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가 지나갔다. 영화 팬으로는 이맘때쯤 추석 영화들의 엎치락뒤치락 보는 게 재미인데, 올해는 작품 수도 적고 호평 일색인 작품도 없어 박스오피스 '경쟁'을 지켜보는 재미는 없었다. 모두 극장 나들이 대신 가족과의 휴식 아니면 TV, VOD, 스트리밍 서비스를 선택한 듯하다. 추석 동안 할리우드는 바쁘게 돌아갔다. 토론토영화제가 막을 내렸고, 올해 시상식 시즌의 '프런트 러너'가 될 몇몇 작품이 두각을 나타냈다. 이번 주말 열릴 에미상 시상식을 준비하는 발걸음도 바빴다. 10월부터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하나둘 개봉하는데, 이번에는 슈퍼히어로 대신 <조커>와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가 극장에서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다. 설레는 마음을 안고 이번 주 할리우드를 수놓은 말들을 살펴보자.
#미투 운동으로 드라마 자체가 달라진 건 없다
- 수잔나 그랜트, <믿을 수 없는 이야기> 작가
2017년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범죄 스캔들 이후 #미투 운동이 본격적으로 공론화되기 시작했다. 피해자들이 연대하고 용기를 낼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자 많은 이들이 목소리를 냈고, 이러한 변화는 곧 영화와 드라마, 문학 등에도 많은 영향을 주게 된다. 최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믿을 수 없는 이야기>는 성범죄 피해자가 수사과정에서 겪는 2차 피해를 그린 작품이다. 실화(퓰리처상 수상 기사)에서 영감을 받은 이 작품이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이유가 단순히 미투 운동과 맞물려서일까? <믿을 수 없는 이야기>의 작가 수잔나 그랜트는 그렇지 않다고 밝혔다. 그랜트는 “제작 당시 미투 운동이 한창이었다. 우리는 모여 앉아서 ‘미투 운동으로 이 드라마가 달라지는 것이 있을까’ 라고 물었고, 내린 결론은 ‘없다’였다. 적절한 시기임은 분명했지만, 사실 이런 이야기를 하기에 적절치 못한 때가 있나 싶었다”라며 “당시 사회적 분위기가 드라마 각본과 제작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밝혔다. 뒤이어 “오히려 동료 제작진들이 직접 겪은 경험담이 많은 영향과 도움을 주었다”라고 덧붙이면서 “이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 <믿을 수 없는 이야기>와 같은 작품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인종차별은 예나 지금이나 농담거리가 아니다
- 시무 리우
지난 13일,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이하 SNL)에 올 가을부터 합류할 멤버들이 공개됐다. 가장 이목을 끈 인물은 바로 작가 겸 코미디언 보웬 양, 45년 만에 최초로 <SNL>에 합류한 동양인 멤버다. 그러나 박수도 잠시, NBC는 보웬 양, 클로이 파인맨과 함께 합류하는 코미디언 셰인 길리스 때문에 곤혹을 치렀다. 동양인을 비하하는 ‘Ch*nk’를 사용하는 등 인종차별과 여성과 성소수자를 비했던 그의 과거 행적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후 #fireshanegillis(셰인 길리스를 해고하라)가 SNS에 퍼지기 시작하자 길리스는 “나의 발언이 불편한 이들에게 기꺼이 사과하겠다. 누구에게도 상처 줄 생각은 결코 없지만, 최고의 코미디언이 되려면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도 있기 마련이다”라며 변명에 가까운 사과를 했으나, 대중의 분노를 잠재우기는커녕 불을 지피고 말았다. 할리우드 스타들도 비판 행렬에 가담했다. 마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의 주연을 맡은 중국계 미국인 배우 시무 리우는 “예나 지금이나 인종차별은 농담거리가 아니다. 지난 150년 동안 우리를 멸시하는 데 사용되었던 단어를 ‘선을 넘을 듯 말 듯한 유머’라는 명목으로 용인할 수 없다”라고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며 NBC의 발 빠른 대처를 요구하였고, 결국 셰인 길리스는 <SNL>에서 하차하게 됐다.
