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0초. 주어진 것은 오로지 자신의 몸과 60초라는 시간뿐. 60초라는 짧은 시간을 위해 영겁과도 같은 순간들을 기다렸을 배우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배우들은 배역을 따내기 위해, 누군가의 선택을 받기 위해, 그리고 자신의 연기를 보여줄 단 한 번의 기회를 위해 지난한 시간을 기다린다. 그러던 와중, 현역 배우와 배우 지망생들에게 일 년 중 가장 큰 이벤트가 찾아왔다. 배우라는 직업은 기다림의 연속이지만, 그 기다림을 조금이라도 줄여주기 위해, 또 그 기다림을 격려하기 위해 탄생한 축제, ‘배우프로젝트 - 60초 독백 페스티벌’은 올해로 8회째를 맞은 행사로, 배우들의 독백 연기로 수상자를 가리는 프로그램이다.
지난 1일 오후, ‘제8회 배우프로젝트 - 60초 독백 페스티벌’(이하 ‘배우프로젝트’) 본선이 CGV청담시네시티에서 열렸다. 올해로 8회째를 맞은 배우프로젝트 현장에는 본선 진출 배우 24인을 비롯, 배우프로젝트를 주관하는 권해효, 조윤희 배우와 심사위원 변영주 감독, 장혜진 배우, 조재윤 배우, 이란희 감독 그리고 다양한 산업 관계자들이 함께했다. 장동윤, 류현경 감독 겸 배우도 현장 참관 차 참석했다.

배우프로젝트는 경쟁의 형식을 띠고는 있지만, 프로젝트를 주관하는 권해효 배우는 행사가 “재밌는 파티”임을 강조했다. 8년 전 행사를 처음 기획한 권해효 배우는 이날 “올해로 25회 차 서독제 개막식 사회를 보며, 많은 감독들과 배우들을 만나고 있다. 그런데, 늘 같은 얘기를 듣고 있었다. 감독들은 ‘새로운 배우를 못 찾겠다’, 배우들은 ‘나는, 어떻게 작업을 시작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서독제 기간, 그들을 연결하고, 좋은 배우들이 어딘가에서 숨을 쉬고 있다는 것을 드러내고 싶었다”라며 프로젝트의 취지를 전했다.
올해로 8회를 맞은 이번 프로젝트에는 역대 최다인 7,757명의 지원자가 몰려 무려 323.2 대 1이라는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좁은 문을 뚫고 본선에 진출한 24명의 배우들은 화려한 조명도, 세트도, 상대역도 없이 말 그대로 ‘쌩’으로, 오직 자신의 목소리와 몸짓만으로 60초를 불태웠다.
그야말로 배우들의 ‘날 것’과 같은 에너지는 텅 빈 무대가 무색하리만큼 밀도 높은 연기들로 공간을 압도했다. 24인의 배우들은 7천여 명을 제치고 올라온 실력자들답게, 그들은 단 1분 만에 관객을 웃기고 울리며 현장을 장악했다. 지인에게 결혼에 대해 조언하는 연기로 좌중에 웃음을 안긴 정선아 배우부터 자신의 인사를 받아주지 않는 상사에게 화를 내는 광기의 연기를 펼친 임수연 배우, 본인의 보조출연 경험담을 독백으로 풀어낸 백진후 배우, 자신을 알아본 사람을 반가워하는 무명 개그맨을 연기한 임현정 배우까지. 코미디부터 자기고백의 드라마, 사소한 일상연기까지, 배우들은 각기 다른 장르로 다채로운 자유연기를 선보이며 각자의 매력을 발산했다.

이날 영예의 ‘GRAND PRIZE’는 자신이 당한 성폭행을 신고하러 간 유도선수의 연기를 펼쳐낸 권다림 배우에게 돌아갔다. 권다림 배우는 예선 영상에서 공연을 준비하던 도중 비보를 접한 뮤지컬 배우의 연기를 흡입력 있게 펼쳐낸 바 있는데, 이날 본선에서도 유쾌하게, 그러나 설득력 있게 독백을 소화해 냈다. 권다림 배우는 다수의 연극과 뮤지컬에 출연한 바 있다.
2등상에 해당하는 ‘JURY PRIZE’는 강민지, 이일진, 노선우 배우가 차지했다. 배우 권해효는 본선에 진출한 24인의 설렘 가득한 목소리를 듣고 싶어 합격 통보를 모두 전화로 한다고 밝혔는데, 그중에서도 강민지 배우는 스페인 산티아고에서 신혼여행을 하던 와중 그의 합격 전화를 받고 기뻐했다는 에피소드를 전하기도 했다.
한편, 서독제 상영 감독들이 본선 진출자 24명의 예심 지원 영상을 보고 투표해 가리는 ‘Director’s Choice’로는 배우 정조준과 이일진이 선정됐다. 1978년생 이일진 배우는 이번 배우프로젝트 본선 진출자 중 최고령 배우로, ‘JURY PRIZE’와 ‘Director’s Choice’ 2관왕의 영예를 안았다.

심사에 참여한 변영주 감독은 “올해가 제일 잘했다. 그래서 심사가 오래 걸렸다. 거의 싸울 뻔했다. 멱살 잡기 직전이었다”라며 좌중에 웃음을 안겼다. 장혜진 배우는 “나였다면 이렇게 연기하지 못했을 텐데, 여러분 연기를 보며 반성했다. 누가 잘했다, 못했다가 아니라, 그냥 우리(심사위원)끼리 싸워서 누가 이겼냐, 이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라며 울컥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독백을 한 지 30년이 넘었다. 나도 30년 전을 떠올려보면, 독백이 정말 힘들었다. 여러분의 심정을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0년 후에 나는 연기를 하고 있다. 50대인 지금부터 쭉 가려고 한다. 오늘은 즐기시고, 계속 버티시라”라며 배우들에게 격려의 말을 전했다.
배우프로젝트는 2018년 권해효, 조윤희 배우의 제안으로 시작한 이래, 홍경, 노재원, 오경화, 윤가이 등 현재 활발히 활동하는 배우들을 배출했다. 비단 수상을 한 배우들만 주목받는 것은 아니다. 배우들이 제출한 예선 영상과 본선 무대 영상은 많은 관계자들에게 새로운 인재 발굴의 창구가 된다. 실제로 변영주 감독은 “지금까지 배우프로젝트 심사에 6번 참여하며, 5명의 배우들을 작품에 기용했다. 그런데, 그 5명 중 수상을 한 배우는 아무도 없었다”라며 수상하지 못한 참가자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본선에서 수상한 6인의 배우는 오는 12월 5일 서독제 폐막식에서 상패를 따로 전달받을 예정이다.
제51회 서울독립영화제는 '영화가 오려면 당신이 필요해'라는 올해의 슬로건과 함께 지난 11월 27일(목) 개막해 오는 12월 5일(금) 폐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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