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언론들이 우리의 영화 산업 규모가 전 세계에서 4위에 위치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맞는 말이긴 합니다. 영국의 시장조사업체 IHS Markit은 2019년 기준 나라별 영화산업 규모가 미국, 중국, 일본에 이어 한국이 4위에 위치해 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죠. 하지만 이 기준은 단지 극장 박스오피스 즉 영화산업에서의 1차 시장만을 기준으로 한 것이지요.

영화진흥위원회에서 펴낸 ‘2019년 미국영화산업 결산보고서’를 보면, ‘전 세계 영화산업 규모는 2019년 기준 1010억 달러, 2015년과 비교해 전 세계 박스오피스 수입이 8% 증가했고, 홈/모바일 엔터테인먼트 시장은 디지털 콘텐츠 수요 급증으로 62% 성장했다’고 합니다. 극장 박스오피스를 포함한 전체 수익으로 따진 것인데, 이를 기준으로 시장을 다시 살펴보면, (영진위 발표상) 우리의 전체시장은 약 50억 5000만 달러 정도 된다고 합니다. 이 수치는 전 세계 영화산업 규모의 약 5%대로 10위권 밖에 존재하게 되죠. 북미시장이 약 674억 달러로 1위인데 전체에서 과반이 넘는 약 67%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차트의 선별과정에서 오해와 착각이란 것은 있을 수 있다고 봅니다. 우리나라의 영화산업 구조를 잠시 살펴보면, 다른 나라에 비해 전체 수익에서 극장이 차지하는 비율이 약 76%나 될 정도로 극장 의존도가 매우 높을 뿐만 아니라 자국영화 점유율도 높아 할리우드 영화만으로 극장 관객을 유지하고 있는 다른 나라보다는 확실히 관객이 많다고 하겠습니다. 1인당 관람회수도 4.37회로 세계 최고 수준이고요. 이 수치가 주는 나름의 자부심은 어느 정도 존재하리라 봅니다. 하지만 지금의 영화 시장은 이미 변화의 한가운데 있습니다.

북미시장을 보면 극장(로컬)이 약 17%, 수출이 약 46%, 라이선스를 통한 부가시장이 약 37%로 극장(로컬)이 차지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매우 적습니다. 다른 많은 나라들도 이처럼 부가시장이 극장(로컬)시장을 앞지른 지 오래되었죠. 우리처럼 극장이 차지하는 비율이 비대한 나라는 거의 전무하다 하겠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최근 OTT(Over The Top) 서비스로 인한 위기의식에 있어서도 서로 다른 온도차를 보이게 됩니다. OTT로 바로 가도 상당부분 수익을 보존해 줄 수 있는 미국과 달리 우리에게 있어 위기감은 더 클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 같은 경우는 극장을 패스하고 부가시장으로 바로 갔다가는 본전도 찾기 힘들어집니다.

우리는 아직 세계 추세에 발맞출 준비가 덜 된 상태임에 분명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극장이라도 먼저 살려내야 하는데, 국내 배급사들의 지나친 소심함 때문에 올여름 절호의 찬스를 그대로 놓친 듯합니다. 우리는 다른 나라에 비해 자국영화 점유율이 매우 높은 나라입니다. 이 좋은 무기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용 한번 못 해보고 눈치작전만 피다 이도 저도 아닌 꼴이 된 듯합니다. 불안하기만 하면 삼십육계부터 쓰는 국내 배급사들, 그동안 극장 수익에만 기대어 안주했던 탓일까? 감도 촉도 잃고 겁쟁이들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런 그들로 인해 있는 관객마저 극장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합니다.

극장들로써도 올여름 기회를 놓치는 바람에 위기감이 배가 되어 돌아왔습니다. 지금 세계적 영화산업 추세는 영화 배급사와 온라인 스트리밍 기업이 함께 극장 시장과 홈 엔터테인먼트를 결합시켜 새로운 생태계를 창조하려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는 중입니다(이를 좋게 평가하든 나쁘게 평가하든 간에 현재 이렇게 진행 중에 있습니다). 이는 극장 위주의 전통적 비즈니스가 해체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이고 부가로만 여겼던 디지털 스트리밍 시장이 향후에는 메인으로 등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하겠습니다. 극장의 아성이 무너질 수 있다는 것 즉 극장산업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극장이 위기라면 국내 OTT라도 건재해야 하는데, 실상을 그렇지가 않습니다. 코로나19가 OTT에 날개를 달아 주었다고 하지만 그것은 글로벌 업체에만 해당되는 이야기입니다. 국내 OTT의 가장 큰 문제는 콘텐츠 수급이라 할 수 있는데 하필 경쟁 상대가 어마어마한 글로벌 업체들이다 보니, 몇십조원을 콘텐츠에 투자하겠다는 글로벌에 맞서 겨우 몇천억을 가지고 승부를 해야 할 상황입니다. 비유가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몇백만의 대군을 이끌고 온 적을 단 몇천명으로 막아야 하는 상황과 같다고나 할까. 거기다 하필 정면승부 밖에는 달리 방법도 없어 보이니, 승부는 하나 마나 뻔해 보입니다.

국내 영화산업 플랫폼을 지탱하고 있던 극장과 그리고 국내 OTT마저 굴복한다면 누가 좋아 할까? 할리우드는 탄생부터 세계시장을 노리며 시작했고 그들에게 있어 첫 기회는 제1차 세계대전으로 유럽이 전쟁으로 인해 초토화되어 영화산업이 마비되었을 때죠. 덕분에 그들은 스튜디오를 확장시켜 세계시장을 정복합니다. 이후 이렇다 할 기회가 추가로 오지 않던 중에 지금 절호의 기회가 도래하였으니 이 기회를 놓칠 리 없어 보입니다. 극장에만 안주하고 있던 국내 배급사들은 그들 영화를 당연히 글로벌에서 받아 줄 것이라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국내 메이저 배급사들의 이러한 안일함이 우리 영화산업을 절체절명의 위기에 봉착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마음이 들어 매우 유감스럽습니다.


글 | 이하영

하하필름스 대표, 《영화 배급과 흥행》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