넷플릭스가 내 스타파워를 다시 불붙였다
- 아담 샌들러
아담 샌들러는 폴 토마스 앤더슨의 <펀치 드렁크 러브>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제외하면 B급도 안 되는 코미디 영화에 출연하는 배우로 알려져 있다. 샌들러의 커리어는 그렇게 멈출 수 있었다. 하지만 그가 출연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가 이용자들에게 사랑받으며 샌들러의 커리어는 부활했다. 제니퍼 애니스톤과 출연한 <머더 미스터리>는 3일 만에 3080만 사용자가 시청하며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신기록을 수립했다. 샌들러는 전성기를 다시 누리는 것을 넷플릭스의 공으로 돌렸다. 최근 ‘인디와이어’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넷플릭스가 전 세계 가정에 침투하는 능력 덕분에 자신이 다시 유명해졌으며, 테드 사란도스 CCO와 넷플릭스 사람들과 친구가 되었다”고 말했다. 샌들러는 올해 토론토영화제에서 공개한 신작 <언컷 젬스>에서 진지한 드라마 연기에 도전했고, 영화와 그의 연기 모두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샌들러의 신작을 넷플릭스가 놓칠 리가 없다. <언컷 젬스>는 미국을 제외한 지역에서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다.
<프렌즈>는 리유니언 쇼도, 리부트도 안 한다
- 마르타 카우프먼 (<프렌즈> 제작자)
최근 몇 년간 예전에 인기 있던 작품이 돌아오는 경우가 많아졌다. <로잔느>가 (<코너스>로 바뀌었지만) 부활했고, <윌 앤 그레이스>가 다시 돌아와 좋은 반응을 얻었다. <소프라노스>는 프리퀄 영화를 만들고, 심지어 <베버리힐스 아이들>는 옛 출연진이 모여 속편을 만들었다. 이런 경향 덕분에 팬들은 내가 좋아하는 작품도 부활할 것이라 기대할 법한데, 혹시 <프렌즈> 팬이라면 기대를 접는 게 좋겠다. 최근 방영 25주년 기념행사에서 크리에이터 마사 카우프먼은 <프렌즈>는 어떤 형태로든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 못 박았다. 이유는 두 가지인데, 하나는 “<프렌즈>는 친구가 가족이던 삶의 한때를 그린 것이며, 가족이 생기면 우선순위가 변하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시대가 변해서 “뭘 해도 예전만큼 사랑받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카우프먼은 “이미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제대로 다 했고, 부활한다 해도 예전처럼 매력적이지 않을 것”이라 설명했다. 그의 말대로 추억은 추억으로 남겨야 아름다울지도 모르겠다.
자녀에게 <스파이더맨> 틀어주고 <데드풀>이라 속이세요
- 라이언 레이놀즈
‘현실 데드풀’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입담이 좋은 라이언 레이놀즈. 그런 그가 한 네티즌에게 전한 재치 있는 한마디가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었다. 최근 한 네티즌이 SNS로 라이언 레이놀즈에게 마블을 사랑하는 아들과 <데드풀>을 같이 봐도 되겠느냐고 물었다. 언뜻 보기에는 평범한 팬의 질문처럼 보이지만, 문제는 그녀의 아들이 고작 4살이란 점이었다. 다소 황당한 질문임에도 레이놀즈는 “2002년작 <스파이더맨>을 틀어주고 <데드풀>이라고 속이세요. 제 아이들에게도 사용한 방법입니다. 거짓말할 땐 아이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 잊지 마세요”라고 경험에서 우러난 조언(?)을 전하면서 많은 이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했다. 빨간색과 검은색으로 이루어진 슈트에 수다스러운 입담이 비슷해 코믹스에서도 환상의 콤비를 이루었던 데드풀과 스파이더맨이라면 어린아이가 헷갈릴 수도 있을 법하다. 아 참, 질문을 올린 당사자가 농담이었다고 하니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지는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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