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아영의 오르골] 이 땅에 광기가 있을지어다! '28년 후: 뼈의 사원'과 ‘The Number of the Beast’

나는 영화 속 음악에 꽂힌다. 음악은 때때로 보이는 이미지와 들리는 대사만으로는 다 전할 수 없는 인물의 내밀한 감정을 들려준다. 창작자의 숨은 의도를 들여다볼 수 있는 창구가 되기도 한다. 내게 영화 음악을 이해하는 것은 영화에 가닿는 하나의 방법이었다. ‘추아영의 오르골’은 음악을 경유해 영화의 목소리를 더 가까이에서 들어본다. (P.S. 음악을 들으며, 글을 읽어 주기를 바란다.)

〈28년 후: 뼈의 사원〉 포스터
〈28년 후: 뼈의 사원〉 포스터


〈28일 후〉(2002)의 정통 후속작 〈28년 후〉(2025)의 두 번째 작품 〈28년 후: 뼈의 사원〉(이하 〈뼈의 사원〉)은 영국 밴드 음악의 찬가다. 영화는 라디오헤드, 듀란듀란, 아이언 메이든의 음악을 곳곳에 삽입해 영국 밴드 음악에 관한 애정을 드러낸다. 특히 아이언 메이든의 곡 ‘The Number of the Beast’는 영화의 절정에 등장해 영화가 점층적으로 쌓아 온 광기를 폭발한다. 난 무슨 수를 써도 그 장면의 광기와 그로 인해 일어나는 감흥을 글에 온전히 담아낼 수 없어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다만 랄프 파인즈가 헤비메탈의 지배자, 불의 주인으로 변하는 그 황홀한 장면으로 인도하는 역할만이라도 하고 싶었다.


〈28년 후: 뼈의 사원〉
〈28년 후: 뼈의 사원〉


〈뼈의 사원〉은 〈28년 후〉의 세계관을 이어받는다. 스파이크(알피 윌리엄스)는 생존을 위해 미스터리한 생존자 집단 ‘핑거즈’의 일원이 된다. 핑거즈의 리더 지미(잭 오코넬)는 그의 추종자들을 공포로 다스리고, 그들과 함께 끔찍한 도살과 악행을 저지르고 다닌다. 스파이크는 이들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필사적으로 몸부림친다. 한편, 뼈의 사원에서 죽은 자들을 기리며 바이러스를 연구해 온 켈슨 박사(랄프 파인즈)는 알파 감염자 ‘삼손’과 공존하며 인류의 미래를 뒤바꾸려 한다. 핑거즈의 일원은 알파 감염자와 함께하는 켈슨을 사탄으로 오인한다. 그 오인에 의해 켈슨은 지미와 핑거즈를 맞닥뜨리게 된다.

매혹적인 공포와 악몽을 노래하다

아이언 메이든의 ‘The Number of the Beast’
아이언 메이든의 ‘The Number of the Beast’


영국의 헤비메탈 밴드 아이언 메이든(Iron Maiden)의 폭발적인 에너지를 내뿜는 곡 ‘The Number of the Beast’는 밴드의 베이시스트이자 창립자 스티브 해리스가 작곡했다. 그는 한밤중에 〈오멘 2〉(1978)를 본 후 꾼 악몽과 영국 시인 로버트 번스의 서사시 ‘Tam o' Shanter’에서 영감받아 이 곡을 만들었다. 가사에는 해리스가 악몽을 꾸고 난 후 느낀 혼란이 그대로 담겨 있다. 동시에 이 곡은 시 ‘Tam o' Shanter’에서 마녀들을 만나 죽을 위기에 처했다가 겨우 도망친 농부의 가상으로 만들어진 후일담과 같다. 곡의 화자는 지난밤 자신이 보았던 것이 현실인지 환상인지 구분하지 못하는 착란의 상태에 빠진다. 이는 ‘Tam o' Shanter’의 농부가 마녀와 워록(남성 마법사) 들이 시체와 악행의 흔적에 둘러싸인 채 난교하듯이 잔치를 벌이는 지난밤에 본 광경을 그들로부터 도망친 이후 떠올리는 것과 같다. 매혹적인 공포와 악몽의 이야기인 이 곡은 한때 미국의 종교 단체로부터 사탄주의로 매도됐다. 하지만 이 논란은 오히려 음악을 홍보하는 효과를 낳았다. 이러한 잡음에도 불구하고 곡 ‘The Number of the Beast’가 수록된 동명의 앨범은 영국 앨범 차트 1위, 빌보드 200에서 33위를 기록하고, 전 세계적으로 앨범 2천 만장을 판매하면서 아이언 메이든의 글로벌 스타로서의 입지를 강화했다. ‘The Number of the Beast’는 지금도 여전히 헤비메탈의 대표적인 명곡으로 불리며, 헤비메탈의 어두운 연극성을 극대화해 메탈을 음악을 넘어서서 하나의 서브컬처 문화로 자리 잡게 했다고 평가받는다.


