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야말로 ‘미친 존재감’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배우. 2025년, ‘올해의 존재감 상’이 있다면, 이 배우에게 주고 싶다. 최근 종영한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에서는 특별출연으로, 영화 〈굿뉴스〉에서는 단역으로, 드라마 〈태풍상사〉와 〈애마〉, 〈파인: 촌뜨기들〉에서는 조연으로 등장한 배우 이상진은 배역의 비중과 상관없이, 어디서든 극에 숨을 불어넣는다.

이상진이 연기하는 배역들에게서는 유난히도 사람 냄새가 난다. 아마도 그건, 이상진의 인물들은 가장 인간다운 찌질함을 품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상진을 처음 인지한 건 쿠팡플레이 시리즈 〈소년시대〉에서였다. 〈소년시대〉의 조호석(이상진), aka 호떡이는 장병태(임시완) 못지않은 찌질이이자, 박지영(이선빈) aka 부여 흑거미를 남몰래(?) 짝사랑하는 인물이자, 후반부에 들어서는 병태와의 진한 우정을 쌓아 올리며 감동과 웃음을 동시에 선사하는, 자꾸만 보고 싶은 캐릭터였다.

〈소년시대〉에서 그랬듯, 이상진은 유난히도 앙상블 극에서 뚜렷한 장점을 드러내는 배우다. 디즈니플러스 시리즈 〈파인: 촌뜨기들〉은 보석과도 같은 배우들이 즐비한, '보석함'과도 같은 드라마 그 자체였다. 저마다의 악행을 저지르는, 그래서 더욱 매력적인 악인들이 모여 내는 ‘어둠의 앙상블’이 돋보이는 〈파인: 촌뜨기들〉에서 이상진은 도무지 정을 주지 않을 수 없는 인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소년시대〉 호석이에 이어 한 번 더 충청도 사투리를 쓰는 ‘나대식’으로 분한 이상진은, 호석이와는 또 다른 결의 ‘찌질함’을 지닌 인물을 표현해냈다. 호석이가 미성숙한 청춘의 찌질함을 품은 인물이라면, 나대식은 사연이 겹겹이 쌓인 어른의 찌질함을 품은 인물이다. 전사를 알고 나면 짠하고 애틋한 나대식은 〈파인: 촌뜨기들〉의 악인 중에서도 가장 인간다운 찌질함을 품은 악인이 되어 웃음과 씁쓸함 등, 복합적인 감정을 선사하는 캐릭터가 되었다.

최근 종영한 〈태풍상사〉에서는 또 어떤가. X세대 패셔니스타 오렌지족이자, ‘천리안’ 헤비유저이자 은근한 찌질함을 갖춘 ‘배송중 대리’ 역으로 변신한 이상진은 그 시대의 인물을 소환한 것처럼, 자연스러운 서울 사투리와 완벽한 스타일링으로 극에 녹아들었다. 그는 은근히 멋쟁이 강태풍(이준호)을 견제하는 한편, 오미선(김민하)이 자신을 좋아한다고 착각하기도 하는 허당임과 동시에 잡학다식하기도 한 능력자로, 저마다 개성 가득한 ‘태풍상사’ 식구들 사이에서도 유난히 눈에 띄는 존재감을 발휘했다.

재치와 드라마가 공존하는 얼굴의 배우. 이상진의 인물들은 단순히 ‘웃긴’ 감초 역할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한 인터뷰에서 말했듯, “인간은 타고난 찌질함이 있다”라던 이상진은 캐릭터를 가장 인간답게 만드는 방법이 무엇인지 아는 듯, 입체적인 면모를 비추며 인물을 완성한다. 이상진은 찌질함이 인간의 약함과 욕망, 혹은 비겁함과 열등감, 심지어는 애정과 선의에서도 비롯된다는 것을 아는 것처럼, 인간의 비루함을 웃음으로만 승화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의 인물들은 웃기면서도 슬프고, 재치 있으면서도 드라마를 품는다.
***** 영화 속 물건들에 대한 과도한 의미 부여 ‘주성철의 사물함’을 시작으로 떡상을 기대하는 배우 사용 설명서 ‘김지연의 보석함’, 내 마음을 움직인 영화음악 감상실 ‘추아영의 오르골’, 서브컬처 잡상인의 구매일지 ‘성찬얼의 만화책’까지 씨네플레이 기자들이 저마다의 취향과 시선으로 격주 연재를 시작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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