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찬얼의 만화책] 당 떨어질 때 보세요, 중학생의 풋풋한 첫사랑 「좋아하는 애가 안경을 깜박했다」

나는 서브컬처라면 환장한다. 영화뿐만 아니라 웹툰, 게임, 만화, 애니메이션 등 참신한 이야기나 소재, 캐릭터를 다루는 건 일단 살펴본다. 만화책으로 '덕'의 세계를 연 나는 e북으로 만화책을 보고 스마트폰으로 웹툰을 읽는 ‘애어른’이 됐다. 그치만 혼자 보면 재미가 덜하다. 같이 보면 더 재밌을 것들을 잡덕인의 시선으로 담아 [성찬얼의 만화책]을 그린다.

모든 사람들은 3월이 설렘 혹은 불안의 시기였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학창시절, 새로운 학기가 시작될 때면 어떤 친구들과 같은 반이 될지, 그 친구들과 친해질 수 있을지 미지의 영역으로 걸어가야만 했다. 특히 그런 시기에 누군가의 옆자리에 앉는다는 건 어쩌면 세상을 바뀌는 경험이 되기도 한다. 후지치카 코우메의 「좋아하는 애가 안경을 깜박했다」가 바로 그런 순간을 맞이한 중학생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좋아하는 애가 안경을 깜박했다」 1권 표지
「좋아하는 애가 안경을 깜박했다」 1권 표지

「좋아하는 애가 안경을 깜박했다」, 일명 ‘안경깜빡’이라고 불리는 이 만화는 2018년부터 2024년까지 연재했다. 장르를 따지면 로맨스이자 코미디인데,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전자에 무게가 실린다. 평범한 중학생 코무라 카에데는 2학년이 되면서 미에 아이의 옆자리에 앉게 된다. 미에 아이는 지극히 시력이 좋지 않아 안경을 쓴 여학생인데, 잠이 많고 덤벙대는 성격 탓에 자주 안경을 놓고 온다. 코무라는 안경을 놓고 와 당황하는 미에를 도와주며, 미에에 대한 마음을 커져만 간다.

수많은 청춘로맨스에서 ‘안경깜빡’의 묘미는 너무나도 순수하다는 점에 있다. 「장난을 잘 치는 타카기 양」을 필두로 시작된 ‘요망물’ 사이에서 ‘안경깜빡’은 두 사람이 우연치 않게 가까워지고 그 과정에서 서로의 감정을 깨닫는 과정을 첫사랑이란 테마에 맞춰 섬세하게 그려낸다. 연재 초반만 해도 ‘안경을 놓고 온 미에를 코무라가 돕는다‘는 패턴이 반복돼 금방이라도 조기 완결이 될까 걱정까지 들었는데, 미에가 코무라에 대한 마음을 깨닫는 순간부터 작품은 처음으로 사랑을 느끼는 되는 중학생 두 사람의 심리를 조심스럽고 세심하게 담아내기 시작한다. 이때부터 자극적인 전개나 복잡한 인물 구성을 거듭하는 여타 청춘물과 달리 ‘안경깜빡’은 코무라와 미에 두 사람의 관계에만 집중하며 첫사랑의 감수성을 담아내는 데 집중한다.

「좋아하는 애가 안경을 깜박했다」
「좋아하는 애가 안경을 깜박했다」
안경을 쓴 미에(왼)는 안경을 놓고 오고, 짝인 코무라가 그를 도와주는 게 초반 이야기.

그런 ‘안경깜빡’의 달달함에 한몫하는 건 후지치카 코우메의 작화다. 그의 작화 스타일은 인물을 둥글게 그리는 편인데, 그것이 ‘안경깜빡’의 장르와 잘 맞아 떨어진다. 이런 동글동글한 그림체에 놓치기 쉽지만 주변 배경의 공간감이나 인물의 의상 등을 보면 묘사의 디테일을 놓치지 않는 실력자인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유독 인물만큼은 사실적인 표현이 아니라 특유의 스타일로 그려내면서 현실적인 감각과 이 작품만의 몽글몽글한 감성이 공존하게 된다. 슥슥 그려냈을 것 같은 느낌과 달리 인물의 표정 묘사가 뛰어나고, 특히 눈을 굉장히 세심하게 그려내 감정선을 파악하는 것이 쉬울 정도.

「좋아하는 애가 안경을 깜박했다」
「좋아하는 애가 안경을 깜박했다」

또 대부분의 로맨틱코미디와 다르게 불균형의 로맨스가 아니란 것도 이 만화의 특징이다. 인싸/아싸, 미남미녀/평범남, 모범생/불량아 등 대비되는 요소를 강조해 서로가 이어지는 과정의 묘미를 전하는 방식이 일반적인데 ‘안경깜빡’은 두 주인공 모두 성심성의껏 학교생활을 하는 평범한 학생들이란 것에서 독자에게 안정감을 준다. 물론 그만큼 다른 작품과 비교하면 도파민은 부족하지만, 반대로 몰입력이나 공감대는 그보다 훨씬 뛰어나다. 미에을 좋아하는 만큼 스스로 부족한 면만 보는 코무라의 모습이나 처음엔 그저 좋은 친구였지만 점차 자신의 마음을 깨닫는 미에의 심리는 모두 두 사람의 일상에서 묘사되기에, 중학생의 첫사랑이란 풋풋한 매력을 더욱 배가한다.

