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프텔 [라프텔 제공]](https://cdn.www.cineplay.co.kr/w900/q75/article-images/2025-08-13/60144b05-0fce-4813-9da4-0e25fcc7f8a0.jpg)
토종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들이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공룡에 밀려 줄줄이 적자와 가입자 감소로 고전하는 가운데, 일본 애니메이션에 특화한 '라프텔'이 월간활성이용자수(MAU) 100만 명을 돌파하며 특화 전략의 성공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12일 앱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라프텔의 올해 7월 국내 앱 MAU는 101만 8889명으로 전월(87만 8227명) 대비 15.9% 급증했다. 통계 집계 이후 처음으로 MAU가 100만 명을 넘긴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라프텔의 성장 궤적은 매우 인상적이다. 2021년 3월 MAU가 60만 명대에 머물렀던 라프텔은 완만하지만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여왔다. 특히 올해 6월까지 80만 명대 후반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되던 MAU가 지난달 한 달 만에 14만 명 이상 급증한 것은 특정 계기나 콘텐츠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이는 영화·드라마·예능 등 다양한 장르를 제공하는 대형 OTT들이 부진한 상황에서 특정 장르에 집중해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가는 매우 드문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틈새 시장 공략이 얼마나 효과적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교과서적 성공 모델이다.
라프텔은 2016년 OTT 형태로 출범해 현재 월 9900원(스탠다드 기준)의 유료 구독제로 운영하고 있다. 다른 OTT 플랫폼들이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저가 정책을 펼치는 것과 달리, 라프텔은 프리미엄 서비스에 집중하고 있다.
모든 작품을 광고 없이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 핵심 차별화 포인트다. 또한 딥러닝 기반 추천 알고리즘을 통해 이용자 취향에 맞는 애니메이션을 정교하게 제안한다. 이 기술 덕분에 이용자들은 '시즌별 신작'뿐 아니라 자신이 좋아할 만한 구작이나 숨겨진 명작을 쉽게 발견할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
라프텔의 성공 배경에는 모회사 애니플러스의 강력한 유통 네트워크가 있다. 애니플러스는 일본 신작 애니메이션의 70~80%를 국내에 들여오는 독보적인 유통망과 판권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2023년에는 경쟁사 애니맥스를 인수해 케이블 채널 점유율을 85%까지 끌어올리며 시장 지배력을 더욱 공고히 했다. 덕분에 라프텔은 '귀멸의 칼날', '진격의 거인', '하이큐' 등 메가 히트작들을 독점 공급받으며 탄탄한 코어 팬층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러한 독점 콘텐츠 확보력은 국내 OTT 중 드물게 흑자를 기록하는 핵심 동력이 되고 있다. 다른 토종 OTT들이 콘텐츠 확보를 위한 과도한 투자로 적자에 시달리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최근 라프텔은 단순 유통을 넘어 자체 제작 확대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BL(보이즈러브) 장르 제작 경험을 바탕으로, 올해 5월 첫 성인 여성향 로맨스 애니메이션 '붉은여우'를 선보였다.
네이버 웹툰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동양풍 세계관과 섬세한 감정선을 결합해 기존 일본 애니메이션 팬층을 넘어 20~30대 여성 웹툰 독자들까지 새로운 고객으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실제로 라프텔의 지난달 이용자 중 여성 비율은 약 60%로 남성보다 높게 나타났다. 이는 전통적으로 남성 중심이었던 애니메이션 시장에서 여성 이용자 확대라는 새로운 성과를 보여주는 의미 있는 변화다.
해외 시장 공략에서도 라프텔은 빠른 성과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동남아시아(말레이시아, 태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필리핀, 싱가포르) 6개국에 진출한 지 1년 만에 현지 MAU 30만 명을 확보했다.
올해 2월에는 현지에서도 유료 구독 상품을 도입했으며, '호랑이 들어와요', '피라미드 게임' 등 웹툰 기반 애니메이션 제작 프로젝트를 통해 IP(지식재산권) 내재화를 강화하고 있다.
제작·유통·2차 소비로 이어지는 완전한 밸류체인을 구축해 글로벌 팬덤과의 접점을 넓히는 전략이 주효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애니플러스 관계자는 라프텔의 성공 요인에 대해 '애니메이션은 드라마 등과 달리 충성 팬덤이 강해 플랫폼 이동이 적고, 동일한 작품이 여러 곳에 있어도 라프텔에서 보는 습관이 자리 잡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불법·무료 시청을 기피하는 팬 성향으로 이용자 기반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는 애니메이션 팬들의 독특한 문화적 특성이 유료 구독 모델의 성공에 큰 도움이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동남아 시장의 경우 '불법 콘텐츠 비중이 높고 유료 구독 문화가 취약하지만, 광고 시청 후 합법적으로 무료 이용이 가능한 모델로 자연 유입을 유지하고 있다'며 현지 상황에 맞는 유연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라프텔의 성공과 대조적으로 다른 토종 OTT들의 부진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1세대 OTT로 불리던 왓챠는 이달 초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가는 극단적 상황에 직면했다.
CJ ENM의 티빙 역시 지난해 누적 적자가 1000억 원대에 달하는 등 심각한 경영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티빙과 웨이브는 올 하반기 합병을 통해 넷플릭스에 맞서겠다고 발표했지만, 지상파 콘텐츠 독점권 상실과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 축소로 반등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한편 넷플릭스는 올 상반기 국내 구독률 54%를 기록하며 시장을 완전히 장악한 상태다. 최근에는 네이버 멤버십 제휴 효과까지 더해져 이용자 수와 충성도를 동시에 끌어올리고 있어, 토종 OTT들과의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
OTT 업계의 한 관계자는 '넷플릭스가 시장을 장악한 상황에서 차별화된 콘텐츠와 서비스 전략 없이는 경쟁이 갈수록 힘들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라프텔의 성공 사례는 국내 OTT 업계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플랫폼과의 정면승부보다는 특정 장르나 타겟에 집중하는 특화 전략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다 하려고 하다가 아무것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황보다는, 한 분야에서 확실한 경쟁 우위를 확보하는 것이 지속가능한 성장의 열쇠라는 교훈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라프텔이 일본 애니메이션뿐만 아니라 한국 웹툰을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 제작까지 확대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K-콘텐츠의 글로벌 인기와 일본 애니메이션의 제작 노하우를 결합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유통업체에서 콘텐츠 제작사로의 전환을 통해 부가가치를 극대화하는 전략으로, 향후 더욱 큰 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동남아시아에서 보인 빠른 성장세는 라프텔의 글로벌 확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다.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가 갖는 문화적 보편성과 K-콘텐츠의 인기가 결합되면서 해외 시장에서도 충분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앞으로 더 많은 지역으로 서비스를 확대하고 현지화 전략을 강화한다면, 글로벌 애니메이션 스트리밍 플랫폼으로 성장할 가능성도 열려있다.
라프텔의 성공은 국내 OTT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한 새로운 전략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넷플릭스와의 무분별한 경쟁보다는 자신만의 고유한 영역을 구축하고, 해당 분야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다.
또한 단순한 플랫폼 사업에서 벗어나 콘텐츠 제작과 IP 개발까지 아우르는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의 전환이 필요함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다른 토종 OTT들이 참고해야 할 중요한 성공 모델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라프텔의 MAU 100만 돌파는 단순한 수치상의 성과를 넘어서, 토종 OTT가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전략적 방향을 제시하는 의미 있는 이정표다. 특화와 차별화를 통한 성장 모델이 국내 콘텐츠 산업 전반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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