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하반기 <킹스맨: 골든 서클> <블레이드 러너 2049> <토르: 라그나로크>에 이어 최근 개봉작 <레디 플레이어 원>에 이르기까지. 큼지막한 개봉작들 속 눈에 띄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여성 악역의 활약이 도드라진다는 것. 각기 화려한 개성으로 무장한 최근 개봉작 속 여성 악역들과 함께, 아이콘으로 남은 역대 할리우드 속 여성 악역들을 한자리에 모아봤다. 스크롤을 내릴수록 막강한 악역들이 등장할 예정이다. 리스트에 빠져 아쉬운 악역들이 있다면 댓글로 남겨주시길!

* 경고! 캐릭터 설명을 위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포피
킹스맨: 골든 서클, 2017

개봉 전부터 <킹스맨> 시리즈 팬들을 열광시킨 캐릭터. 포피(줄리안 무어)는 1950년대 아메리칸 라이프 스타일에 푹 빠져 사는 빌런이다. 국제적 범죄 조직 골든 서클의 수장. 캄보디아의 울창한 숲속에 자신만의 공간 포피랜드 구축하고 인류를 멸망시키기에 적합한 마약을 유통한다.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이들을 눈 하나 깜빡 안 하고 처리하는 사이코패스. 애용하는 사형 기구 중 하나는 분쇄기고, 주로 만드는 요리는 인육으로 만든 햄버거니 말 다했다. 그런데 그게 다다. 줄리안 무어표 악당이 이렇게 싱겁기도 어려울 텐데, 매튜 본 감독이 그 어려운 걸 해냈다. 캐릭터는 확고했으나 활약이 영 시원찮아 아쉬웠던 악당.

킹스맨: 골든 서클

감독 매튜 본

출연 태런 에저튼, 줄리안 무어, 콜린 퍼스

개봉 2017 영국,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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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날레
레디 플레이어 원, 2018

가상세계 오아시스를 집어삼키려는 거대 기업 IOI의 행동대장. 피날레(해나 존-케이먼)는 IOI에게 빚을 진 채무자들을 추적하고, 그들을 IOI의 노예 직원으로 만드는 인물이다. 모두가 가상현실에서 치고받는 사이, 유일하게 현실에서 승부를 보는 캐릭터. 가상현실 세계를 유영하던 관객들을 훅 치고 들어와 쫀득한 긴장감을 부여한다. 피날레를 연기한 해나 존-케이먼은 짧은 필모그래피 속에서 줄곧 악역을 연기해왔다. 차기작 속에서도 여성 빌런 계보를 이어갈 예정. 그녀는 <앤트맨과 와스프>(2018)의 메인 빌런 고스트를 연기했다. 아래 소개할 <토르: 라그나로크>의 헬라를 이은, MCU의 두 번째 메인 여성 빌런이다.

레디 플레이어 원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출연 마크 라이런스, 사이먼 페그, 올리비아 쿡, 타이 쉐리던, 벤 멘델슨, T.J. 밀러

개봉 2018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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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블레이드 러너 2049, 2017

레플리컨트를 생산하는 월레스 사의 CEO, 니안더 월레스(자레드 레토)의 비서인 줄로만 알았던 그녀. 러브는 월레스가 원하는 모든 일을 수행하는 그의 비서 겸 심복인 레플리컨트다. 케이(라이언 고슬링)의 행방을 숨긴 그의 상사 조시(로빈 라이트)를 살해하는 순간부터 그녀의 무자비한 악행이 시작된다. 지침이란 없는 괴력의 연속. 그녀의 팔 다리에 이리저리 내쳐지는 인물들을 보고 있자면 보는 사람이 아플 정도다. 이름의 뜻과 정반대로 제 목표를 향해 끝없이 폭주하는 러브. 그녀의 얼굴 위로 스친 각양각색 표정들이 그녀를 더 입체적인 레플리컨트 캐릭터로 만들었다.  

