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기 위해서 산다, 농담처럼 말하지만 사람에게 먹는 것을 떼레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실제로 사람은 먹지 않으면 죽는다. 죽지 않으려면 먹어야 한다. 이 간단한 명제를 판타지 세계로 옮긴 「던전밥」이 오늘 소개할 만화다. 잔잔한 그림체에서 정신 나간 발상을 자주 보여준 쿠이 료코 작가의 장편 데뷔작으로, 2014년부터 2023년까지 연재했다.

「던전밥」은 레드드래곤에게 먹힌 동생을 구하고자 다시 던전 '미궁'으로 들어간 라이오스와 동료들의 이야기를 골자로 한다. 여느 판타지와 달리 이들의 여정은 꽤 현실적인데, 적을 어떻게 물리칠지나 함정을 어떻게 빠져나갈지보다 '오늘은 뭘 먹어야 하지'라는 물음이 선행하기 때문이다. 동생이 소화되기 전 빨리 레드드래곤을 찾아야 하기에 이들은 마을을 들러 보급품을 살 시간이 없었고, 그래서 미궁 속 마물들을 먹으면서 모험을 계속 하기로 결심한다. 그렇다, 제목처럼 '던전에서 밥 먹는' 이야기다.

그저 후킹한 설정에서 그치지 않는다. 「던전밥」은 처음엔 코미디처럼 시작한다(물론 끝날 때까지 코믹한 편이다). 마물애호가 인간 라이오스와 마물 요리에 능한 드워프 센시, 마물식에 몸서리치는 하프풋 칠책과 엘프 마르실. 이들의 '마물식 공방전'은 웃음을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유쾌하다. 마치 모험물과 요리 만화를 엮은 것 같은 「던전밥」은 점점 먹는다는 행위를 중심으로 범위를 확장한다. 생명체는 먹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살기 위해 먹는다는 건 다른 모든 생명체 또한 마찬가지. 먹는다는 것은 위도, 아래도 없이 모든 생명체에서 동일한 것. 우리는 먹고, 산다. 살고, 먹는다.「던전밥」은 그렇게 먹는다는 행위를 통해 작중 세계만이 아니라 현실의 세계를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를 심어둔다. “우리는 세계의 일부다”.

이렇게 코믹함을 유발하던 행위가 한 세계를 향한 각자의 책임감을 상기하도록 하는 것, 이외에도 필자가 「던전밥」을 좋아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구성이 탄탄하고 재밌으니까. 여동생을 구하고자 출발한 모험은 어느 순간 이들만의 모험이 아니다. 미궁이 점점 커지면서 미궁을 제압하는 엘프의 특수부대 카나리아 부대가 오고, 미궁을 둘러싼 미스터리들이 하나둘씩 풀린다. 여정을 계속하며 라이오스 일행도 서로에 대해 이해하게 되면서 돈독해진다. 그리고 마침내 세계의 운명을 좌지우지할 최후의 결전이 펼쳐진다. 이 말도 안 되는 전개를 「던전밥」은 무척 자연스럽게 풀어낸다. 모험 중 식사라는 간단하고 담백한 설정이 모든 등장인물이 집결하는 스케일로 도달하기까지 인물들의 행적이나 전개 모두 억지처럼 느껴지는 구석이 없는 건 쿠이 료코의 꼼꼼한 설계 덕분일 것이다.

그리고 이 이야기를 끌고 가는 수많은 캐릭터들의 앙상블이 발군이다. 군상극에 가까울 정도로 다양한 인물이 등장하는데 그들 모두가 매력적이다. 외형 디자인이 빼어난 건 물론이거니와 캐릭터 하나 하나 그 설정과 성격이 독특한 시너지를 발생시켜 서로가 서로를 더욱 빛나게 만든다. 특히 '마물 전문가' 라이오스와 '인간 전문가' 카블루의 대비가 무척 인상적이다. 이런 앙상블 또한 쿠이 료코의 디테일한 구상과 표현에 빚지고 있다.

아무튼 필자는 이전에도 '영화 속 밥 먹는 장면'으로 글을 썼던 만큼 먹는다는 행위를 꽤 중요하게 느낀다. 그럼에도 먹는 건 너무나 일상적이라 그 무게를 잊곤 한다. 그럴 때마다 이 「던전밥」을 떠올리며 (약간의 웃음과 함께) 먹는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상기하곤 한다. 「던전밥」은 주식회사 트리거를 통해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됐다. 원작의 절반 가량이 전개됐으며 현재 시즌 2를 제작 중이다. 넷플릭스에서 만날 수 있다. “던전 밥, 아아, 던전 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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