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햄넷〉을 더 깊이있게 들여다볼 수 있는 클로이 자오 감독의 인삿말이 전해졌다.
영화 〈햄넷〉은 2월 10일, 영화를 연출한 클로이 자오 감독의 말을 공개했다. 〈노매드랜드〉로 베니스 국제 영화제 황금사자상과 토론토 국제 영화제 관객상, 아카데미 작품상을 거머쥔 클로이 자오는 〈햄넷〉에서 연출과 각본, 편집을 도맡았다. 그는 서면을 통해 "이것은 변화, 변형에 관한 이야기"라며 "이 영화를 만든 가장 깊은 이유는 인간 안에 존재하는 변화의 힘과 어떤 고통스러운 경험일지라도 변화시킬 수 있는 우리의 능력을 보여줌으로써 그 두려움에 대한 환상을 깨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햄넷〉은 셰익스피어의 불후의 명작이자 4대 비극 중 하나인 '햄릿'의 탄생 뒤에 숨겨진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오는 2월 25일 한국에서 개봉한다. 아래는 클로이 자오 감독의 말 전문.
클로이 자오 감독의 말
A Statement from Chloé Zhao
〈햄넷〉은 사랑과 죽음, 그리고 이 두 근원적인 인간의 경험이 예술과 이야기의 힘을 통해 어떻게 서로를 변화시키고 새로운 형태로 태어나게 하는지를 다룬 작품입니다.
이것은 변화, 변형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저는 어떤 프로젝트를 선택했을 때 그 이유를 명확한 말로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부분 본능에 이끌리듯, 가슴 깊은 곳을 강하게 끌어당기는 어떤 힘을 따르게 됩니다. 어떤 이야기는 마치 저를 선택한 것처럼 제 삶에 갑자기 찾아오고, 저는 그 부름에 저항할 수 없습니다. 〈햄넷〉 역시 처음에는 속삭임처럼 다가왔지만 어느 순간 거대한 폭풍으로 성장해 있었습니다. 여정의 끝에서 저는 완전히 무장 해제되고, 마음이 부드럽고 잘게 부서진 듯한 상태가 되었습니다. 폭풍의 눈 속에서 열린 마음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그 속에 있는 아름다움과 고통, 소멸 직전의 전율과 그 뒤에 찾아오는 침묵을 온몸으로 경험했습니다.
오래된 숲, 봄날의 땅에 난 검은 구멍에서부터 빗물에 젖은 글로브 극장 무대의 어두운 문까지, 저는 용감한 이들과 함께 아래로 내려갔습니다. 우리는 서로를 붙잡은 채 무의식 속에서 솟아오르는 땅 밑의 흐름에 몸을 맡겼습니다. 혼돈 속에서 우리는 '아녜스'와 '셰익스피어'에게 우리의 길을 안내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큰 고통과 상실을 겪었던 과거와 현재의 모든 여성들, 감정을 억누르고 스스로에게서 도망쳐야 했던 남성들, 그리고 숲과 강, 대지, 자유와 평화를 간절히 갈망하는 우리 안의 야생의 마음에게도 길을 물었습니다. 그리고 글로브 극장의 무대 위와 아래에서 춤을 이어가던 어느 순간, 현실과 허구, 과거와 현재,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 사랑과 죽음 사이의 경계는 사라졌습니다. 그 소중한 순간들 속에서 모든 것은 하나였습니다. 저는 온몸으로, 뼛속 깊이 느꼈습니다. 사랑은 사라지지 않는다고. 단지 형태를 바꾸어 계속해서 살아남는다고.
저는 평생 죽음을 두려워해 왔고, 그 결과 사랑 또한 두려워해 왔습니다. 삶의 덧없음을 마주 보며 마음을 열고 유지하는 방법을 알지 못했습니다. 저는 네 편의 영화에서 큰 상실을 겪는 인물들이 그 모든 것을 받아들이며 스스로를 찾아가는 이야기를 만들어 왔습니다. 〈햄넷〉은 그 여정의 축적이자 결실입니다. 셰익스피어의 '햄릿'이라는 성스러운 그릇 안에서 저는 더 깊은 저승 세계로 내려가 제게서 잃어버려졌던 것들, 사랑과 죽음을 동시에 온전히 경험하는 것을 두려워하게 만든 것들을 되찾으려 했습니다. 매기 오패럴의 소설은 하나의 포털을 열어 주었고, 우리가 이전에는 방법조차 알지 못했던 방식으로 '셰익스피어'와 연결될 수 있는 다리가 되어주었습니다.
"삶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반드시 죽어, 자연을 지나 영원으로 향한다."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남은 것은 침묵뿐."
'셰익스피어'는 사랑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썼고, 저는 오늘의 관객들을 위해 그의 메시지를 해석할 수 있게 된 것을 영광스럽고 행운이라 느낍니다. 우리는 그가 우리와 함께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느꼈습니다. 이 영화에서 '아녜스'와 '셰익스피어'는 사랑에 빠져 아름다운 가정을 이루지만, 아들을 잃은 후 두 사람은 하나의 문턱 앞에 멈춰 서게 됩니다. 그들은 과거로 돌아갈 수도, 앞으로 나아갈 수도 없습니다. 서로 다른 방향으로 끌리고 있지만 어느 한 발짝도 떼지 못한 채, 경계의 공간에 얼어붙어 있습니다.
그런 긴장 속에서 연금(錬金)이 일어났습니다. 물리학에서 서로 반대 방향으로 밀고 당기는 힘이 존재할 때, 그 힘은 긴장을 만들어냅니다. 그리고 그 긴장이 한계를 넘어서면 움직임이 생기고, 새로운 균형 상태가 탄생합니다. '셰익스피어'가 땅과 바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 있던 바로 그 순간, 가장 위대한 문학 작품 중 하나가 탄생했습니다.
지금 우리의 세계 또한 문턱 위에 서 있습니다. 우리는 거대한 긴장과 압박을 모두 느끼고 있습니다. 새로운 균형 상태가 다가오고 있음을 직감합니다. 많은 이들이 경계의 공간에 얼어붙은 채, 움직이기를 두려워합니다. 저는 다른 이들의 눈 속에서 제 안의 두려움을 봅니다. 앞으로 무엇이 올지 모르는 두려움. 우리 삶이 더 이상 우리의 통제 안에 있지 않은 듯한 두려움. 이 세계가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 무조건적인 사랑을 영영 모르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그리고 결국엔, 의미 없는 죽음을 맞게 될지 모른다는 가장 근원적인 두려움.
제가 이 영화를 만든 가장 깊은 이유는 인간 안에 존재하는 변화의 힘과 어떤 고통스러운 경험일지라도 변화시킬 수 있는 우리의 능력을 보여줌으로써 그 두려움에 대한 환상을 깨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모두 이 세상에 태어난 순간부터 공허의 긴장을 느끼며 살아갑니다. 그리고 우리는 마음을 열고 그 불길을 통과할 것인지 선택해야만 합니다.
사랑은 죽지 않습니다. 형태가 달라질 뿐이죠. 그것은 이 우주에서 일어나는 가장 위대한 변신이며 이 영화가 그 사실을 다시 한 번 떠올리게 하는 작은 흔적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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