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모범생 같은 배우가 ‘개차반’이 되기까지! '원더풀스' 박은빈②

▶〈원더풀스〉 배우 박은빈 인터뷰는 1부로부터 이어집니다.


〈원더풀스〉
〈원더풀스〉

‘부족한 사람들이 모여 만드는 연대’가 이 작품의 핵심이잖아요. 그 과정에서 캐릭터들이 성장해 나가기도 하고요. 박은빈 배우께서는 채니가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어떻게 해석하고 그리셨나요?

채니는 어찌 됐든 시한부의 삶을 살고 있었단 말이죠. 채니 뿐만 아니라 ‘원더풀스’ 4인방의 공통점은 이뤄본 적이 없거나 쟁취해 본 적 없는, 바라는 게 뭔지도 몰랐던 사람들이라는 점 같아요. 그들은 결핍을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그런 약점들이 오히려 현실 도피성 욕구로 발현돼서 능력을 얻고, 그게 다시 강점으로 발전하게 되는 기회를 얻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했어요. 똑똑한 사람들이 세상을 망칠 수 있지만, 이 사람들은 자기들이 뭘 해야 하는지 잘 아는 선한 천성을 가졌기에 세상을 구할 수 있게 된 거죠.

채니와 운정(차은우)의 관계 역시 흥미로웠는데요. 로맨스인지, 우정인지 모를 그 묘한 케미가 나와요. 박은빈 배우께서는 운정과 채니의 관계를 어떻게 해석하셨나요.

채니도 시한부였다가 드디어 버킷리스트를 실제로 실현할 수 있게 된 거고, ‘해성시 지박령’이었다가 갈 수 있는 공간도 확 넓어진 거잖아요. 심리적으로 세상이 확장된 채니가 오늘 내일 하는 두려움에서 벗어나 그다음 스텝을 밟을 수 있게 된 건데요. 운정 또한 외롭게 자란 사람이지만, 속절없이 영역을 침범하는 이들을 만나서 사회성을 배워가는 과정을 목격하신 것 같아요. 두 사람은 서로가 아직 사랑이라고까지 여길 단계는 아닌 것 같고, 그저 같이 있을 때 좋은, 빈자리를 더 크게 느끼는 그런 관계가 아닐까 싶습니다.

운정과의 바닷가 장면이 인상적이었어요. 반복되는 만남과 엇갈림이 재밌었지만 촬영은 고됐을 것 같은데요.

몹시 추웠습니다. 칼바람이 불고 많이 달렸죠. 그렇지만 그때 서해 바다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아름다운 일몰을 볼 수 있어서 좋았던 기억이 납니다. 근데 깨달은 것은, 겨울 바다는 가지 않는 이유가 있다고 느꼈달까요.(웃음)

〈원더풀스〉 비하인드 스틸
〈원더풀스〉 비하인드 스틸

채니는 가슴이 뛰면 순간이동을 하는 인물이잖아요. 그것처럼, 박은빈 배우가 〈원더풀스〉 촬영을 하며 가장 가슴이 뛰었던 순간이 있다면요.

마지막에 비행선에 올라갔을 때요. 실제로 무 토막처럼 굉장히 큰 실물 사이즈 비행선을 만드셨어요. 계속 공기를 주입하면서 개진상(최대훈) 아저씨와 함께 올라가는 것도 실제로 했었고요. 채니가 종말을 보고 싶었던 것도, ‘내가 죽기 전에 세상이 차라리 나랑 같이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잖아요. 근데 다시 삶을 부여받고 그 두려움을 무릅쓰고 ‘아는 사람들을 나만이 지킬 수 있다’라는 사명감을 발휘하는 영웅적인 면모가 왠지 뭉클하더라고요. 그때 찍고 나서 조금 ‘나 영웅다웠던 것 같다’라고 스스로 뿌듯해했던 장면이었습니다.

말씀하신 비행선처럼, 메이킹 영상을 보니 CG로 처리할 법한 것도, 의외로 실제로 촬영했더라고요. 〈원더풀스〉를 찍으며, 의외로 ‘이런 것까지 한다고?’ 싶은 장면들이 있었을 것 같아요.

