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못하는 동물들이 보여주는 연대의 힘, 애니메이션 〈플로우〉

애니메이션 영화 〈플로우〉 속 한 장면 [판씨네마 제공]
애니메이션 영화 〈플로우〉 속 한 장면 [판씨네마 제공]

올해 미국 골든글로브와 아카데미 시상식 장편 애니메이션 부문에서 예상을 뒤엎는 결과가 나왔다. 디즈니의 〈모아나 2〉, 디즈니·픽사의 〈인사이드 아웃 2〉, 드림웍스의 〈와일드 로봇〉 등 할리우드 대형 스튜디오 작품들을 제치고 라트비아 독립영화 〈플로우〉가 두 시상식 모두에서 트로피를 차지한 것이다.

이는 인구 187만 명에 불과한 라트비아 영화가 미국 주요 영화상을 수상한 최초의 사례다. 또한 독립 애니메이션이 오스카 애니메이션 부문에서 수상한 것도 전례 없는 일이다.

〈플로우〉의 제작비는 350만 유로(약 55억원)로, 〈인사이드 아웃 2〉(2천900억원)의 2%에도 미치지 못하는 규모다. 긴츠 질발로디스 감독은 연출, 각본, 작화, 편집, 음악까지 영화 제작 전반을 거의 혼자 담당했다.

대형 스튜디오 작품들이 철저한 분업 체계 아래 수년간 1억 달러(약 1천400억원) 이상의 제작비와 그에 맞먹는 홍보비를 투입하는 것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애니메이션 영화 〈플로우〉 속 한 장면 [판씨네마 제공]
애니메이션 영화 〈플로우〉 속 한 장면 [판씨네마 제공]

〈플로우〉는 대사 없이 오직 영상과 음악만으로 이야기를 전달한다. 주인공은 숲속에 홀로 사는 검은 고양이로, 홍수로 범람한 강물에 떠밀려온 작은 배에 우연히 탑승하면서 모험이 시작된다.

이후 개, 카피바라, 여우원숭이, 뱀잡이수리 등 다양한 동물들이 배에 합류한다. 생김새와 습성이 전혀 다른 이들은 처음에는 공동생활에 어려움을 겪는다. 영역 동물로서 혼자 지내는 것에 익숙한 고양이는 늘 초긴장 상태를 보인다.

하지만 폭우와 거친 파도 속에서 서로 의지하며 점차 깊은 우정을 형성해 나간다. 위기 상황에서 동료들과 함께 힘들게 사냥한 먹이를 나누고 위험에 처한 동료를 구하는 과정을 통해 성장해 나간다.

애니메이션 영화 〈플로우〉 속 한 장면 [판씨네마 제공]
애니메이션 영화 〈플로우〉 속 한 장면 [판씨네마 제공]

거대한 위기 속에서 인간들이 서로 화합하지 못하는 모습과는 달리, 동물들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영화 〈플로우〉에서는 동물들이 처음에는 서로를 경계하고 두려워했으나,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고 포용하면서 친구가 되어간다. 이러한 연대의 힘은 이들을 지속적으로 생존하게 만든다. 이 과정에서 동물들은 말 한마디 없이도 사람보다 더 나은 존재임을 생각하게 한다.

영화 속 캐릭터들의 눈빛과 몸짓, 그리고 행동은 매우 실감 나게 표현되어 관객들이 자연스럽게 동물들의 세계에 빠져들게 한다. 질발로디스 감독은 각 동물의 특성을 세밀하게 관찰하여 매력적인 작화로 이를 표현했다.

또한 실사 영화와 견주어도 손색없는 자연의 풍광 묘사는 시각적 즐거움을 선사한다. 특히 고양이가 바다에 뛰어들어 열대어를 잡는 장면이나, 동물의 죽음을 신비롭게 표현한 시퀀스는 관객들에게 경탄을 자아내기도.

애니메이션 영화 〈플로우〉 속 한 장면 [판씨네마 제공]
애니메이션 영화 〈플로우〉 속 한 장면 [판씨네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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