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은막의 전설 '엘사 아기레', 96세로 타계…대통령도 애도

1940~50년대 멕시코 영화 황금기를 이끈 아이콘 지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문화 정체성 형성에 기여했다며 애도

96세로 작고한 엘사 아기레 [위키미디어커먼스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96세로 작고한 엘사 아기레 [위키미디어커먼스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시대의 은막을 거둔 멕시코 영화의 영원한 뮤즈

멕시코 영화계의 가장 찬란했던 시절을 견인한 전설적인 여배우 '엘사 아기레'가 지난 14일(현지시간) 향년 96세로 영면에 들었다. 라호르나다를 비롯한 현지 주요 매체는 15일 일제히 이 비보를 타전하며 한 시대의 종언을 알렸다. 멕시코 배우협회는 "고인은 '멕시코 영화 황금기'를 관통하는 가장 상징적인 얼굴이었다"며, "압도적인 미모와 천재적인 연기력으로 대중의 영혼을 사로잡았다"고 깊은 애도를 표했다.

1930년에 태어난 '엘사 아기레'는 미인대회 우승이라는 화려한 수식어를 안고 1946년 영화 '강한 성(性)'으로 스크린에 강림했다. 이후 '물 위의 부유물'(1948), '붉은 비'(1950), '당신과의 네 날 밤'(1952) 등 불멸의 흥행작을 탄생시키며 1940~50년대 이른바 '에포카 데 오로(Epoca de Oro)'를 진두지휘한 독보적 스타로 군림했다. 마리아 펠릭스, 실비아 피날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당대의 아이콘으로 추앙받았고, 스페인이 낳은 세계적 거장 '루이스 부뉴엘' 감독의 멕시코 활동기 한가운데서 그 예술적 궤적을 함께했다.

스크린 밖의 삶 또한 비범했다. 고인은 요가와 '동양 철학'에 심취하며 이를 평생의 수련이자 장수의 비결로 삼았다. 말년에는 연극 무대와 브라운관으로 예술적 지평을 넓혔으며, 멕시코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가 수여하는 최고 권위의 '황금 아리엘상' 공로상을 품에 안으며 영화사에 아로새긴 거대한 발자취를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 생전 마지막 언론 인터뷰에서 남긴 "명성이나 부에는 단 한 순간도 얽매이지 않았다. 나는 연기를 한 것이 아니라, 스크린 속의 삶을 온전히 살아냈을 뿐"이라는 회고는 예술가의 진정한 품격을 보여주는 명언으로 대중의 가슴에 짙은 여운을 남겼다.

아기레와 함께 포즈를 취한 셰인바움 대통령 [셰인바움 SNS 캡처. 재판매 및 DB금지]
아기레와 함께 포즈를 취한 셰인바움 대통령 [셰인바움 SNS 캡처. 재판매 및 DB금지]

국가적 애도 물결 속, 영원히 기억될 문화적 유산

거성의 죽음 앞에 멕시코 전역은 깊은 슬픔에 잠겼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멕시코 영화사에서 가장 눈부셨던 순간을 밝혀준 위대한 예술가를 떠나보낸다"며, "그는 멕시코의 '문화적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대체 불가한 공헌을 남겼다"고 헌사했다. 한 세기를 풍미한 은막의 여왕은 스크린 너머의 별이 되었지만, 그가 남긴 예술적 유산은 멕시코 영화의 영원한 심장 박동으로 살아 숨 쉴 것이다.

영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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