블레이드 러너 2049

감독 드니 빌뇌브

출연 라이언 고슬링, 해리슨 포드

개봉 2017 영국, 캐나다,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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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퀸
어사이드 스쿼드, 2016

그녀의 악행을 악행으로 받아들일 자가 몇이나 될진 모르겠지만, 독보적인 존재감만은 확실한 DC의 얼굴. 할리퀸(마고 로비)은 조커(자레드 레토)의 정신과 진료를 담당하다 그와 사랑에 빠져 빌런이 된 캐릭터다. 배트맨에게 잡혀 감옥에 간 할리퀸은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멤버가 되어 지구를 구하는 악당이 된다. 늘 딴 곳에 정신이 팔려있지만, 전투 상황에선 누구보다 빠르게 야구배트를 휘둘러 적을 패대기쳐야 직성이 풀리는 인물. 정상이 아닌 것만은 확실한 그녀의 정신세계가 할리퀸의 매력을 확장시킨다. 마고 로비는 할리퀸을 연기하며 할리우드의 퀸이 됐다. 할리퀸으로 돌아올 차기작만 무려 네 편. DC의 여성 빌런 포이즌 아이비, 캣우먼과 함께 등장할 <고담 시티 사이렌스>, 제목 미정의 조커-할리퀸 에피소드, 할리퀸 단독 영화, <수어사이드 스쿼드 2>로 관객들을 찾아올 예정이다.

수어사이드 스쿼드

감독 데이비드 에이어

출연 마고 로비, 윌 스미스, 자레드 레토, 카라 델레바인, 제이 코트니

개봉 2016 미국, 캐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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캣우먼
배트맨2, 1992

할리퀸이전엔 캣우먼이 있었다. DC의 빌런과 히로인을 넘나드는 캐릭터. 그간 많은 배우가 캣우먼을 연기했지만 레전드로 남은 건 <배트맨2> 속 미셸 파이퍼가 연기한 캣우먼이다. 부패한 재벌 맥스 슈렉(크리스토퍼 월켄) 비서로 일하고 있던 셀레나는 회사 기밀을 알아버렸다는 이유로 고층 빌딩에서 슈렉에게 떠밀려 죽음의 위기를 맞이한다. 길고양이들의 힘으로 아홉 개의 목숨을 얻고 캣우먼으로 거듭난 그녀는 자신을 떠민 세상에 복수를 다짐한다. 천진난만한 비서에서 광기 어린 빌런으로의 재탄생. 미셸 파이퍼의 뇌쇄적인 분위기와 흔들림 없는 연기가 캐릭터에 입체감을 더했다.

배트맨 2

감독 팀 버튼

출연 마이클 키튼, 대니 드비토, 미셸 파이퍼, 크리스토퍼 월켄

개봉 1992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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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로레스 엄브릿지
해리포터 시리즈

스크린 속 그녀의 악행을 접한 사람이라면, 그녀의 사진만 봐도 손등이 아려올 것. 돌로레스 엄브릿지(이멜다 스턴톤)는 <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에서 마법부 차관이자 호그와트의 장학사, 후엔 덤블도어를 밀치고 호그와트의 임시 교장 자리까지 꿰차는 인물이다. 보는 사람 화나게 만드는 능력이 탁월한 빌런. 권력에 힘입어 제멋대로 말도 안 되는 일은 다 벌이는 노답형 인물이다. ‘어둠의 방어술수업에선 실전보단 이론을 강조하며 학생들의 시간을 쓸모없게 만들고, 제 마음에 들지 않은 교수는 멋대로 내쫓으며, 체벌을 빌미 삼아 폭력적인 마법으로 학생들을 괴롭힌다. 싫어할 수밖에 없는 모든 요소로 똘똘 뭉친 인물. 어쩐지 현실에서 만날 수 있을 것 같아 더 끔찍한 악역이기도 하다.

해리 포터와 불사조 기사단

감독 데이빗 예이츠

출연 다니엘 래드클리프, 엠마 왓슨, 루퍼트 그린트

개봉 2007 미국, 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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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라트릭스 레스트랭
해리포터 시리즈

