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아영의 오르골] 꿈을 현실로 옮기려 했던 마이클 잭슨의 ‘Thriller’와 ‘Heal the World’

나는 영화 속 음악에 꽂힌다. 음악은 때때로 보이는 이미지와 들리는 대사만으로는 다 전할 수 없는 인물의 내밀한 감정을 들려준다. 창작자의 숨은 의도를 들여다볼 수 있는 창구가 되기도 한다. 내게 영화 음악을 이해하는 것은 영화에 가닿는 하나의 방법이었다. ‘추아영의 오르골’은 음악을 경유해 영화의 목소리를 더 가까이에서 들어본다. (P.S. 음악을 들으며, 글을 읽어 주기를 바란다.)

〈마이클〉
〈마이클〉

마이클 잭슨은 팝 음악의 역사에 가장 강렬한 족적을 남긴 아티스트다. 열 살도 되기 전부터 잭슨 파이브의 일원으로 무대에 오른 그는 훗날 솔로 앨범 ‘Thriller’로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앨범’이라는 기네스 기록을 세우며 ‘팝의 황제’라는 칭호를 얻었다. 음악과 춤, 뮤직비디오와 패션을 융합한 하나의 총체적인 예술을 지향한 그는 단순히 시대를 풍미한 팝스타가 아니라 20세기 대중문화의 지형 자체를 바꾼 천재적인 예술가다. 하지만 마이클 잭슨은 늘 천재성에 대한 상찬과 더불어 스캔들이 따라붙은, 사람들의 숭배와 혐오가 한데 얽힌 존재이기도 하다. 안톤 후쿠아 감독이 연출한 영화 〈마이클〉은 하나의 영화로는 결코 정의하기 어려운 복잡한 인물인 마이클을 그의 수많은 정체성 중 두 면모에 집중해서 대중에게 다시 소개한다. 하나는 무성영화의 슬랩스틱, 고전 뮤지컬, 호러 영화 등 스크린에서 배운 몸짓과 상상력으로 춤과 무대를 설계하는 ‘영화광 아티스트’ 마이클, 다른 하나는 동물과 아이들을 사랑하며 동화 속 세계를 현실로 옮겨 보려 했던, ‘무해하고 순수한 사람’ 마이클이다. 마이클의 두 얼굴은 영화 속에서 교차하거나 때로는 접합하며 그의 초상화를 완성한다. 마이클의 삶과 가치관을 담은 수많은 명곡 중 ‘Thriller’와 ‘Heal the World’는 그의 두 면모를 각각 잘 담고 있다. 두 곡을 중심으로 영화 〈마이클〉과 그의 삶을 다시 읽어본다.


영화광 아티스트 마이클

〈마이클〉
〈마이클〉

영화는 펍과 클럽을 전전하며 노래하는 마이클(자파 잭슨, 줄리아노 크루 발디)의 어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마이클은 밤낮으로 아버지 조(콜맨 도밍고)의 강압적인 훈육과 착취에 시달리면서도 노래하고 춤추는 걸 진심으로 즐긴다. 그는 아직 발견되지 않은 원석으로 존재했던 어린 시절부터 당대의 스타 가수인 제임스 브라운의 춤동작을 반복해서 연습하며 그의 에너지를 흡수했다. 이 장면은 마이클이 그에게서 받은 영향을 암시한다. 실제로 마이클은 브라운의 춤과 움직임을 정밀하게 가공해서 자기만의 것으로 변형했다. 생전에 그는 제임스 브라운의 무대에서 “자신의 공연에 대한 기원을 발견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처럼 마이클 잭슨은 다른 아티스트를 통해 적극적으로 영감을 구하고 이를 자기만의 언어로 변환하는 예술적 방법론을 추구했다. 이러한 방법론은 영화를 통해서도 이어진다.

