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넷플릭스가 서둘러 보석함에 담았던 배우. 그리고 〈이 사랑 통역 되나요?〉 〈레이디 두아〉 〈파반느〉의 연이은 공개 이후, 너도나도 자신만의 보석함에 담은 배우. 그 배우는 바로 이이담이다. 이이담은 넷플릭스의 새로운 딸로 불리는데, 그도 그럴 것이 〈택배기사〉부터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이 사랑 통역 되나요?〉 〈레이디 두아〉 〈파반느〉까지 무려 5작품을 함께 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는 왜 일찌감치 이이담을 보석함에 담았을까. 나는 이이담을 ‘건조한 매력’이 있는 배우라고 말하고 싶다. ‘건조한 매력’이라는 말이 어떻게 들릴지는 모르겠으나, 분명 이이담은 군더더기가 없는 배우다. 이이담은 덜어낼 필요가 없다. 이이담의 기묘한 매력은 바로 그 지점에서 나온다. 장르물이건, 일상물이건, 사극이건, 현대극이건, 선역이건, 악역이건간에, 어떤 배역이건 이이담은 과하지 않아 불편하지 않다. 무언가를 과시하거나 증명하려는 기색 없이 극 안에 녹아들어 오히려 눈에 띈다. 그 건조함은 배우 본연의 매력인 묘한 신비로움과 담백함, 자연스러움 등을 돋보이게 만들었다.
이이담에게서는 특정한 이미지가 연상되지 않는다. 분명 소박한 것 같았다가도 화려한 것이 가장 잘 어울리기도 하고, 욕망으로 가득 찬 것 같다가도 정의로운 얼굴을 하고 있는 듯 보인다. 가령 이이담이라는 예명은 이이담이 지향하는 연기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는 일종의 단서다. 이이담은 중성적인 이름으로 연기 활동을 하고 싶어 본명인 백혜원 대신 이이담이라는 이름을 예명으로 택했는데, 그의 예명만큼이나 그의 이미지는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 않는다.

최근 이이담이 연달아 출연한 세 작품 〈이 사랑 통역 되나요?〉(이하 〈이사통〉) 〈레이디 두아〉 〈파반느〉를 예로 들어 보자. 〈택배기사〉 속 여자 택배기사,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의 들레쌤, 그리고 〈원경〉 속 나인 출신의 후궁 채령 등, 일상적인 배역들과는 거리가 멀었던 이이담은 넷플릭스 시리즈 〈이사통〉으로 첫 로맨틱 코미디 도전을 성공적으로 해냈다. 그가 연기한 신지선 PD는 주호진(김선호)의 짝사랑 상대이자, 당차고 능력 있는 인물이다. 그런가 하면, 신지선 PD는 자신의 사랑과 결혼 앞에서 흔들리고 고민하며, 또 끝내 새로운 사랑을 받아들인다. 이이담의 신지선은 메인 커플의 서사에 긴장감을 주는 동시에, 차무희의 매니저 김용우(최우성)와 새롭고 신선한 케미스트리를 형성하며 〈이사통〉 속 서브커플의 로맨스를 풍성하게 채워냈다.

이이담의 출연 사실 자체가 스포일러라고도 볼 수 있는 넷플릭스 시리즈 〈레이디 두아〉에서는 이이담의 여러 얼굴이 기묘하게 교차한다. 〈레이디 두아〉는 극의 반전을 담당하는 김미정 역에 ‘신선한 얼굴’을 캐스팅하기 위해 고군분투했을 터이고, 그 끝에 찾아낸 답이 이이담이었다. 이이담은 공장 직원 김미정의 소박한 얼굴에서부터 욕망이 넘치게 서린 사라킴의 데칼코마니에 이르기까지, 순수와 탐욕의 극명한 대비로 극의 질문을 섬찟하게 건넸다. 〈공작도시〉에서 수애의 머리채를 잡고, 〈택배기사〉에서 맨몸·총기·와이어 액션 등을 하며 쌓아온 내공으로 인해, 〈레이디 두아〉에서 신혜선과 함께한 '생활 액션' 연기 역시 빛났다.

넷플릭스 영화 〈파반느〉의 명품관 직원 세라는 대사보다도 눈빛, 그리고 존재감이 중요한 역할이었다. 누군가는 세라를 빌런이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존재 자체로 매혹적이어야 하는 이 배역에서, 이이담은 세라를 단순한 ‘빌런’이 아닌, 〈파반느〉가 그리는 또 한명의 청춘으로서 입체감을 부여했다. 미정(고아성), 경록(문상민), 요한(변요한)이 갖가지 시린 청춘의 모습을 표상했듯, 이이담의 세라는 당당하다가도 자신이 쟁취하지 못한 사랑 앞에서 흔들리고, 지독하리만치 외로운 우리네 청춘의 모습을 표현했다. 가령 경록과 함께 간 LP샵에서 경록이 미정과 함께 듣던 노래를 듣고 눈물을 흘리자, 아무 말 없이 그를 지켜보던 세라의 모습은 〈파반느〉의 처연한 무드를 완성한 명장면이다.
이이담이 출연한 단편영화 〈이매몽〉에서부터 엿보였던 그 기묘한 신비로움은 이제 완연한 배우의 매력으로 자리 잡았다. 과시하지 않아도 선명하게 빛나는 이 ‘보석’을 보석함에 서둘러 담아야 할 이유다.


![[김지연의 보석함] 굳이 어려운 길을 택한 라이징 배우, '레이디 두아' 강지훤 역 김재원](https://cdn.www.cineplay.co.kr/w400/q85/article-images/2026-02-24/8086b111-11aa-45f7-af37-19b16d276b39.jpg)
![[김지연의 보석함] 2025 올해의 존재감 상, '태풍상사' '파인: 촌뜨기들' 이상진](https://cdn.www.cineplay.co.kr/w400/q85/article-images/2025-12-17/d77f013a-4f68-4fae-8378-23ae714ba180.jpg)
![[김지연의 보석함] ‘아산 백호’에서 서현진 동생까지, '러브 미' 이시우](https://cdn.www.cineplay.co.kr/w400/q85/article-images/2026-03-30/5a536b51-a98f-4eba-8b70-61cca0fb3278.jpg)
![[김지연의 보석함] 장항준이 사랑한 남자, '왕과 사는 남자' 김민](https://cdn.www.cineplay.co.kr/w400/q85/article-images/2026-03-30/d99f5531-0e4c-4357-a881-6ae5e85ea098.jpg)
![[김지연의 보석함] 액션배우로의 확장, '휴민트' 임 대리 역 정유진](https://cdn.www.cineplay.co.kr/w400/q85/article-images/2026-02-13/62e7b735-9938-43d0-b6d7-abcb3b64f104.jpg)
![[김지연의 보석함] 2009년생의 야무진 행보, '대한민국에서 건물주 되는 법' 박서경](https://cdn.www.cineplay.co.kr/w400/q85/article-images/2026-04-06/b06d03cc-b91c-4390-aaff-53314f0abf15.jpg)
![[김지연의 보석함] 영화가 남긴 최고의 수확, '짱구' 조범규](https://cdn.www.cineplay.co.kr/w400/q85/article-images/2026-04-21/d79f4ad6-dcac-40be-b11e-e73a69b45ff6.jpg)

댓글 (0)
댓글 작성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로그인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