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무지다’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그야말로 쑥쑥 자라고 있는 2009년생 ‘라이징’ 배우이자, 진정으로 미래가 기대되는 아역배우. 박서경의 미래가 궁금한 이유는, 그가 쌓아온 필모그래피에서 보여준 가능성 때문일 터다.
약 10살 때부터 연기 활동을 시작한 박서경은 줄곧 ‘유명 배우의 아역’으로, 혹은 ‘리틀 000’으로 불렸다. 그도 그럴 것이 박서경은 드라마 〈시크릿 부티크〉(2019)에서는 김선아의 아역으로, 영화 〈조제〉(2020)에서는 한지민의 아역으로, 드라마 〈착한 사나이〉(2025)에서는 이성경의 아역으로, 〈은수 좋은 날〉(2025)에서는 이영애의 아역으로 출연했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어린 시절 연기를 하던 시간을 지나, 최근 박서경의 필모그래피는 보다 다층적이고 입체적인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를테면 2023년, KBS 드라마 스페셜로 방송된 〈폭염주의보〉로 첫 주연을 맡은 박서경은 풀벌레 우는 소리와 노스탤지어가 가득한 극 속, 또 다른 촉망받는 아역배우 문우진과 함께 담백한 로맨스를 만들어냈다. 박서경의 ‘한여름’은 여느 사춘기 학생이 그렇듯 앞머리에 신경 쓰고, 관심 있는 반 친구와 티격태격하고, 남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비밀을 한 개쯤은 품은 인물이다. 과장 없이 그 또래 학생다운 까칠함과 풋풋함을 연기한 박서경 덕분에, 〈폭염주의보〉는 시청자들 각자의 중학생 시절을 소환하며 훈훈함을 안길 수 있었다. 2002년 대구라는 배경에 맞게 사투리까지 직접 익히고, 캐릭터의 방향성을 스스로 정해 촬영에 임했다는 박서경은, 이 작품에서 처음으로 '유명 배우의 아역'이 아닌 '박서경'이라는 이름으로 성공적인 주연 데뷔를 해낸 셈이다.

그러다 박서경은 넷플릭스 시리즈 〈은중과 상연〉으로 본격적으로 얼굴을 알리게 된다. 분명 그는 〈은중과 상연〉에서 배우 박지현의 아역을 맡았지만, 단순히 누군가의 ‘아역’으로만 불리기에는 너무나도 많은 것을 해냈다. 박서경이 연기한 상연의 어린 시절은 으레 성인 배역에게 나타나던 복잡다단함을 품었기 때문이다. 대개 작품이 아역배우를 사용하는 방식이란, 누군가의 ‘딸’이라는 보조 장치로 존재하거나, 아이다운 순진무구함과 해맑은 무지, 무해함을 품은 인물로 그리는 식이다. 그러나 〈은중과 상연〉 속 아역배우들이 등장하는 장면은 타 작품이 아역배우를 사용하는 방식과는 사뭇 궤를 달리한다. 〈은중과 상연〉 속, 은중과 상연의 어린 시절 장면은 단순 ‘회상’에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으레 작품 속 아역 배우는 성인 주인공의 서사를 뒷받침하기 위해 잠깐 호출되는 존재이지만, ‘은중’과 ‘상연’의 10대부터 40대까지를 아우르는 일대기와 같은 드라마에서 어린 은중(도영서)과 어린 상연(박서경)은 1992년부터 1996년까지의 서사를 이끄는 주역이다. 어린 천상연은 류은중의 동경의 대상이 되는 한편, 류은중에게 열등감과 질투를 느끼기도 한다. 어린 천상연은 류은중의 손바닥을 때리기도 하고, 은중과 함께 장기자랑 무대에 나가 둘도 없는 친구가 되기도 하며, 은중과 자신의 엄마, 그리고 오빠가 친한 것을 보고 뒤틀린 감정을 표출하기도 한다. 성인이 된 천상연(박지현)의 복잡한 결핍이 납득되었던 건, 박서경이 그린 어린 시절의 천상연이 쌓아 놓은 토대 때문이었다.

