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회까지 공개된 쿠팡플레이 시리즈 〈지금 불륜이 문제가 아닙니다〉(이하 〈지금 불륜〉)는 여러 겹의 레이어를 한 꺼풀씩 벗겨가는 재미가 있는 작품이다. 냉소와 실소, 풍자와 파격이 뒤섞인 이 시리즈는 불륜이 문제인 줄 알았다가, 아이들이 문제인 줄 알았다가, 그러다 다시 어른들이 문제인 것으로, 초점을 여럿 옮겨 가며 힘을 잃지 않는다.
경희(박경희)의 말대로 “차라리 불륜이면 좋았을 텐데”. 〈지금 불륜〉에서는 행복한 가정을 내세우는 인플루언서 부부와 이혼 소송 중인 의사 부부가 서로 얽히며 이야기가 전개되는 가운데, 자식의 문제, 그리고 자식을 잘 키워야 면이 사는 부모들의 속물적인 욕망과 자격지심이 드러난다. 그래서 가장 한국다운 블랙코미디인 〈지금 불륜〉 속 어른들이 꼬아놓은 얽히고설킨 실타래의 끝을 하나둘씩 풀어가다 보면, 아이들의 이야기를 경유하게 된다.

〈지금 불륜〉의 3회는 초점을 아이들에게 옮겨둔다. 〈지금 불륜〉에서 두 부부의 아이들은 어른들의 욕망과 위선을 드러내고, 블랙코미디라는 극의 장르적 특성을 강화하는 존재다. 수정(조여정)과 보성(김재철)의 딸 민서(도영서)는 이 작품의 조용한 폭탄이다. 민서는 이혼 소송 중인 부모 사이에서 양육권의 대상이 된 아이, 감정을 감추는 법을 일찍 배운 아이이기도 하다. 민서는 미술을 하고 싶어 하지만, 의사인 엄마의 간섭과 반대로 매일을 억눌려 있다. 그러다 이웃집에 이사 온 경희와 재홍(김지훈) 부부의 딸 예지(전시현)와 친해지며 억눌린 감정을 털어놓게 되고, 이내 그와 비밀스러운 연인 사이가 된다.

〈지금 불륜〉 속 민서의 이야기에서 넷플릭스 영화 〈길복순〉의 길재영(김시아)의 모습을 떠올렸다. 민규(설경구)가 “비밀이 생기는 건 슬슬 벽이 생기는 건데”라고 말했듯, 직장인으로 위장한 킬러 길복순(전도연)의 10대 딸 재영은 엄마처럼 나름의 비밀을 품고 있다. 바로 여자친구가 있다는 것. 식사하며 줄곧 핸드폰을 만지는 딸을 보고는 “우리 딸 남친 생겼나?”라고 어설프게 아는 척하는 부모 뒤에, 아이들은 마치 부모처럼 이중생활 중이다. “사람 죽이는 건 애 키우는 거에 비하면 심플해”라는 길복순의 말처럼, 살인이나 치정보다 내 자식의 속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이 가장 복잡한 영역이다. 〈길복순〉에서도, 〈지금 불륜〉에서도 아이들을 키우는 게 가장 어렵다는 어른들의 이야기는 두 작품을 관통하는 공통된 질문이다.