랄프 파인즈의 광기 어린 연기로 완성한
(아마도) 올해 최고의 문제적 장면

〈28년 후: 뼈의 사원〉
〈28년 후: 뼈의 사원〉


영화에서 ‘The Number of the Beast’는 켈슨이 지미와 미리 입을 맞춘 후에 사탄을 연기하는 장면에서 등장한다. 지미는 핑거즈를 속이기 위해 켈슨을 그들이 숭배하는 올드 닉, 즉 사탄이라고 말한다. 켈슨은 핑거즈 일원에게 사탄이 아닌 것을 들키지 않기 위해 목숨을 건 퍼포먼스를 준비한다. 핑거즈가 그들의 사탄을 마주하는 첫 순간, 켈슨은 지미의 가짜 광기에 맞서 그의 진짜 광기를 선보인다. 요한계시록 12:12와 13:18을 인용한 음악의 인트로가 울려 퍼지면서 이 땅에 쏟아질 화를 예고하고, 이때 켈슨이 무대 뒤편에서 천천히 걸어 나온다.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를 세우며 그를 바라보던 핑거즈는 켈슨이 횃불을 집어 던짐과 동시에 광란의 메탈을 선보이자 마침내 이성을 놓고 즐기기 시작한다. 그렇다. 켈슨의 지옥의 불구덩이에서 환호를 내지르는 듯한 표정과 척추를 비롯한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몸의 관절을 자유롭게 움직이는 그의 괴상한 몸짓으로 핑거즈의 기선을 제압해 버린 것이다. 랄프 파인즈는 인터뷰에서 “안무가와 함께 리허설을 반복하며 대략적인 안무를 잡았지만, 현장의 즉흥적인 에너지를 끌어 올렸다”고 밝혔다. 각고의 노력 끝에 완성한 그의 신들린(?) 연기는 한번 보면 절대 잊지 못할 장면을 선사한다. 랄프 파인즈의 립싱크와 함께 흘러나오는 ‘The Number of the Beast’는 장면에 오컬트적 긴장감을 시종 불어넣고, 강렬한 생의 기운을 약동하게 한다.

〈28년 후: 뼈의 사원〉
〈28년 후: 뼈의 사원〉


〈28년 후〉 시리즈는 분노 바이러스에 점령당해 유럽 대륙으로부터 격리된 영국으로, COVID-19로 말미암은 팬데믹 시대를 알레고리화한다. 영화는 바이러스가 창궐해 서로를 격리하고, 정신적으로 고립되는 혼란스러운 사회에서 파시즘과 같은 극단주의가 다시 도래할 수 있음을 경고한다. 극 속 지미의 사탄주의는 사실 하나의 퍼포먼스에 지나지 않는다. 지미는 사실 사탄의 아들이 아니라 어린 시절 좋아했던 텔레토비를 어른이 되어서도 여전히 우상화하는 모습을 보이는 유아 퇴행적인 인물일 뿐이다. 지미의 사탄 숭배는 지미스(핑거즈)를 유지하기 위한 거짓이다. 영화는 거짓말로 사람들을 속이는 사이비 종교인과 같은 지미의 모습을 포퓰리즘을 통해 대중을 호도하는 파시스트에 비유하며 파시즘을 비판한다. 핑거즈는 파시스트의 포퓰리즘에 넘어간 대중으로, 그들은 지미가 구축한 파시즘의 체제 내에서 본래의 이름을 잃고 ‘지미’로 불린다. 켈슨의 메탈 퍼포먼스는 지미와 핑거즈의 '사탄 숭배’라는 허구를 무너뜨리는 결정적 순간으로 헤비메탈의 연극성을 통해 그들의 광신을 조롱한다. 영화는 이 장면으로 그들이 숭배하는 사탄은 존재하지 않으며, 그들이 열광하는 사탄의 제의는 헤비메탈 장르의 연극성에 지나지 않는다고 전한다. ‘The Number of the Beast’의 아웃트로에서 화자로 등장한 악마가 말한다. “악은 돌아오리라”. 곡의 아웃트로는 포퓰리즘과 극단주의가 부상한 현재의 세계와 맞물려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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