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C 공포 토크쇼 〈심야괴담회〉를 비롯한 방송과 여러 공포 채널을 뜨겁게 달군 괴담 ‘살목지’가 영화로 재탄생했다. 단편 〈함진아비〉, 〈돌림총〉 등 꾸준히 호러 장르에 천착해 온 이상민 감독은 기존의 이야기에 자신만의 상상력을 더해 영화 〈살목지〉를 만들었다. 괴담에서 단순히 귀신이 자주 출몰하는 심령 스폿이었던 ‘살목지’는 영화에서 생사를 넘나드는 길목의 공간으로 의미를 확장한다. 레전드 괴담 ‘살목지’의 영화화 과정에서 달라지고 더해진 부분을 정리해 보았다.
레전드 괴담 ‘살목지’

충남 예산군에 위치한 저수지 살목지는 본래 낚시꾼들 사이에서 유명한 낚시 스폿이었다. 그러나 낚시꾼들과 지역 주민 사이에서 귀신 목격담이 나돌면서 심령 스폿으로 굳혀지게 됐다. 이후 살목지는 MBC 공포 토크쇼 〈심야괴담회〉에서 여러 차례에 걸쳐 제보자의 실제 사연이 소개되면서 레전드 괴담을 탄생시킨 장소가 되었다. 살목지 괴담은 늦은 시간 차를 타고 퇴근하는 사연자의 여느 날과 다를 것 없는 일상에서 시작된다. 내비게이션의 안내에 따라 집으로 향하던 사연자는 갑자기 나올 수 없는 비포장도로로 접어들게 되자 이상한 느낌을 감지한다. 이후 내비게이션은 좌회전하라는 안내를 반복하고, 내비게이션의 안내에 따라 차를 주행하던 사연자는 뜻밖의 광경에 혼비백산하게 된다. 차를 좌회전한 그곳에 갑자기 깊고 까만 물이 출렁이는 저수지가 사연자의 차 바로 앞에 있는 것이다. 자꾸만 잘못된 길로 향하게 하는 내비게이션을 종료한 사연자는 무서운 마음에 엄마에게 전화를 건다. 그렇게 안심하고 다시 길을 찾아가던 사연자는 또 한 번 등골이 오싹해지는데, 엄마가 죽은 지인을 만나고 왔다는 이상한 말을 하는가 하면, 기괴한 웃음소리까지 내는 것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여성의 목소리. “왜 내비대로 안 갔어?”. 엄습해 온 공포에 질린 사연자는 얼마 지나지 않아 교통사고를 당한다.
‘로드뷰 귀신’ 설정

이상민 감독은 기존의 괴담을 영화의 기본 토대로 두되, 자신의 상상을 덧붙여 변형시켰다. 그는 완전한 하나의 이야기를 해체하고, 괴담을 이루는 여러 에피소드를 영화의 적재적소에서 활용한다. 기존 괴담에서 이유를 알 수 없는 내비게이션의 오작동은 영화 후반부에서 또 한 번 긴장감을 고조하는 살목지 탈출 시퀀스를 이룬다. 사실 기존의 괴담에서 사연자는 교통사고 이후 다시 깨어나는 순간을 반복한다. 이는 혼수상태에 빠진 그의 꿈으로 밝혀진다. 기존의 괴담에서 존재하는 꿈과 현실의 교란은 영화에서 실제와 환각의 교란으로 이어진다. 영화 속 인물들은 자신이 보는 환각에 의해 저수지로 걸어 들어가는데, 이미 저수지 깊은 곳에 몸을 담근 그들은 돌이키기에 너무 늦은 순간을 맞닥뜨린다.


무엇보다 기존의 이야기와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로드뷰 귀신’ 설정이 추가된 것이다. 로드뷰 서비스 회사의 PD 한수인(김혜윤)은 귀신의 형체가 찍힌 로드뷰를 수정하기 위해 팀을 꾸려 살목지로 향한다. 이러한 설정은 이상민 감독의 작은 의문에서 시작됐다. 그는 로드뷰를 살펴보던 중, 입구까지만 기록된 채 더 이상 이어지지 않는 길을 발견한다. 이후 ‘왜 여기까지밖에 기록되지 않았을까?’라는 의문을 품게 되고, 이 의문은 자연스레 거기까지 찍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한 상상으로 이어진다. 감독의 공포적 상상력이 발휘된 이 지점에서 로드뷰를 촬영하기 위해 살목지로 향하는 설정이 추가된다. 큰 줄기를 정한 후 감독은 로드뷰 촬영과 공포 탐방이라는 설정에 착안한 적절한 장비로 360도 파노라마 카메라를 선택한다. 그는 360도 파노라마 카메라를 이용해 사방으로 확장된 시야를 보여줌으로써 어디에서 무엇이 나타날지 예측할 수 없는 긴장감을 형성한다.
빠져나갈 수 없는 공간 ‘살목지’
![영화 '살목지' 속 장면[쇼박스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https://cdn.www.cineplay.co.kr/w900/q75/article-images/2026-03-31/96e53471-55ca-416e-afcf-ddd75ea61569.jpg)
이상민 감독은 살목지 현장 답사를 통해 얻은 감각을 영화의 공포 설계에 적극적으로 반영했다. 밤까지 혼자 현장에 남아 저수지를 둘러본 그는 “어디까지가 물이고 어디까지가 땅인지 분간이 잘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 경계의 흐릿함은 살목지를 단순한 저수지가 아니라, 방향 감각과 현실 감각까지 무너뜨리는 공간으로 각인한다. 물과 땅이 뒤섞이며 형태를 흐리는 공간의 지형적 특성은 대본 안에서 점점 더 음습한 기운으로 번져가며, 인물들이 헤어 나올 수 없는 공포의 바탕이 된다.

또 감독은 인터뷰에서 살목지를 “들어섰을 때 길을 잃게 되는 공간, 빠져나갈 수 없는 공간처럼 느껴지게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영화는 카메라의 빠른 움직임, 공간감을 깨트리는 교묘한 편집 등으로 인물과 관객 모두 방향 감각을 상실하도록 만든다. 영화의 타율 높은 점프 스케어도 그러한 감각 안에 배치되어 있다. 감독은 “공간 전체가 인물들을 가지고 노는 듯한 느낌을 주길 바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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