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브 앤 테이크, 씨년발아!”
“우리 애 아빠가 화가 아주 많이 났어요”, “교권보호국 감독관! 임한림입니다아아아!”, “초, 초, 초 촉법” 등, 숱한 ‘밈’을 낳은 〈참교육〉이지만, 반드시 화제가 되었어야만 하는데, 밈이 되지 않아 내심 의아한 장면이 있다. 넷플릭스 시리즈 〈참교육〉 6화, 소위 ‘촉법이’라고 불리는 학생들의 장면 중 한 대목이다. 민지웅(장요훈)을 비롯한 ‘촉법이’들은 학교 내에서 일명 ‘하트약’이라는 마약을 유통하고, 마약을 제대로 ‘배달’하지 못한 학생들에게 폭력을 일삼는다. 민지웅은 마약을 제대로 배달하지 않은 학생에게 “그냥 약 주면 돈 받고. 어? 기브 앤 테이크, 이 씨년발아!”라고 소리친다. 오타가 아니다. ‘씨년발아’라고 또렷하게 말한다.

어떻게 이토록 못될 수 있을까! 너무나 못되어, 오히려 자꾸만 돌려보고 싶은 장면을 만든 민지웅 역의 배우 장요훈은 당신이 영화제를 들락거려 봤다면, 반드시 얼굴을 알고 있을 배우다. 가깝게는 최근에 폐막한 제22회 미쟝센단편영화제에서 상영된 단편 〈시지프스의 공전주기〉에서도 그의 얼굴을 볼 수 있었으니 말이다. 〈시지프스의 공전주기〉에서 장요훈은 무성의하게 “아 진짜”를 남발하는 여자친구를 웃겨주기 위해 우스꽝스러운 닥터페퍼 모자를 쓰기도 하고, 안경에 하얗게 김이 서려 보는 이가 정이 떨어질 만큼 라면을 맛깔스럽게 흡입하기도 한다. 〈시지프스의 공전주기〉에 담긴 그의 우스꽝스러운 얼굴을 보며, 사랑이라는 게 원래 이렇게 한심하고도 다정하고, 휘발적인 행위라는 걸 새삼 깨달았더랬다.

사실 내가 유독 장요훈을 눈여겨 보고 있는 이유는, 내가 유달리 좋아하는 단편영화에 그가 출연했기 때문이다. 언젠가 제목에 이끌려 불가항력적으로 선택하게 된 〈젖꼭지 3차대전〉이라는 영화는 가히 블랙코미디 마니아들을 만족시킬 만한 유쾌함과 풍자로 가득했다. 영화는 한 방송국의 PD가 모든 여성의 젖꼭지를 모자이크하라는 지시를 받은 후 벌어지는 이야기로, 젖꼭지가 왜 선정적이고 불편하냐고 하면 ‘내가 선정적으로 보기 때문에 선정적이다’라는 도돌이표 같은 순환논리만이 돌아오는 시대를 향해 날리는 유쾌한 코미디다. 장요훈은 영화 속 용피디(최성은)의 후배 조연출로 등장했는데, 아마도 이 영화가 더욱 재기발랄했던 이유에는 배우 장요훈의 맛깔스러운 내레이션이 한몫했으리라. 코미디 연기, 생활 연기, 내레이션, 심지어는 좀비 연기(?)까지, 그야말로 장요훈의 모든 장기를 집대성한 이 영화를 보며 그의 이름을 마음속에 새겨두게 됐다.
후에 그가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LTNS〉 속 이솜의 후배 호텔리어이자 퀴어인 인물로, 디즈니플러스 시리즈 〈강매강〉에서 “내가 전과도 있고 그러니까, 뭐 만만해요?”라고 뻔뻔하게 경찰을 몰아붙이던 허위 자동차 딜러 역으로 출연했을 때 내적 반가움을 금치 못한 것은 당연지사. 그뿐만 아니라 장요훈은 이른바 ‘이종필의 남자’가 되어 영화 〈탈주〉, 〈파반느〉, 〈극장의 시간들〉 속 ‘침팬지’까지, 상업영화와 독립영화를 넘나들며 자기만의 영역을 착실히 넓혀 나갔다.

그러다 장요훈은 넷플릭스 시리즈 〈참교육〉의 ‘촉법이’ 4인방의 리더를 맡아 본격적으로 더욱 넓은 대중에게 얼굴을 단단히 알리고 있다. 물론, 실제로는 93년생인 배우가, 11년생 역할의 ‘촉법소년’을 맡기까지는 연출자와 배우 본인에게 많은 고민이 있었을 법하다. 아이들 간의 잔혹한 폭력과 일탈을 다루는 작품에서 실제 중학생이나 고등학생 나이대의 배우를 캐스팅해 인물을 악마화하고 극의 장르적 카타르시스를 주기란, 연출자 입장에서 윤리적으로 쉽지 않았을 터이기 때문이다. 장요훈은 영악한 리더 캐릭터를 구축하기 위해, 과장될 만큼 희화화된 연기 톤을 잡았다. 그가 연기한 민지웅은 “우린 초, 초, 초, 촉법이라 안 가는데”라는 말을 하기도 하고, 나화진(김무열)앞에서 가운데 손가락을 날리고, 경찰서에서는 “죄송합니데~”라고 비아냥거리며 얄밉게 법의 테두리를 넘나든다. 이와 같은 장요훈의 연기는 〈참교육〉이 어디까지나 사실적인 학교폭력극이 아니고, 현실을 넘어선 판타지 코미디 활극이라는 점을 시청자들에게 인식시키는 영리한 장치로 작동한다. 장요훈의 민지웅이 앞서 얄미운 연기로 충분히 반감을 적립해 둔 덕분에, 교도소 안에서 그가 임한림(진기주)에게 수건으로 목을 졸리며 찰지게 얻어맞고 처벌당하는 장면이, 시청자들에게 더욱 타격감 넘치는 카타르시스를 선사할 수 있었다.

장요훈이 배우를 하고 매체에 등장하게 되기까지의 과정 역시 흥미롭다. 대학에서 과학을 공부하다, 힙합 동아리를 하다가, 밴드에서 베이스를 하다가, 연극에 섰다. 무대에 서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었다. 그는 유랑단에서 활동하기도 하고, 무용을 부전공하며 발레를 하기도 했다. 참으로 재능이 많은 종합예술인이다. 이제 7월에는 박세영 감독의 영화 〈지느러미〉로 다시금 극장가를 찾아온다. 당신이 좋아하는 장요훈의 얼굴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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