오즈의 사람들로부터 환호받고 싶은 자신의 오랜 소망을 드러낸다. 광활한 대지를 배경으로 노래를 부르며 환희에 가득찬 엘파바의 모습은 만물을 포용하는 대지의 여신 가이아를 떠올리게 한다.

〈위키드: 포 굿〉
〈위키드: 포 굿〉

엘파바의 자연을 사랑하고 존중하는 모습과 더불어 가부장적인 아버지 아래에서 억압당한 여성 엘파바의 모습, 마법사 오즈(제프 골드브럼)의 통치 아래에 있는 파시즘 정부에 의해 억압당하는 동물들의 모습은 구조적 문제 아래에서 대상화되고 착취되는 자연과 여성, 그 외 모든 주변화된 존재들을 연상시키며, 에코페미니즘(‘여성 억압’과 ‘자연 파괴’가 같은 지배 구조에서 이뤄진다고 보고, 생태계 문제, 기후 변화, 젠더 불평등, 계급·인종 문제를 하나의 구조적 문제로 파악하는 정치철학이자 이론, 사회운동)의 사유를 불러온다. 엘파바는 파괴되는 자연과 인간으로부터 억압당하고 고통받는 동물을 인격화한 인물로 존재한다.

〈위키드: 포 굿〉
〈위키드: 포 굿〉

한편, 자신에게 반하는 모든 동물의 목소리를 빼앗는 파시스트 오즈는 〈위키드: 포 굿〉에서 자신을 더 위대하게 만들기 위해 자연을 파괴해서 노란 벽돌길을 만들고, 동물들을 노동에 동원해 혹사한다. 또 마법사 오즈는 근대의 기술만능주의를 표방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오즈는 거대한 성을 누비지 않고, 자신의 작은 기계 조작실에 머무르면서 기계의 뒤에 숨은 채로 인간을 접한다. 톱니바퀴가 가득한 에메랄드 시티와 오즈의 기계 조작실의 프로덕션 디자인은 스팀펑크의 이미지를 가져온 듯하다. 엘파바는 자연과 동물, 주변화된 존재들을 억압하는 마법사 오즈의 실체를 알게 되고 자신의 길을 가기로 결정한다. 이때, 엘파바의 결단과 용기를 담은 곡 ‘Defying Gravity’의 시퀀스가 시작된다.


‘Defying Gravity’와 ‘For Good’이 전하는 정의와 연대

〈위키드〉
〈위키드〉

곡 ‘Defying Gravity’는 엘파바와 그녀의 완벽한 거울상인 글린다(아리아나 그란데)가 서로 다른 선택을 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진정한 자신의 본성을 아직 깨닫지 못한 글린다는 거대한 체제에 맞서지 않기로 선택한다. 둘은 다른 길을 걷기로 결정하지만, 서로의 행복을 빌어준다. ‘Defying Gravity’는 한순간의 선택으로 인해 엇갈리는 두 인물의 삶을 예고하지만, 단연코 이 곡의 주인은 엘파바다. ‘Defying Gravity’는 자신의 신념과 배척된 존재들을 지키기 위해 체제의 억압과 사람들의 비난에도 굴하지 않고 정의를 실현하기로 선택한 엘파바의 결심을 폭발하듯이 전달한다. 흑인이자 퀴어의 정체성을 갖고 있기도 한 신시아 에리보의 곧고 단단한 음성은 사회적 소수자의 자기 확신과도 깊이 연결되는 정서적 경험을 관객에게 제공하며, 강력한 감정적 카타르시스와 연대감을 불러일으킨다.

〈위키드〉
〈위키드〉

〈위키드: 포 굿〉에서 곡 ‘For Good’은 사악한 마녀의 죽음을 짐작하게 하는 〈위키드〉의 오프닝 신 속 공간을 다시 불러들인다. 이곳에서 엘파바와 글린다가 함께 부른 For Good’은 서로의 삶에 미친 긍정적 영향과 곁에서 함께 한 시간의 소중함을 되새긴다. 이 듀엣곡은 엘파바와 글린다가 단순한 우정 혹은 대립을 넘어 서로의 정체성과 성장에 깊이 관여한 관계였다는 깨달음을 관객에게 공유한다. ‘Defying Gravity’가 자유와 저항에 집중한다면, ‘For Good’은 관계와 상호작용의 가치를 강조한다고 할 수 있다. ‘For Good’은 〈위키드〉 시리즈를 관통하는 주제인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함께 살아가기"를 음악으로 완벽하게 구현하며, 두 인물과 관객의 감정적 연결고리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 영화 속 물건들에 대한 과도한 의미 부여 ‘주성철의 사물함’을 시작으로 떡상을 기대하는 배우 사용 설명서 ‘김지연의 보석함’, 내 마음을 움직인 영화음악 감상실 ‘추아영의 오르골’, 서브컬처 잡상인의 구매일지 ‘성찬얼의 만화책’까지 씨네플레이 기자들이 저마다의 취향과 시선으로 격주 연재를 시작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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