차량 폭발이나 실험실 내부 폭발도 한 번씩 다 실제로 터뜨렸습니다. 폐온실 장면도 실내와 실외 세트를 단계적으로 부수기 위해 최첨단 아이디어가 들어갔고요. 그 스케일이 크다고 생각했고, 온실 안에서 채니에게 물건들이 쏟아지는 장면도, 스태프분들이 초록색 옷을 입고 직접 던져주신 거예요. 그런 연결 부분이 잘 이어지도록 신경 써서 촬영했습니다.

배우 박은빈(사진제공=넷플릭스)
배우 박은빈(사진제공=넷플릭스)

최근 〈하이퍼나이프〉부터 〈원더풀스〉까지, 이른바 ‘다크 박은빈’의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변신을 의도하신 건가요?

감사하게도 되게 다양한 제안을 많이 해주시는 것 같아요. 저라면 제가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캐릭터들까지, 정말 복합적인 캐릭터들을 많이 제안해 주세요. 제가 일부러 어려운 선택이나 다크한 부분들을 하려고 한 건 아니지만, 그때그때 제 가슴을 뛰게 했던 작품들을 선택하다 보니 남들이 도전이라 해줄 만한 행보가 된 것 같아요. 근데 저는‘도전’이라 생각하는 순간 너무 부담이 될 수 있어서, 그냥 ‘한번 해보고 싶었던 걸 해보는 것’, ‘시도해 보는 것’이라 생각하고 살고 있습니다. 하다 보면 분명 취향에 맞으시는 분들이 따라와 주실 거라 믿고, 만약 안 맞으셨다면 다른 기회를 통해 또 다른 모습으로 찾아뵙고 싶은 게 제 큰 바람입니다.

〈하이퍼나이프〉에 이어 OTT 두 번째 작품이에요. 특히나 이번처럼 동시에 전편이 공개되는 방식의 작품은 처음 해봤기에, 감회가 남다를 것 같은데요.

저는 늘 작품을 끝내고 정리하는 날이, 기자님들 만나는 라운드 인터뷰 자리였단 말이에요. 오늘이 캐릭터를 떠나보내야 하는 시간인 건데, 이번에 전편 공개를 처음 겪다 보니까 아직 그럴 준비가 되지도 않았고요.(웃음) 전편 동시 공개됐을 때, 캐릭터들을 언제 떠나보내주면 되는 건지를 잘 모르겠습니다. 이색적인 감정이 들긴 해요. 그동안과는 다른 느낌이라 앞으로 어떻게 정리할지는 차차 생각해 보려고요. 이제 시작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고, 제게는 저를 기다려주는 시청자 한 분이 있을 때까지가 아마 생명력의 마지막이 아닐까 싶습니다. 시작과 끝은 결국 시청자분들께 달려있으니, n회차 관람을 통해 허투루 넘긴 디테일들도 계속 발견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제 곧 차기작이 방영될 텐데요. 〈오싹한 연애〉로 ‘박은빈표 재벌’을 보여주실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어요.

요 근래 너무 ‘천여리 대표’(〈오싹한 연애〉의 배역명)의 모습으로 살다가 채니의 이야기를 하려니까 외형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오늘 이렇게 입고 온 거였어요.(웃음) ‘박은빈표 재벌’은 일단 ‘일을 열심히 하는 기업인’입니다. 작품을 대표하는 책임감이 커질수록 공개 전에는 모든 게 다 겸손해지고 겸허해지는 것 같아요. 심판의 날을 기다려보려고 합니다. 흥행 보증 같은 것은 앞으로도 자신할 수 없을 것 같고, 그저 시청자분들의 선택을 기다려야 되는 운명 같은 일이라 생각해요. 늘상 그랬듯이 최선을 다하고, 부담감에 짓눌리지 않고 최대한 의연하게 버텨보려 합니다.

배우 박은빈(사진제공=넷플릭스)
배우 박은빈(사진제공=넷플릭스)

박은빈 배우는 1996년 아동복 모델로 데뷔한 후, 어느덧 데뷔 30년을 맞았습니다. 박은빈 배우가 지난 30년을 돌아본다면요.

