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분 좋은 의외성을 지닌 배우. 명실상부 장항준의 남자. 영화 〈리바운드〉부터 〈더 킬러스〉, 그리고 〈왕과 사는 남자〉까지. 김민은 장항준 감독의 세 작품에 연달아 캐스팅되며 장항준의 새로운 페르소나가 된 모양새다. 김수진, 이준혁, 장현성, 안재홍, 정진운 등 일명 ‘장항준 사단’이 총출동한 〈왕과 사는 남자〉에서 김민은 선배 연기자들과 함께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경험이 없는 신인 배우를 세 작품에 기용하는 이례적인 일. 대체 김민이 누구길래, 장항준이 그를 사랑할 수밖에 없었을까. 왜 장항준은 그를 세 번이나 부를 수밖에 없었을까.

김민의 스크린 데뷔작이 된 〈리바운드〉 오디션장에서 장항준은 그를 처음 만났다. 장항준의 말을 빌리면, 김민은 “이 작품 아니더라도 언젠간 잘되겠다” 싶은 신인이었다. 오디션장에서 수줍게, 그러나 간절하게 임하던 김민은 그와 똑닮은 배역 ‘허재윤’으로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진심을 선명하게 전했다. 〈리바운드〉에서 김민이 연기한 허재윤은 농구를 못하지만, 농구가 좋다는 이유 하나로 농구팀에 들어온 인물이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허약한 후보 선수였던 그는 결국 조용하지만 묵직하게 영화의 ‘3점 슛’을 쏘아 올리며 ‘재도약’이라는 영화의 메시지를 가장 또렷하게 전했다.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던 인물이 만들어낸 짜릿한 반란처럼, 김민은 언더독의 서사로 스크린에 데뷔하며 단단한 신인의 탄생을 알렸다.

김민의 진정한 진가는 〈더 킬러스〉에서 압축적으로 드러난다. 〈더 킬러스〉에 이르면 장항준 감독은 김민의 백지 같은 얼굴로 실험을 감행한다. 네 명의 감독이 엮은 시네마 앤솔로지 〈더 킬러스〉에서 장항준 감독이 연출한 ‘모두가 그를 기다린다’ 속, 장 감독은 김민에게서 끌어내고 싶었던 ‘의외성’을 영리하게 활용한다. 〈리바운드〉에서 포착한 순진무구한 이미지를 활용하되, 완전히 뒤집어 서늘한 배신감을 선사하는 식이다. ‘모두가 그를 기다린다’ 속, 어리버리한 시골 순경으로 보였던 그는 이내 자신에게 시비를 거는 형사(전석호)를 무자비하게 찌르는, 장난기 어린 킬러로 변신하고, 작품의 가장 큰 파괴력을 담당하며 관객들의 허를 찌른다.

2월 4일 개봉하는 영화 〈왕과 사는 남자〉 속 김민은 유해진의 아들로 분했다. 김민은 쟁쟁한 선배들 사이, 이질적으로 튀지 않으면서도 개성은 선명한 얼굴로 영화의 세계관 속에 녹아들었다. 김민이 연기한 태산은 엄흥도(유해진)의 아들로, 총명하지만 가난한 탓에 광천골을 벗어나지 못하는 인물이다. 순박한 듯 정의롭고 선한 태산은 광천골로 유배 온 이홍위(박지훈)가 마을 사람들에게 마음을 열도록 만드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며 이홍위와 남다른 유대감을 형성한다. 김민의 태산은 아버지 엄흥도, 광천골로 유배 온 이홍위(박지훈), 그리고 마을 사람들과의 케미스트리까지, 다양한 인물들과 유기적으로 연결되며 그 무엇보다도 배우들의 연기가 가장 돋보이는 영화 〈왕과 사는 남자〉에서도 톡톡한 몫을 해냈다.