“I Killed Sirius Black!”(내가 시리우스 블랙을 죽였다!) 사진만 봐도 그녀의 목소리가 생생히 들리는 듯하다. 벨라트릭스 레스트랭(헬레나 본햄 카터)은 볼드모트(랄프 파인즈)의 확고한 오른팔이다. 잔인한 고문은 물론 공감 능력이란 찾아볼 수 없는 사이코패스. 눈을 희번덕 뒤집으며 광기를 표출하던 장면이나, 살인을 저지르고 활짝 웃으며 뛰어다니던 장면, 고인이 된 마법사들을 능욕하는 장면 등을 떠올려보면 어쩐지 볼드모트보다 더 무시무시한 악당인 것 같기도 하다. 스크린 속 벨라트릭스 레스트랭은 원작 속 캐릭터보다 훨씬 더 선명하고 생동적이라는 평을 받았다. 모든 게 헬레나 본햄 카터의 완벽한 연기 덕이다.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 - 2부

감독 데이빗 예이츠

출연 다니엘 래드클리프, 엠마 왓슨, 루퍼트 그린트

개봉 2011 영국,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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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라
토르: 라그나로크, 2017

토르(크리스 헴스워스)의 묠니르를 한 손으로 부순 자. 죽음의 여신 헬라(케이트 블란쳇)오딘(안소니 홉킨스) 첫 번째 자식이자 토르와 로키(히들스턴) 누나다. 아버지 오딘이 죽자 아스가르드의 왕좌를 차지하고자 하는 인물. 토르와 헐크(마크 러팔로)가 힘을 합쳐도 당해내지 못하던 초강력 빌런이다. 캐스팅은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다. 케이트 블란쳇이 지닌 포스는 MCU의 모든 캐릭터를 압도할 만큼 강력하다. 흑발의 헬라는 가만히 서있는 것만으로도 좌중을 압도하는 능력을 지녔다. 재기 발랄한 MCU 세계에서 고상한 품위를 느낄 수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대사와 제스처 하나하나에서 우아함이 뚝뚝 떨어지는 빌런의 탄생.

토르: 라그나로크

감독 타이카 와이티티

출연 크리스 헴스워스, 톰 히들스턴, 케이트 블란쳇, 마크 러팔로

개봉 2017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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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 윌킨스
미져리, 1990

바락바락 악을 지를 때보다 밝게 웃는 모습이 더 무서운 캐릭터. 애니 윌킨스(케시 베이츠)는 소설 <미저리>의 작가 폴 쉘던(제임스)의 광팬이다. 눈보라에 휩쓸려 교통사고를 당한 그를 구조해 본인의 집에서 간호하는 인물. 흠. 여기서 그치면 악역이 아니다. 그녀는 그를 집에 가둔 채 자신이 원하는 방향대로 소설을 쓰도록 강요하고, 도망 가려는 그의 발을 망치로 내리칠 정도로 잔인한 인물이다. 집착과 광기의 끝판왕. 극과 극을 오가는 케시 베이츠의 완벽한 연기가 극에 흡인력을 더했다. 케시 베이츠는 이 작품으로 1991년 아카데미와 골든글로브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미져리

감독 로브 라이너

출연 제임스 칸, 캐시 베이츠

개봉 1990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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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드레드 렛체드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1975

교도소에서 정신병원으로 이송된 범죄자 맥머피(잭 니콜슨). 교도소보다 정신병원 생활이 쉬울 것이란 그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간다. 정신병원에 수감된 모든 이들이 간호원 랫체드(루이즈 플레쳐)의 완전 통제 아래 병원의 규율에 길들여져 살고 있었던 것. 맥머피는 앞장서서 몇 번의 일탈을 시도하지만, 그를 호락호락하게 봐줄 랫체드가 아니다. 랫체드는 환자들 사이에서 권력을 쥐고, 조곤조곤한 말투로 아픈 곳을 공략하며 그들의 자존감과 인간성을 말살시킨다. 병동의 안정을 이유로, 아무런 감정의 동요 없이 환자들의 정신을 죽이는 사이코패스.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는 제48회 아카데미에서 5관왕을 달성했다. 잭 니콜슨과 루이즈 플레쳐가 함께 그해 주연상의 트로피를 쥐었다. 데뷔 이래 10년 넘게 별다른 활약을 보이지 못하던 루이즈 플래쳐의 내공이 빛난 작품. 넷플릭스에선 간호사 랫체드의 과거를 다룬 프리퀄 드라마 <랫체드>를 제작할 예정이다. <노예 12년>, <캐롤>의 사라 폴슨이 랫체드 역에 캐스팅됐다.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감독 밀로스 포만

출연 잭 니콜슨

개봉 1975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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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유은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