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연의 보석함] 투박한 진심이 가장 잘 느껴지는 배우, '3670' 조유현

나는 사람이 궁금하다. 이미 주목받는 배우일지라도, 지금이 그들의 가장 덜 유명한 날일지도 모른다. '김지연의 보석함'은 나날이 고점 갱신 중인 배우들을 소개한다. '떡상 종목'을 ‘저점매수’ 하시라.

조유현 배우(사진제공=(주)엣나인필름)
조유현 배우(사진제공=(주)엣나인필름)

“빙빙 돌아가는 회전목마처럼 영원히 계속될 것처럼 빙빙 돌아올 우리의 시간처럼 인생은 회전목마”

조유현을 말할 땐 거창한 수식어 대신 이름으로만 소개하고 싶다. 마치 〈3670〉의 철준처럼, 조유현은 투박하지만 단단한 진심이 먼저 보이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연재 코너 네이밍에 가장 걸맞은 배우일지도 모르겠다. 비단 그가 ‘탈북 게이’ 역을 맡았다는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수영 강사, 물류 직원, CGV 미소지기, 탈춤 공연자, 웹드라마 조연출 등의 일을 하며 빙빙 돌아가는 회전목마처럼 자신의 자리를 묵묵히 지키고 있던 조유현은 자신의 보석함을 차곡차곡 채워 놓고 보여줄 기회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준비된 배우다. 조유현은 자신의 보석함(이를테면 본인의 유튜브 채널 ‘유현시절’)에 자신이 연출·촬영·각본·편집을 담당한 ‘프로필 영화’와 단편영화, 연기, 노래(‘금천구의 까만 얼굴’로 〈전국노래자랑〉에 출연한 영상 포함), 뮤지컬 영상 등을 빼곡하게 담아 넣고 빙빙 돌아가는 회전목마 같은 시간 속에서 자신의 루틴을 지켜 왔다.

〈3670〉
〈3670〉

영화 〈3670〉은 이중 소수자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보편적인 이야기로 읽힌다. ‘로맨스 없는 로맨스 영화’라고도 볼 수 있는 〈3670〉은 자격지심과 방어기제에 대한 이야기이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박할지언정 자신의 것을 지켜가는 한 인물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3670〉이 보편적인 감정을 건드린 데에는 조유현이 연기한 ‘철준’, 그리고 김현목이 연기한 ‘영준’의 설득력이 큰 몫을 했다. 영화를 지켜보는 나는 영준이었다가, 철준이었다가. 어딘가에 속하고 싶어 내가 아닌 척 나를 숨기고 포장지를 덧대기도 하고, 누군가의 마음에 들기 위해 내가 아닌 척을 하기도 하고, 그러다가도 나의 것을 지켜내고 싶어 하던 나의 모습을 본다.

〈3670〉
〈3670〉

빙빙 돌아가는 회전목마에 타고 있는 것만 같더라도 단 하나의 진심만큼은 지켜온 철준과 조유현. 이미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에서 신인남우상을 수상하고 청룡영화상에서 신인남우상 후보로 노미네이트된 조유현은, 그럼에도 여전히 영화 출연 전처럼 매일 SNS에 짧은 글을 쓰고, 자신의 운동 루틴을 공유하고, 낭독극을 하고, 탈춤 공연을 한다. 마이크를 꼭 쥔 채 기교 없이, 생목으로 가라오케에서 ‘회전목마’를 부르던 철준처럼 조유현은 꾸며서 내세우지 않되, 자신의 심지를 단단하게 지켜가고 있다. “56세쯤 내가 연출한 영화에 주연으로 출연하는 게 꿈”이라던 조유현의 미래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 영화 속 물건들에 대한 과도한 의미 부여 ‘주성철의 사물함’을 시작으로 떡상을 기대하는 배우 사용 설명서 ‘김지연의 보석함’, 내 마음을 움직인 영화음악 감상실 ‘추아영의 오르골’, 서브컬처 잡상인의 구매일지 ‘성찬얼의 만화책’까지 씨네플레이 기자들이 저마다의 취향과 시선으로 격주 연재를 시작합니다. *****

영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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