공교롭게도 〈길복순〉의 재영, 〈지금 불륜〉의 민서를 연기한 배우들은 자매 사이다. 2008년생 배우 김시아, 2010년생 배우 도영서는 차츰 한국을 대표하는 ‘연기 천재’ 자매 배우로 거듭나지 않을까 싶다. 동생보다 먼저 유명해진 언니 김시아는 〈미쓰백〉으로 스크린 데뷔와 동시에 주연을 맡으며 강렬한 첫인상을 남겼다. 만 10세의 나이에 60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학대 피해 아동 지은 역을 따낸 김시아는, 학대에 익숙해진 아이의 얼굴부터 ‘미쓰백’(한지민)을 만나 마침내 온기를 얻고 구원받는 순간까지, 말보다 눈빛과 표정으로 아이가 품은 두려움과 상처를 표현하며 관객들의 마음을 울렸다. 여담으로, 〈미쓰백〉에는 김시아의 동생인 도영서가 미쓰백(한지민)의 아역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미쓰백〉 당시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는 눈빛”으로 이지원 감독을 매료시켰던 김시아는 이지원 감독의 신작 〈비광〉으로 다시 9월 한국 극장가에 찾아올 예정이다. 김시아는 이번에도 〈미쓰백〉처럼 힘든 삶을 사는 비극적인 인물을 연기한다. 김시아는 〈비광〉에서 친구의 죽음 이후 용의자로 몰리며 벼랑 끝에 내몰린 소녀 동주로 분한다. 갑작스럽게 중구(류승룡)의 삶에 들어와 가족이 된 동주는 우림천 여중생 사망 사건에 휘말리며 세상의 의심을 한 몸에 받게 되고, 자신을 지키려는 가족들과 함께 거대한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미쓰백〉에서 김시아가 보여줬던 것처럼, 〈비광〉의 김시아는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평범했던 일상이 무너진 인물의 불안과 혼란, 절망, 두려움이 뒤섞인 동주의 복합적인 심리를 설득력 있게, 직관적으로 그려내지 않을까.

재미있는 사실은 언니 김시아와 동생 도영서의 연기 스타일이 판이하다는 점이다. 〈지금 불륜〉 속 어른들의 복잡하고 치졸한 욕망 싸움 한복판에서, 도영서의 민서는 언뜻 보면 동요하지 않는 덤덤한 얼굴을 한 듯 보인다. 어른들이 저마다의 비밀을 품고 요란하게 움직이는 와중에도, 민서는 오히려 한 발 떨어져 있는 듯한 얼굴을 하고 있다. 민서의 무심한 듯 보이는 얼굴은 오히려 그의 내면을 궁금하게 한다.

도영서는 감정을 과장하며 드러내지 않고도 인물의 속을 상상하게 만드는 배우다. 사실 도영서의 이러한 연기 스타일은 넷플릭스 시리즈 〈은중과 상연〉에서도 여실히 드러난 바 있다. 도영서는 어린 류은중을 연기하며 훗날 김고은이 연기하는 은중으로 이어질 인물의 어린 시절을 그려냈다. 도영서는 어른의 감정을 흉내 내는 대신, 그 나이의 아이가 느낄 법한 질투와 동경, 서운함과 설렘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보여주며 류은중의 서사와 감정선을 자연스럽게 이어냈다. 학원에서 배운 듯한 아역 특유의 연기를 선호하지 않는다는 〈은중과 상연〉 조영민 감독의 말처럼, 도영서에게는 그런 ‘연기하는 티’가 없었다고 한다.


연기 스타일도, 인물을 만들어내는 방식도 다른 이 자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넷플릭스 작품에 유독 자주 출연하는 ‘넷플릭스 공무원’이라는 것. 김시아와 도영서(당시 본명인 김보민으로 활동)는 넷플릭스 시리즈 〈고요의 바다〉에 함께 출연했으며, 넷플릭스 영화 〈굿뉴스〉(2025)에도 짧게 우정출연으로 함께 얼굴을 비췄다. 그뿐만 아니라 김시아는 넷플릭스 시리즈 〈킹덤: 아신전〉부터 〈스위트홈〉, 〈길복순〉, 〈기리고〉에 출연했으며, 도영서는 넷플릭스 영화 〈카터〉(2022), 〈계시록〉(2025), 넷플릭스 시리즈 〈종말의 바보〉, 〈은중과 상연〉, 그리고 추후 공개 예정인 넷플릭스 영화 〈복직경찰〉까지. 이쯤 되면 두 배우 모두 ‘넷플릭스의 손녀딸’이라고 불러도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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