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42만의 관객을 동원하며 예상치 못한 흥행 돌풍을 일으킨 영화 〈엑시트〉의 이상근X임윤아 조합이 영화 〈악마가 이사왔다〉로 다시 돌아왔다. 이번 작품에서 임윤아는 단정하고 청순한 스타일의 ‘낮선지’와 아무도 말릴 수 없는 난동으로 히스테릭한 모습을 보이는 ‘밤선지’를 연기하며 사실상 1인 2역 연기에 도전했다. 이제 임윤아는 배우로서 제 역할을 하는 것을 넘어서서 작품 전체를 이끌어가는 배우로 성장하고 있다. 임윤아 배우를 만나 작품과 인물 선지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영화 〈악마가 이사왔다〉의 개봉을 앞둔 소감이 궁금합니다.
저도 며칠 전에 영화를 처음 봤거든요. 시나리오를 볼 때 느꼈던 묘하면서도 따뜻한 감독님의 색이 잘 전달되기를 바라면서 그게 어떻게 나왔을지 궁금한 마음으로 봤는데, 너무 잘 담겨 있는 것 같더라고요. 이 작품을 어떻게 바라봐 주시고, 해석하실지 보시는 분들의 후기가 더 궁금해지는 작품이었던 것 같아요.
이 작품의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는 어떤 느낌이 드셨는지 궁금하고요. 시나리오의 어떤 부분에 끌려서 출연을 선택하셨는지도 함께 말씀해 주세요.
우선 한 작품에서 다양한 모습을 보일 수 있다는 점에 있어서 내가 재미있게 표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물론 이전에 〈엑시트〉를 같이 했던 이상근 감독님이 연출하기 때문이 컸죠. 감독님과 호흡을 맞췄던 기억이 좋게 남아 있어서요. 그 부분도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이걸 이상근 감독님이 표현한다면 감독님의 색깔로 잘 표현하지 않을까라는 기대가 있었어요. 무엇보다 이 선지라는 캐릭터의 서사와 감독님 특유의 뿌린 떡밥들을 끝까지 가면 다 완벽하게 회수 하시는 그런 구조가 굉장히 흥미로웠어요. 이런 점들에 끌려서 선택했습니다.

관객분들은 배우님의 악마에 빙의된 연기와 밤에 등장하는 악마 선지의 웃음소리를 많이 기억할 것 같아요. 그래서 ‘밤선지’의 웃음소리와 말투는 어떻게 정한 건지 궁금해요.
감독님과 얘기를 많이 했어요. 감독님의 머릿속에 밤선지 캐릭터의 이미지가 확실히 그려져 있어서 그걸 감독님이 좀 표현해 주시고 같이 연습도 해보고, 감독님의 연기를 제가 따라도 해보면서 탄생한 웃음소리인데요. 처음부터 그 웃음소리가 잘되지는 않았어요. 자연스럽게 구사할 수 있을 때까지 계속 연습하는 작업을 하다 보니 어느 정도의 톤으로 어떤 웃음을 또 얼마만큼 웃을 것인지 정할 수 있었어요. 웃음 하나가 잡히고 나니까 밤선지에 대한 톤의 기준도 잡혔어요.

