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쥬라기 공원' 시리즈의 영원한 주인공이자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연기파 거장 샘 닐(Sam Neill)이 세상을 떠났다. 최근까지 혈액암을 이겨내고 완치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으로 많은 팬을 안심시켰던 터라, 그의 갑작스러운 비보에 전 세계 영화계가 거대한 슬픔에 잠겼다.

■ 암 극복했으나 예기치 못한 비극… “가족들 품에서 존엄하게 눈감다”
13일(현지시간) 외신 보도에 따르면, 호주 시드니의 세인트 빈센트 사립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샘 닐이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평화롭게 숨을 거뒀다.
유족들은 그의 공식 인스타그램 성명을 통해 “엄청난 슬픔 속에서 샘 닐이 7월 13일 월요일, 호주 시드니에서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전한다”라며 “그의 상실은 너무나 갑작스럽고 예상치 못했지만, 샘이 마지막까지 암이 없는(cancer-free) 건강한 상태를 유지했다는 점에 위안을 얻는다”라고 발표했다. 고인은 지난 2022년 희귀 혈액암인 ‘3기 혈관면역모세포성 T세포 림프종’을 진단받고 투병해 왔으나, 꾸준한 치료 끝에 최근 완치 판정을 받은 바 있다. 그렇기에 이번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은 팬들과 동료들에게 더욱 큰 충격을 안기고 있다.
그의 비보가 전해지자 크리스토퍼 럭슨 뉴질랜드 총리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그는 이 나라에 영화 산업이라는 것이 거의 존재하지 않던 시절부터 시작해, 50년 넘게 뉴질랜드의 이야기를 세계에 전한 위대한 거장”이라며 고인의 문화적 업적을 기렸다. 앤서니 앨바니지 호주 총리 역시 “샘은 특유의 유머와 위트로 병마와 싸웠으며, 매 순간 품격 있는 연기를 보여줬다. 호주인들의 마음속에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며 깊은 애도를 표했다.
■ 법학 낙제생에서 '제임스 본드' 후보까지… 전설이 된 50년의 커리어
1947년 북아일랜드에서 태어나 1954년 뉴질랜드로 이주한 샘 닐(본명 나이절 존 더멋 닐)은 대학 시절 법학을 전공하다 낙제한 것을 계기로 연극 무대에 발을 들였다. 주당 단 35달러를 받으면서도 연기에 매진했던 그는 1977년 영화 '잠자는 개들(Sleeping Dogs)'로 할리우드에 이름을 알렸고, 1986년에는 로저 무어의 뒤를 이을 차기 ‘제임스 본드’ 유력 후보로 스크린 테스트를 받기도 했다.
그의 커리어 정점은 1993년이었다. 제인 캠피온 감독의 오스카 수상작 '피아노(The Piano)'에서 집착적인 남편 앨리스데어 스튜어트 역으로 명연기를 펼친 데 이어,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블록버스터 '쥬라기 공원(Jurassic Park)'에서 고생물학자 닥터 앨런 그랜트 역을 맡아 세계적인 대스타 반열에 올랐다. 그는 이후 스릴러 '죽음의 항해(Dead Calm)', SF 공포 '이벤트 호라이즌', 그리고 최고 인기의 영국 드라마 '피키 블라인더스(Peaky Blinders)'의 부패한 체스터 캠벨 경감 역까지 선과 악을 넘나드는 천의 얼굴을 증명했다.

■ “죽는 건 두렵지 않다, 다만 아쉬울 뿐”… 무대를 사랑했던 영원한 ‘경’
영화 밖에서 샘 닐은 뉴질랜드 센트럴 오타고 지역에서 ‘투 패독스(Two Paddocks)’라는 유명 와이너리를 운영하는 세련된 농부이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농장에 사는 동물들에게 로라 던(닭), 카일리 미노그(오리), 헬레나 본햄 카터(소) 등 동료 스타들의 이름을 붙이는 유쾌한 유머 감각으로 대중과 소통해 왔다.
지난 2023년 발간한 회고록에서 그는 암 투병 사실을 고백하며 매달 화학요법을 받는 고단한 삶을 이어가면서도 은퇴를 강력히 거부했다. 그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죽는 것은 전혀 두렵지 않다. 다만 내가 정성껏 심은 올리브 나무와 편백나무가 자라는 것을 보고 싶고, 사랑스러운 손주들이 커가는 모습을 더 보고 싶기에 조금 아쉬울 뿐”이라는 초연하면서도 따뜻한 삶의 태도를 보여 큰 감동을 주기도 했다.
연기 부문의 공로를 인정받아 1991년 대영제국 훈장(OBE)을 받았고, 2022년 마침내 기사 작위(Knighthood)를 수훈하며 ‘샘 닐 경(Sir Sam Neill)’이 되었던 그. 50년간 150편이 넘는 작품으로 인류에게 모험과 감동을 선물했던 스크린 속 영웅은 마침내 그가 사랑했던 대지 위에서 영원한 휴식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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