〈마이클〉
〈마이클〉

영화 속에서 마이클은 홀로 혹은 어머니 캐서린 잭슨(니아 롱)과 함께 여러 영화를 본다. 찰리 채플린의 영화 〈모던 타임즈〉(1936)와 진 켈리의 〈사랑은 비를 타고〉(1952)를 열중해서 바라보는 마이클의 모습은 그들을 향한 애정과 존경을 드러낸다. 특히 찰리 채플린에 대한 애정은 영화 곳곳에서 직접적으로 드러난다. 찰리 채플린은 마이클 잭슨이 춤을 서사 전달의 매체로 발전시킨 데 깊은 영향을 준 예술가다. 마이클은 무성영화 시대에 대사 없이 표정과 몸짓, 걸음걸이만으로 웃음과 눈물을 동시에 이끌어낸 채플린의 방식을 흡수해 춤과 제스처만으로 감정을 이야기하려 했다. 또 페도라를 쓰고, 몸에 딱 맞는 재킷, 발목이 보이는 바지에 흰색 양말과 검은 구두를 매치한 ‘Billie Jean’의 무대 의상은 채플린의 부랑자 캐릭터 트램프를 연상시킨다. ‘Billie Jean’ 무대 의상으로 굳혀진 그의 도상화된 이미지는 채플린의 트램프처럼 전 세계에 각인된다. 마이클은 의상이나 무대 위 몸짓을 구성하는 차원에서 그치지 않고 더 깊은 층위에서 그와 공명한다. 사람들에게 웃음을 자아내는 채플린의 슬랩스틱, 몸짓 뒤에는 슬픔이 묻어 있고, 마이클 역시 자신의 고립감과 슬픔을 숨기고 무대 위에서 화려한 춤사위를 선보였다. 마이클은 인터뷰에서 “채플린은 웃으면서 동시에 울게 만들 줄 알았다. (…) 나는 때로 내가 그인 것처럼 느낀다”고 말하기도 했다. 마이클은 자신이 채플린의 예술을 계승한 것을 자주 밝히며 그의 후예가 되기를 자처했고, 그처럼 대중을 위한 광대가 되었다. 안톤 후쿠아 감독은 단순히 채플린에 대한 마이클의 애정을 보여주는 것에서 더 나아간다. 그는 〈모던 타임즈〉의 역사적인 장면을 가져오면서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의 착취 아래에서 노동하며 거대 음악 산업의 톱니바퀴 아래로 편입된 마이클을 찰리 채플린에 빗댄다.

〈마이클〉
〈마이클〉

뿐만 아니라 〈마이클〉은 조지 로메로의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1968)과 〈밀랍의 집〉(1953), 〈파리〉(1958) 등 마이클이 탐닉한 호러영화의 푸티지도 인용한다. 마이클은 앞서 언급한 작품과 더불어 존 랜디스의 〈런던의 늑대 인간〉(1981)과 유니버설 몬스터스 호러 영화들의 영향을 받아 ‘Thriller’ 뮤직비디오를 하나의 단편 영화로 제작하는 데 이른다. ‘Thriller’ 뮤직비디오는 마이클의 부탁으로 존 랜디스 감독이 연출하기도 했다. ‘Thriller’의 가사에서 그려진 ‘공포의 밤’의 풍경은 조지 로메로의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 속 한 장면처럼 음산하고, 이는 뮤직비디오에서도 고스란히 반영된다. 사실 어린 시절 마이클과 형제들을 겁주기 위해 강도로 변장한 아버지 조에 의한 트라우마를 갖고 있는 마이클은 엄밀히 말해서 정통적인 호러 영화보다 B급 감성의 캠프적인 호러 영화를 더욱 좋아했다. 이러한 그의 취향은 코미디와 공포를 뒤섞은 B급 호러 영화의 문법에 능한 존 랜디스와의 협업을 통해 ‘Thriller’의 MV에도 반영된다. 하나의 짧은 호러 영화로 거듭난 ‘Thriller’ MV는 역사적 · 문화적 · 미학적으로 중요한 영화로 인정받으면서 뮤직비디오로는 최초로 미국의 국립영화등기부에 등재되었다. ‘Thriller’와 곡의 뮤직비디오 작업은 마이클의 영화광적인 면모를 가장 잘 드러낸다.


도착하지 못한 네버랜드

〈마이클〉
〈마이클〉

사실 곡 ‘Heal the World’는 이 영화에서 등장하지 않는다. 마이클 잭슨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이 곡을 만들었고, 극중에서도 병상에 누운 마이클이 동화책 「피터팬」 속 ‘네버랜드’를 바라보며 “세상을 치유하고 싶다”고 말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영화는 아이들을 학대하는 아버지 조와 그에게서 독립하려는 마이클의 대립 관계를 명확한 선악 구도를 바탕으로 드러내고, 그 속에서 아이들의 행복을 지켜줄 수 있는 ‘네버랜드’를 꿈꾸는 마이클의 모습을 반복해서 보여준다. 이러한 영화의 플롯 전개 과정에서 마이클이 네버랜드를 조성해 자신의 꿈을 이루는 장면과 슈퍼볼 하프타임 쇼에서 아이들과 함께 ‘Heal the World’를 열창하는 장면은 이야기가 끝나기 전에 목격되어야 할 ‘의무적 장면’이다. 이는 속편의 제작 여부와 관계없이 이야기의 완결성을 위해 이번 영화에 반드시 있어야 했다. 시나리오 작가 로버트 맥키는 의무적 장면에 대해 “관객에게 이 순간을 기대하도록 유혹했기 때문에 작가는 약속을 지키고 그것을 보여줄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영화가 이야기의 완결을 내지 못한 기형적인 형태가 된 데에는 아동성추행 논란을 일으킨 조던 챈들러 일가와 합의한 법적 조항을 뒤늦게 발견한 문제가 얽혀 있다. 그럼에도 마이클이 꿈을 이룬 현실을 외면하면서까지 영화의 결말을 섣불리 봉합한 안전한 선택은 깊은 아쉬움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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