「좋아하는 애가 안경을 깜박했다」 안경을 안 쓰고 등교한 미에에게 하늘 사진을 보내는 코무라의 상냥함
「좋아하는 애가 안경을 깜박했다」 안경을 안 쓰고 등교한 미에에게 하늘 사진을 보내는 코무라의 상냥함
「좋아하는 애가 안경을 깜박했다」 미에는 그런 코무라에게 의지하는 것이 미안하면서 점점 마음을 쓰게 된다.
「좋아하는 애가 안경을 깜박했다」 미에는 그런 코무라에게 의지하는 것이 미안하면서 점점 마음을 쓰게 된다.

2024년에 완결한 「좋아하는 애가 안경을 깜박했다」는 우리나라에서 대원씨아이를 통해 총 12권으로 발간됐다. 코무라와 미에의 소박한 장난을 시작으로 이어지는 로맨스는 단언컨대 당이 떨어진다 싶을 때 봐도 좋을 정도로 달달하고 또 순수하다. 도파민 팡팡 터지는 수많은 콘텐츠에서 잠시 눈을 돌려 이처럼 풋풋한 소년소녀의 첫사랑으로 은은한 미소를 띠는 것, 봄에 알맞은 즐거움일 것이다. 아참, 참고로 2023년에 애니메이션화돼 방영한 바 있다. 그러나 후지치카 코우메의 작화 스타일과 완전히 다른 날카로운 화풍을 채택해 팬들에게 아쉬운 반응을 샀다. 필자 또한 안 봤으니 속단할 수 없지만, 후지치카 코우메의 작화가 매력적인 만큼 가급적이면 원작 만화로 봐주길 추천한다.

「좋아하는 애가 안경을 깜박했다」당 떨어질 때 추천합니다
「좋아하는 애가 안경을 깜박했다」당 떨어질 때 추천합니다

영화 속 물건들에 대한 과도한 의미 부여 ‘주성철의 사물함’을 시작으로 떡상을 기대하는 배우 사용 설명서 ‘김지연의 보석함’, 내 마음을 움직인 영화음악 감상실 ‘추아영의 오르골’, 서브컬처 잡상인의 구매일지 ‘성찬얼의 만화책’까지 씨네플레이 기자들이 저마다의 취향과 시선으로 격주 연재를 시작합니다.

영화인

'제2의 장기하' 탄생할까…EBS 헬로루키, 녹이녹·산만한시선 선정
NEWS
2026. 4. 28.

'제2의 장기하' 탄생할까…EBS 헬로루키, 녹이녹·산만한시선 선정

4년 만에 부활한 '헬로루키', 인디 씬의 새로운 전설을 예고하다EBS의 간판 신인 발굴 프로젝트 '헬로루키'가 4년의 공백을 깨고 다시 무대를 열었다. 치열한 예선을 뚫고 5월의 주인공으로 낙점된 '녹이녹'과 '산만한시선'이 대한민국 인디 음악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준비를 마쳤다. 952대 1의 경쟁률, 실력으로 증명한 '녹이녹'과 '산만한시선'EBS를 대표하는 신인 뮤지션 발굴 프로젝트 '헬로루키'가 4년 만에 본격적인 재가동에 돌입했다. 첫 출발을 알리는 5월의 주인공으로는 록밴드 '녹이녹'과 포크 듀오 '산만한시선'이 최종 선정되는 쾌거를 이루었다. 지난 23일 서울 용산구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열린 예선 무대는 그 어느 때보다 치열했다.

넷플릭스 '유재석 캠프' 내달 공개, 손님은 왕이고 유재석도 왕이 되는!
NEWS
2026. 4. 28.

넷플릭스 '유재석 캠프' 내달 공개, 손님은 왕이고 유재석도 왕이 되는!

데뷔 34년 만의 파격 행보, 넷플릭스 '유재석 캠프' 론칭대한민국 예능계의 거목, '유재석'이 데뷔 34년 만에 최초로 민박집 주인장으로 변신한다. 글로벌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는 신규 리얼리티 예능 '유재석 캠프'를 내달 26일 전 세계에 동시 공개한다고 28일 공식 발표했다. 이는 기존 관찰 예능의 틀을 깨는 파격적인 시도로 평가받는다. 일반인과 호흡하는 2박 3일, "손님도 왕, '유재석'도 왕"'유재석 캠프'는 '유재석'이 직접 기획한 캠프에 일반인 숙박객을 초대해 2박 3일간 다채로운 일정을 소화하는 '민박 버라이어티'다. 특히 "손님은 왕이고, '유재석'도 왕이다"라는 독창적인 콘셉트를 내세워, 수동적인 호스트 역할에서 벗어난 주도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웃음을 예고한다.

이 배너는 쿠팡 파트너스 활동의 일환으로, 이에 따른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습니다.

댓글 (0)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댓글 작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