성동일 배우가 ‘응답하라’ 시리즈를 하셔서 ‘개딸 아버지’ 전문이시잖아요. 이번에도 밤선지를 능숙하게 잘 받아 주셨던 거 같은데, 함께하시면서 어떠셨어요?
실제로 만난 적은 없는데 TV에서 많이 봐서 괜히 내적 친밀감이 있는 그런 분들이 몇 분 계시거든요. 성동일 배우님을 뵙자마자 너무 알고 지냈던 사람처럼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했어요. 그런 되게 신기한 마음이 들었어요.
근데 선배님이 진짜 (연기하시면서) 딱히 뭔가를 꾸며내지 않으심에도 불구하고, 그냥 말 한마디 하시는 것만으로도 자연스럽고 웃음을 짓게 만들어 주시는 그런 능력과 매력을 가지신 거예요. 옆에서 같이 호흡하면서 되게 신기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그리고 그 ‘개딸’ 계보에 저도 이제 들어가게 된 것 같아서 뿌듯한 느낌이 괜히 들더라고요. ‘나도 이제 합류하나?’ 이런 느낌?
※ 아래 세 개의 문답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실 낮에 만날 수 있는 선지와 새벽 2시쯤에 등장하는 악마 선지의 성격이 정반대라서 1인 2역 연기를 한 것 같아요. 좀 남다르고 어려운 도전이었을 것 같은데, 이번에 연기하실 때는 어떠셨어요?
제가 생각했을 때는 1인 2역이 아니라 1인 3역이지 않을까 생각해요. 낮선지가 있고, 밤선지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문양’이라는 존재와 악마라는 존재로 나뉘는 거죠. 근데 밤선지가 정말 무서운 진짜 악마가 아니라 자기가 받았던 사람들에 대한 상처 혹은 사람에 대한 두려움과 자신의 외로움 이런 것들에 의해서 자기방어적으로 그 두려움을 극복하려고 한 거예요. 자신의 두려움을 감추기 위해 다른 사람들에게 두려운 존재가 되는 거죠. 근데 그 악마를 표현하는 것에서도 문양이는 20살이었기 때문에 좀 어린 소녀 같은 느낌이 남아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그래서 좀 더 어린아이같이 보일 수 있도록 연기했어요.
밤선지가 단순히 재미를 주기 위한 캐릭터가 아니라 숨은 사연이 있잖아요. 굉장히 히스테릭한 모습을 보이지만, 내면에는 아픔을 갖고 있는 캐릭터인데, 시나리오를 보면서 이 캐릭터의 심리적인 요소는 어떻게 그려내려고 노력하셨는지 궁금해요.
극 중에서 퇴마사가 “너 악마라고 속이고 다녔어”라는 얘기를 하는 순간이 쟤가 진짜 악마가 아니라 악마인 척하고 다녔던 거구나라고 관객분들에게 어떤 해소되는 순간일 거라고 느껴졌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영화의 앞부분에서 보여줬던 악마로서의 모습은 뭔가 이 친구가 가진 상처 같은 것들을 다 계산해서 표현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정말 이 아이가 가진 순수함으로만 개구쟁이 같은 모습, 그런 모습으로만 표현이 돼야 지만 뒤로 가면서 이 아이가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 더 이해할 수 있는 부분들이 생겨난다고 생각했어요. 순수함이 묻어나면서도 진짜 귀여운 어린 소녀 같은 모습이 묻어났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었어요.

낮선지와 밤선지를 연기를 통해 차이를 준 것도 있지만, 직관적으로 보이는 건 스타일링의 차이거든요. 스타일링의 차이에도 고민을 많이 하셨을 것 같아요.
밤선지와 낮선지가 정말 바로바로 연달아서 나오다 보니 극명하게 둘의 차이를 보여줘야 더 재미있을 것 같았어요. 낮선지의 경우는 좀 더 차분하고 단정하게, 좀 청순 쪽에 가까운 그런 분위기로 이미지를 잡았어요. 헤어스타일 자체도 생머리나, 포니테일로 묶은 머리로 갔고요. 밤선지 같은 경우는 워낙에 화려하잖아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모든 아이템을 장착하는 것 같고요. 그리고 낮선지는 색깔로 말하자면 약간 파스텔 같은 느낌이라면 밤선지는 좀 원색, 비비드한 컬러를 많이 사용했었고요.
근데 밤선지는 문양이잖아요. 감독님이 말씀해 주시기를 문양이는 100년 전부터 살았던 아이라서 얼마나 많은 트렌드들을 봤겠냐고, 그런 상황 속에서 20대의 마음으로 본인의 취향을 하나하나 장착하다 보니 지금의 스타일링이 완성되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보면 정말 그 나이대의 좀 꾸미기 좋아하는 아이의 스타일링이에요.

이 영화의 코미디 요소의 대부분이 윤아 배우님에게서 다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촬영하시면서 관객들을 웃겨야 한다는 부담감은 없으셨는지 궁금해요.
근데 웃음 포인트 같은 경우는 사람마다 다 다르다고 생각해요. 저희 영화를 재미있게 느껴주신다면 너무 기분 좋은 일인데, 연기하는 입장에서는 ‘이거 웃기겠지’, ‘이거 웃겨야 하는데’ 이런 생각은 안 했던 것 같아요. 진짜 온전히 그 캐릭터의 모습이 잘 묻어나면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진짜 빵빵 터지는 부분도 있는 것 같고, 예측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제가 평소에도 워낙에 그런 코미디 요소를 좋아하기도 하고, 센스 있는 티키타카의 순간들에 피식피식 많이 웃는 편이기도 해서요. 그런 부분이 나오면 그냥 저에게 주어진 그 캐릭터와 대본 안에서 표현해 나가려고 했어요.
원효대교에서 뛰어내리셨잖아요. 익숙하지는 않은 촬영이었을 텐데, 촬영 비하인드를 듣고 싶습니다.
뛰어드는 신이 그냥 한 컷에 끝난 거거든요. 한 번에 끝난 촬영이었는데, 그 한 컷을 위해서 수중 촬영하는 공간에 가서 직접 뛸 때의 포즈나 표정, 타이밍, 카메라의 각도 이런 것들을 감독님하고 같이 여러 번 연습을 하면서 맞추고 나서 촬영했어요. 정말 다양한 포즈들을 해보고 또 해봤는데 극 중의 포즈가 감독님이 가자고 한 거거든요. 그래서 그 모습이 잘 보이게 입수할 수 있도록 여러 번 연습하고 실전에 뛰어들었습니다. 수영도 제가 직접 했고요.