어느새 이렇게 30년이 지났는지 까마득하기도 하고 또 되게 빠르게 지나갔다는 생각도 듭니다. 저의 자부심이라 함은, 별로 공백 없이 계속해서 1년에 한 작품씩은 꼭 보여드렸다는 점인데요. 앞으로도 별반 다르지 않은 노력을 기울이면서 계속 살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떤 작품이 시청자분들께 닿는다는 것은 그분들의 귀중한 여가 시간을 내어주시는 기회라는 생각이 들어서, 제가 연기로서 보여드릴 수 있는 부분은 ‘이런 인물들이 세상에 있을 수 있다’라는 것을 설득하는 것, 그리고 한 캐릭터를 통해 전하고 싶은 말을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하는 것입니다.

유튜브에서 밝히길, 어렸을 때 ‘포토그래픽 메모리’ 능력이 있으셨다고 했는데요. 그것처럼, 지금 박은빈 배우가 갖고 있는 사소한 초능력이 있다면 뭘까요. 혹은 갖고 싶은 초능력이 있다면요.

저는 능력을 다 잃어버린 것 같습니다.(웃음) 그때 참 그 능력 좋았는데 홀라당 잊어버려서요. 몹시 그리워하는 능력이에요. 능력은 없지만 열심히, 능력이 없어서 더 열심히 살게 되는 것 같네요. 감사합니다. 제가 만약에 초능력을 얻게 된다면, 글쎄요. 저는 사실 생각보다 평소에는 쑥스러움을 많이 타거든요. 그래서 문득 생각난 건, 제 얼굴을 남들이 인식하지 못하는 그런 능력이 있으면 되게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봤는데 누구였더라?’라고 생각하게 되는 그런 페르소나 능력이요.

영화인

[인터뷰] 모범생 같은 배우가 ‘개차반’이 되기까지! '원더풀스' 박은빈②
NEWS
2026. 5. 27.

[인터뷰] 모범생 같은 배우가 ‘개차반’이 되기까지! '원더풀스' 박은빈②

▶〈원더풀스〉 배우 박은빈 인터뷰는 1부로부터 이어집니다. ‘부족한 사람들이 모여 만드는 연대’가 이 작품의 핵심이잖아요. 그 과정에서 캐릭터들이 성장해 나가기도 하고요. 박은빈 배우께서는 채니가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어떻게 해석하고 그리셨나요. 채니는 어찌 됐든 시한부의 삶을 살고 있었단 말이죠. 채니 뿐만 아니라 ‘원더풀스’ 4인방의 공통점은 이뤄본 적이 없거나 쟁취해 본 적 없는, 바라는 게 뭔지도 몰랐던 사람들이라는 점 같아요. 그들은 결핍을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그런 약점들이 오히려 현실 도피성 욕구로 발현돼서 능력을 얻고, 그게 다시 강점으로 발전하게 되는 기회를 얻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했어요.

[인터뷰] 모범생 같은 배우가 ‘개차반’이 되기까지! '원더풀스' 박은빈①
NEWS
2026. 5. 27.

[인터뷰] 모범생 같은 배우가 ‘개차반’이 되기까지! '원더풀스' 박은빈①

박은빈은 채니처럼 인터뷰 장소에 등장했다. 노란색 뜨개 두건과 오버핏 남방으로 세기말의 감성을 완벽히 소환한 그는, 〈원더풀스〉 첫 대본 리딩 때 입었던 옷이라며, 초심을 되찾고자 한다고 했다. 박은빈은 작품이 끝날 때마다 라운드 인터뷰 자리에서 비로소 캐릭터를 떠나보낸다고 했다. 빼곡한 포스트잇과 손때 묻은 〈원더풀스〉 대본을 뒤적이고 당시의 호흡을 복기하며 인터뷰에 임한 그는, 데뷔 30주년이라는 내공이 무색하게 매 순간 ‘진심’으로 ‘초심’을 소환한다. 박은빈이 출연한 넷플릭스 시리즈 〈원더풀스〉는 종말론이 유행하던 1999년 세기말, 우연히 초능력을 가지게 된 동네 ‘모지리’들이 평화를 위협하는 빌런에 맞서 세상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초능력 코믹 어드벤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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