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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수가없다' 이병헌 "콧수염 붙이고 하와이안 셔츠 입은 만수의 모습, 혼란스러웠다"

박찬욱 신작 '어쩔수가없다'서 실직 가장 만수 역

영화 〈어쩔수가없다〉 속 배우 이병헌
[CJ ENM·모호필름 제공]
영화 〈어쩔수가없다〉 속 배우 이병헌 [CJ ENM·모호필름 제공]

박찬욱 감독의 신작 〈어쩔수가없다〉에서 만수는 콧수염을 기르고 하와이안 셔츠를 입고 여유로운 모습으로 첫 등장을 알린다. 그랬던 그가 뜻하지 않게 해고당한 뒤, 재취업을 위해 애쓰는 얼굴에서는 콧수염이 사라진다. 콧수염이 만수 마음의 넉넉한 정도를 시각화한 요소인 셈이다.

이병헌은 24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기자들과 만나 촬영에 본격적으로 들어가기 전 만수의 외양을 시험해보던 때를 떠올리며 "콧수염 붙이고 하와이안 셔츠를 입고 테스트를 했는데, 사진을 보며 남미 카르텔, 남미 마약왕 같다는 생각이 들어 혼란스러웠다"고 털어놨다.

소설 「액스」(THE AX)를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실직 가장 만수가 재취업을 위해 경쟁자들을 제거하려는 이야기를 다룬다. 영화는 만수의 추락에서부터 고군분투, 그리고 결말에 이르기까지 그의 시점을 따라간다.

배우 이병헌
[BH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이병헌 [BH엔터테인먼트 제공]

이병헌은 초기 캐릭터 설정에 대해 우려가 있었다고 돌아봤다. 그는 "(콧수염에다가 하와이안 티셔츠 입은) 이 모습이 너무 강력해서 관객이 이야기에 집중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감정 이입에 방해가 될 수 있지 않으냐는 염려도 들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러한 걱정은 기우에 그쳤다. 올해 제82회 베네치아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한 〈어쩔수가없다〉는 해외 언론으로부터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특히 만수의 모습이 영화 〈모던타임즈〉(1936) 속 찰리 채플린을 연상시킨다는 기자 평이 나왔다.

이병헌은 "(〈모던타임즈〉 속) 획일화된 공장에서 허둥지둥 슬랩스틱 코미디를 보이는 느낌과 만수가 AI 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하고 이리 갈지, 저리 갈지 갈등하는 모습이 겹쳐 보인다는 얘기였다"고 기자 평을 전했다. 그는 아내인 이민정도 같은 의견을 표했다고 덧붙였다.

영화 〈어쩔수가없다〉 속 배우 이병헌
[CJ ENM·모호필름 제공]
영화 〈어쩔수가없다〉 속 배우 이병헌 [CJ ENM·모호필름 제공]

AI로 인한 일자리 위협은 배우들에게도 예외가 아니라고 이병헌은 지적했다. 그는 자신이 등장하는 AI 영상을 언급하며 "저도 처음엔 모르고 '내가 언제 이런 걸 찍었지'라고 했다"며 "AI로 일자리를 잃어간다는 건 우리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이 직접적으로, 간접적으로 경험하는 것들"이라고 말했다.

영화 속 만수가 종사하는 제지 업계의 쇠퇴는 현재 극장가의 상황과도 맞닿아 있다고 그는 분석했다. 이병헌은 "영화야 스트리밍을 통해서든, 다른 걸 통해서든 콘텐츠 자체는 계속 만들어지고 있지만, 극장 산업은 너무 시급하다"며 "다시 관객을 찾을 방법을 모색해야 하는 눈앞에 놓인 문제"라고 전했다.

올해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 3,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이어 박찬욱의 〈어쩔수가없다〉까지 화제작들을 연이어 선보인 이병헌도 배우로서의 불안감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우리 영화가 '다 이뤘다'고 시작하지만, 결론은 '다 잃었다'로 끝나는 비극"이라며 "제가 얼마나 '보고 싶은 배우'로 길게 남을 수 있을지에 대한 생각은 늘 하고 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배우 이병헌
[BH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이병헌 [BH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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