앞서 안보현 배우가 “배우 임윤아는 털털하고 사람 냄새가 나는 사람이라서 덕분에 촬영을 굉장히 편안하게 했다”고 말했는데요. 윤아 배우님께서는 안보현 배우와 함께 작업하시면서 어떠셨어요?
안보현 씨는 사람들을 좀 편안하고 친근하게 다가가게 해 주는 그런 매력이 있더라고요. 처음 만났는데도 불구하고 굉장히 대화도 자유롭게 할 수 있었고, 덕분에 편안한 환경에서 촬영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됐었던 것 같아요. 항상 강인한 이미지를 많이 보여주는 캐릭터들을 많이 했었던 것 같은데, 이번에 길구라는 캐릭터를 통해서 안보현이라는 배우가 가진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촬영하면서 저도 기대가 많이 됐었어요. 실제로 보면서도 길구가 정말 찰떡으로 잘 표현됐다고 생각했어요. 많은 분이 좋아해 주실 것 같아요.

함께 연기했던 다른 배우들도 윤아 배우님 작품을 응원하는 것 같아요. 조정석 배우는 홍보하는 영상에 함께 출연해 주시고, 〈기적〉에 함께 출연했던 박정민 배우는 대표로 있는 출판사에서 이 영화의 각본집을 출간하잖아요. 두 분이 이번 영화 개봉에 앞서서 말씀해 주신 게 있었나요?
우선 정석 오빠는 (출연작 〈좀비딸〉이) 먼저 개봉을 했다 보니 오빠가 잘 이끌어주고,(웃음) 이제 제가 잘 따라가는 모습을 보이겠다는 그런 이야기로 서로 응원을 했고요. 박정민 오빠는 같이 〈기적〉을 할 때 많이 칭찬해 줬었던 기억이 나는데, 이번에 또 각본집을 출판사 ‘무제’의 대표로서 만들어줬는데요. 너무 예쁘게 잘 나온 것 같아서 고마운 마음이 들었어요. 그래서 〈악마가 이사 왔다〉라는 작품을 많은 분이 각본집까지 보시면서 시나리오가 영화로는 어떻게 표현됐는지 보고, 영화를 다시 볼 수 있는 시간도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각본집이 영화의 매력을 잘 담은 것 같아서 저도 받고 나서 너무 예쁘다고 전해줬어요.

최근 2~3년 안에 했던 드라마나 영화 대부분 성적이 좋았어요. 그래서 지금 영화 개봉도 앞두고 있고, 〈폭군의 셰프〉 방영도 앞둔 상황에서 과거와 달리 책임감이나 부담감이 더 크실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이런 부분에서 다르게 느끼시는 부분이 있을까요?
근데 책임감이나 부담감은 작품마다 드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어떤 작품은 그렇고 어떤 건 안 그런 게 아니라 그냥 작품마다 그래요. 〈악마가 이사왔다〉도 그렇고, 〈폭군의 셰프〉도 그렇고, 저는 항상 큰 목표를 두기보다는 눈앞에 주어진 걸 최선을 다해서 해나가자는 편이거든요. 근데 그게 하나하나 잘 쌓이면, 나중에 봤을 때는 전체를 이루어서 탄탄하게 걸어가는 길이 되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고민을 늘 끊임없이 하고, 나중에 돌아봤을 때 아쉬움과 후회가 없도록 그 순간에 최선을 다해서 작품을 만들어 나가자는 마음으로 임해요. 그거에 관한 결과는 제가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지만, 그렇게 해 나가다 보면 스스로의 만족감도 생기는 것 같고, 바라봐 주시는 부분에서도 저의 새로운 면을 캐치해 주시는 분들도 계시는 것 같아요. 그래서 늘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으로 지내고 있습니다.
배우로서 좀 더 다양하게 새로운 캐릭터에도 도전해 보고 싶은 마음도 크실 것 같은데, 새롭게 도전해 보고 싶은 캐릭터가 있으신가요?
저는 딱히 제한을 두고 있는 건 없거든요. 그래서 진짜 다양한 캐릭터들, 제가 또 다른 분위기를 보여드릴 수 있는 다양한 작품들을 해보고 싶어요. 제가 좀 밝고 건강한 이미지를 많이 보여드려서 그런 밝고 통통 튀는 캐릭터들이 더 많이 들어오긴 하는데, 제가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분위기와 면들도 또 있거든요. 아직 보여드리지 못한 게 많은데, 작품을 통해서 혹은 방송을 통해서 윤아한테 이런 면이 있다는 새로운 발견도 하실 수 있게 그런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그래서 기회가 된다면 다른 톤을 가진 장르의 작품들에도 한번 도전해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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