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드라마를 즐겨 보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한 번쯤은 눈여겨봤을 법한 배우가 있다. 이름부터 든든한, 강기둥이다. 지난 28일 종영한 tvN 드라마 〈내일도 출근!〉에서 강기둥은 새움전자 상품기획2팀 사원이자 두 아들의 육아를 병행하는 7년 차 직장인 전기태 역을 맡아, 극에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K-직장인과 맞벌이 부부들이 공감할 하이퍼리얼리즘 열연은 물론, 인간미 넘치는 ‘오지라퍼’ 모습부터 박지현과의 티격태격 ‘동기 케미’까지. 회사 생활의 설움과 현실 가장의 노고를 코미디와 애환으로 맛깔나게 버무려낸 강기둥의 연기는, 극의 현실감을 받치는 큰 동력이자 정주행을 부르는 치트키가 되었다.

그런가 하면, 지난 5월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원더풀스〉 속 강기둥의 모습은 또 어땠나. 〈원더풀스〉는 화려한 스펙터클과 소박한 캐릭터들의 언밸런스가 큰 재미를 낳는 드라마였다. 채니(박은빈)와 경훈(최대훈), 로빈(임성재)를 비롯해 ‘해성시’에서 저마다의 삶을 살아가는 소시민들은 ‘히어로물’이라는 장르에 어울리지 않게 ‘웃픈’ 생존기를 펼치며 서사에 찰진 맛을 더했다. 해성시청 공무원, 양석우(강기둥) 역시 그랬다. 양석우는 매일같이 성가시게 구는 골칫덩어리 민원인 경훈에게 대응하기 싫어 “나는 배가 아파서”라며 은근슬쩍 후배 운정(차은우)에게 일을 미루고 천연스럽게 자리를 떠나는 등, 뻔뻔하고도 현실적인 모습을 보여줘 웃음을 샀다. 강기둥은 초능력이 난무하는 비현실적 설정 사이에서, 지극히 현실적인 공무원의 얄미운 면모를 밉지 않게, 찰떡같이 구현해 냈다.

사실 강기둥은 꽤 오랫동안, 연극·뮤지컬계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온 배우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기과를 최우수성적으로 졸업한 그는 ‘여신님이 보고 계셔’, ‘언더스터디’, ‘지킬 앤 하이드’ 등의 작품에 끊임없이 출연해 온, 매체보다 무대가 익숙한 베테랑이다. 특히나 명작으로 꼽히는 창작 뮤지컬 ‘쇼맨: 어느 독재자의 네 번째 대역배우’에서는 2022년 초연부터 2025년 삼연까지, 세 번의 시즌을 주인공 ‘네불라’ 역을 맡아 열연했다. 강기둥은 9살난 어린 아이부터 독재자의 대역배우가 된 청년, 70대 노인의 모습까지 한 무대 위에서 자유자재로 변신하며 관객을 극 속으로 끌어들였다. 그의 연극을 접해보지 못한 관객이라면, 유튜브에서 강기둥의 연극 영상이나 독백 영상을 찾아보길 권한다. 그의 짙고도 정교한 호소력과 표현력에 감탄할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강기둥은 연극에 깊은 애착을 가지고, 배우 외적으로도 적극적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강기둥은 ‘두둥프로젝트’라는 연극 제작사를 차려 프로듀서와 연출, 그리고 배우를 겸하고 있다. 강기둥은 ‘두둥프로젝트’를 통해 2024년에는 연극 ‘My Dear Anger’, 그리고 지난 7월 개막해 현재 공연 중인 연극 ‘일호터널’ 등을 선보이며, 연출자이자 제작자, 배우를 겸하는 종합예술인으로서 거듭나고 있다.

강기둥은 2016년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과 2017년 〈내일 그대와〉로 본격적인 매체 연기에 도전했다. 그는 드라마 〈쌈, 마이웨이〉 〈사이코지만 괜찮아〉 〈착한 여자 부세미〉 등에서 대체 불가능한 감초이자 신스틸러로 활약하며 대중의 두터운 신뢰를 얻었다. 그중에서도 대중에게 강기둥의 얼굴을 단단히 각인시킨 작품은 아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일 것이다. 극에서 강기둥은 ‘송담당’으로 불리는 교도관 역을 맡아, 수다스럽고 애교 많은 캐릭터를 구축하며 인간미 넘치는 이 드라마의 톤을 확실하게 전달했다. 그뿐만 아니라 강기둥은 영화 〈핸섬가이즈〉(2024)에서 병조 역으로 코미디 연기의 진수를 보여준 바 있다. 친구들 무리에서 은근히 ‘호구’ 취급을 당해 억울함과 서러움이 가득한 찌질한 모습부터, 문자 그대로 ‘흑화’하는 모습까지, 〈핸섬가이즈〉는 그야말로 강기둥의 연기 내공이 단연 돋보인 작품이기도 하다.
드라마와 영화, 무대와 매체, 연극과 뮤지컬을 자유롭게 오가며 내공을 쌓고 있는 배우 강기둥. 주식으로 치자면, 탄탄한 펀더멘탈을 갖춘 ‘대형 우량주’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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