현재 방영 중인 tvN 드라마 〈대한민국에서 건물주 되는 법〉(이하 〈건물주〉)에서의 박서경의 모습은 또 어떤가. 수많은 악인들이 저마다의 욕망을 가지고 왜곡된 방법으로 탐욕을 분출하는 피카레스크 속, 박서경이 연기한 기다래는 유일하게 시청자들의 숨통을 트는 인물이다. 물론 아직까지는 말이다. 기다래는 기수종(하정우)와 김선(임수정)이 애지중지하는 외동딸이다. 그는 선천적 난청을 지니고 있는 인물로 수어 사용자이기도 하며, 하버드에 합격한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다. 기수종과 김선은 딸의 유학길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말 그대로 각양각색의 범죄와 악행을 저지르는 와중, 기다래는 이 소용돌이의 한복판에 있다. 〈건물주〉가 단 4화만을 남겨놓고 있는 가운데, 기다래는 어떤 방향으로 욕망을 분출하게 될까. “칼빵 한 방에 이틀 감금당하고 십억이면, 개꿀이죠”라는 아이러니한 대사들과 상황이 헛웃음을 짓게 만드는 이 극에서, 과연 기다래는 끝까지 유일한 선역으로 존재할 것인가. 박서경이 보여준 다채로운 필모그래피 덕에 〈건물주〉가 기다래를 마냥 평면적인 인물로만 그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그가 끝까지 완성해 나갈 기다래의 복잡다단한 면모가 기대된다.


![[김지연의 보석함] 굳이 어려운 길을 택한 라이징 배우, '레이디 두아' 강지훤 역 김재원](https://cdn.www.cineplay.co.kr/w400/q85/article-images/2026-02-24/8086b111-11aa-45f7-af37-19b16d276b39.jpg)
![[김지연의 보석함] 2025 올해의 존재감 상, '태풍상사' '파인: 촌뜨기들' 이상진](https://cdn.www.cineplay.co.kr/w400/q85/article-images/2025-12-17/d77f013a-4f68-4fae-8378-23ae714ba180.jpg)
![[김지연의 보석함] ‘아산 백호’에서 서현진 동생까지, '러브 미' 이시우](https://cdn.www.cineplay.co.kr/w400/q85/article-images/2026-03-30/5a536b51-a98f-4eba-8b70-61cca0fb3278.jpg)
![[김지연의 보석함] 장항준이 사랑한 남자, '왕과 사는 남자' 김민](https://cdn.www.cineplay.co.kr/w400/q85/article-images/2026-03-30/d99f5531-0e4c-4357-a881-6ae5e85ea098.jpg)
![[김지연의 보석함] 액션배우로의 확장, '휴민트' 임 대리 역 정유진](https://cdn.www.cineplay.co.kr/w400/q85/article-images/2026-02-13/62e7b735-9938-43d0-b6d7-abcb3b64f104.jpg)
![[김지연의 보석함] 과시하지 않는 담백함, '이사통' '레이디 두아' '파반느' 이이담](https://cdn.www.cineplay.co.kr/w400/q85/article-images/2026-03-11/2dc9e783-6abc-4d7e-a27d-c637790108a6.jpg)
![[김지연의 보석함] 영화가 남긴 최고의 수확, '짱구' 조범규](https://cdn.www.cineplay.co.kr/w400/q85/article-images/2026-04-21/d79f4ad6-dcac-40be-b11e-e73a69b45ff6.jpg)
![[김지연의 보석함] 당신은 이미 이효제를 알고 있었다! '기리고' 이효제](https://cdn.www.cineplay.co.kr/w400/q85/article-images/2026-05-19/de1e23e7-1743-437a-9e25-dbcf08089318.jpg)

댓글 (0)
댓글 작성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로그인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