질리지 않는 배우가 되고 싶다던 김민의 얼굴들은 장항준 감독의 세 작품에서 모두 다른 모습으로 변주된다. “볼 때마다 가능성이 많은 배우”라는 장항준 감독의 말처럼, 김민은 매번 얼굴의 이면을 궁금하게 만드는 배우다.
김민은 튀는 매력으로 단숨에 화려하게 폭발하기보다는 점차 우상향 곡선을 그려간다. 〈리바운드〉 때 김민을 본 장항준은 “오디션장에 들어올 때부터 허재윤처럼 말하고 수줍게 웃더라. 또 연기를 아주 잘했고, 신인만의 간절함도 있었다. 게다가 노력까지 하니 정말 좋았고, 인간성도 좋았다. 아무리 연기를 잘해도 인성이 좋지 않은 사람과는 작업하긴 싫기 때문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장항준 감독은 우스갯소리로 말하면 ‘저점매수의 신’이기도 하다. 이를테면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흥행으로 ‘농놀’ 붐이 일던 때, 수년 전부터 준비해온 〈리바운드〉라는 농구 영화로 관객들을 찾아온 것, 또 글로벌 스타가 되기 전의 박지훈을 〈왕과 사는 남자〉의 단종 역으로 낙점한 것 등이 장 감독의 ‘저점매수’ 능력을 보여주는 셈이다. 그가 첫눈에 알아본 김민 역시, 나날이 고점을 갱신할 일만 남았다.
+ 〈파인: 촌뜨기들〉의 ‘선자’ 역으로 이름을 알린 2003년생 동명의 여성 배우 역시 ‘보석함’에 있는 배우이기에, 추후에 그가 신작으로 돌아온다면 ‘김지연의 보석함’에서 다룰 일이 있지 않을까.
***** 영화 속 물건들에 대한 과도한 의미 부여 ‘주성철의 사물함’을 시작으로 떡상을 기대하는 배우 사용 설명서 ‘김지연의 보석함’, 내 마음을 움직인 영화음악 감상실 ‘추아영의 오르골’, 서브컬처 잡상인의 구매일지 ‘성찬얼의 만화책’까지 씨네플레이 기자들이 저마다의 취향과 시선으로 격주 연재를 시작합니다. *****


![[김지연의 보석함] 굳이 어려운 길을 택한 라이징 배우, '레이디 두아' 강지훤 역 김재원](https://cdn.www.cineplay.co.kr/w400/q85/article-images/2026-02-24/8086b111-11aa-45f7-af37-19b16d276b39.jpg)
![[김지연의 보석함] 2025 올해의 존재감 상, '태풍상사' '파인: 촌뜨기들' 이상진](https://cdn.www.cineplay.co.kr/w400/q85/article-images/2025-12-17/d77f013a-4f68-4fae-8378-23ae714ba180.jpg)
![[김지연의 보석함] ‘아산 백호’에서 서현진 동생까지, '러브 미' 이시우](https://cdn.www.cineplay.co.kr/w400/q85/article-images/2026-03-30/5a536b51-a98f-4eba-8b70-61cca0fb3278.jpg)
![[김지연의 보석함] 액션배우로의 확장, '휴민트' 임 대리 역 정유진](https://cdn.www.cineplay.co.kr/w400/q85/article-images/2026-02-13/62e7b735-9938-43d0-b6d7-abcb3b64f104.jpg)
![[김지연의 보석함] 과시하지 않는 담백함, '이사통' '레이디 두아' '파반느' 이이담](https://cdn.www.cineplay.co.kr/w400/q85/article-images/2026-03-11/2dc9e783-6abc-4d7e-a27d-c637790108a6.jpg)
![[김지연의 보석함] 2009년생의 야무진 행보, '대한민국에서 건물주 되는 법' 박서경](https://cdn.www.cineplay.co.kr/w400/q85/article-images/2026-04-06/b06d03cc-b91c-4390-aaff-53314f0abf15.jpg)
![[김지연의 보석함] 영화가 남긴 최고의 수확, '짱구' 조범규](https://cdn.www.cineplay.co.kr/w400/q85/article-images/2026-04-21/d79f4ad6-dcac-40be-b11e-e73a69b45ff6.jpg)

댓글 (0)
댓글 작성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로그인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