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관이 명관이란 말은 대체로 옳다. 갑자기 무슨 구관 타령인가 싶을 텐데, 3월 11일 재개봉한 〈오만과 편견〉의 성적을 보니 이 문장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었다. 2005년 영화 〈오만과 편견〉은 제인 오스틴의 대표작 「오만과 편견」을 스크린으로 옮긴 작품인데, 그로부터 21년이 지난 2026년에도 여전한 사랑을 받아 신작들 사이에서 박스오피스 5위까지 오르며 인기를 과시했다(현재는 8위). 사실 「오만과 편견」은 단순히 영미권뿐만 아니라 타문화권에서도 영상화나 각색이 자주 될 정도로 로맨스물의 바이블 같은 작품이라 이번에 재개봉한 〈오만과 편견〉 외에도 정말 많은 배우들이 거쳐간 바 있다. 재개봉한 2005년작과 함께 ‘오만과 편견’을 대표하는 얼굴인 배우들을 모아봤다.
1940년 〈오만과 편견〉
그리어 카슨 & 로렌스 올리비에



‘오만과 편견’의 시각적 이미지를 가장 먼저 차지한 작품은 1940년에 할리우드에서 제작한 〈오만과 편견〉이다. 이 작품은 원작을 고스란히 가져오기보단 이미 한차례 각색된 희곡을 바탕으로 영화를 만들었다. 그래서 제인 오스틴 특유의 날카로운 풍자는 희석되고 로맨스를 좀 더 강조했다. 흥행엔 성공하지 못했지만, 엘리자베스 베넷을 연기한 그리어 카슨이 1940년대를 대표하는 스타로 발돋움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했다. 이 작품 이후 1941년부터 1945년까지 매년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로 호명됐으니, 그의 ‘혈’을 뚫어준 셈. 피츠윌리엄 다아시 역은 이미 명배우로 이름을 달리고 있던 로렌스 올리비에가 맡았다. 당시 로렌스 올리비에는 엘리자베스 역할을 연인 비비안 리가 맡을 것으로 기대했다가 그리어 카슨으로 최종 확정돼 아쉬워했다고 한다.
1995년 〈오만과 편견〉
제니퍼 엘 & 콜린 퍼스



영국이 자랑하는 작가의 작품이니, 영국 국영방송 BBC는 「오만과 편견」을 드라마로 제작한 적이 다수 있다. 1938년, 1952년, 1958년, 1967년, 1980년, 1995년 등 잊을 만하면 한 번씩 꺼내들곤 한다. 그중 전 세계적으로 열풍을 일으킨 작품은 1995년 〈오만과 편견〉이다. 단순히 유명한 것을 넘어 지금까지도 ‘오만과 편견’을 얘기할 때면 가장 많이 거론되는 입문작이자 추천작이다. 여기서는 제니퍼 엘이 엘리자베스 베넷을, 콜린 퍼스가 피츠윌리엄 다아시 역을 맡았다. 말할 것도 없이 콜린 퍼스가 히트작을 내놓아 새로운 팬이 유입될 때마다 다시 수면 위로 오른다. 특히 이 작품에서 만든 오리지널 장면, 흰 셔츠를 입은 다아시가 호수에 들어갔다 나오며 흠뻑 젖는 장면은 전설 아니고 레전드급이다. 이 작품으로 스타덤에 오른 제니퍼 엘과 콜린 퍼스는 실제 연인으로도 발전했었는데, 이후 2011년 〈킹스 스피치〉에서 작품으로 재회했다. 방영 당시 영국 현지 최고 시청률 40%까지 기록했다고.

2005년 〈오만과 편견〉
키이라 나이틀리 & 매튜 맥퍼딘



이번에 재개봉한 〈오만과 편견〉은 〈슈팅 라이크 베컴〉, 〈캐리비안의 해적: 블랙펄의 저주〉, 〈러브 액츄얼리〉까지 성공시키며 스타로 자리매김 중이던 키이라 나이틀리의 신작으로 화제를 모았다. 키이라 나이틀리가 엘리자베스 베넷 역을, 매튜 맥퍼딘이 피츠윌리엄 다아시 역으로 출연했다. 아무래도 당시 키이라 나이틀리가 워낙 상승세였기에 매튜 맥퍼딘이 큰 화제를 못 모았는데, 이후 그가 〈석세션〉으로 대성공을 거두면서 회자되기도 한다. 전체적으로 많은 부분을 각색해서 처음엔 반응이 좋지 못했는데, 오히려 원작을 모르는 관객들에겐 꽤 반향을 일으켜 흥행에 성공했다. 제인 오스틴의 원작과는 판이하지만, 그렇기에 제인 오스틴의 세계에 호기심을 갖게끔 한다는 평가도 받았다. 지금은 2025년 뉴욕타임스 독자들이 뽑은 영화 100편 안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현 세대에 걸맞은 오만과 편견’으로 자리 잡았다.
번외) 오만과 편견 그리고 좀비
릴리 제임스 & 샘 라일리



엘리자베스 베넷과 피츠윌리엄 다아시가 주인공이니 ‘오만과 편견’이긴하다. 다아시가 좀비 사냥꾼이고 베넷 가의 여성들이 전투 훈련을 받은 귀족들이란 점만 빼면 말이다. 「오만과 편견」에서 영감을 받은 동명 소설을 영화로 옮긴 〈오만과 편견 그리고 좀비〉은 릴리 제임스와 샘 라일리를 각각 엘리자베스 베넷, 피츠윌리엄 다아시로 기용했다. 설정의 기발함 말고는 마땅히 좋은 작품이라곤 할 수 없는데, 그래도 중세 복식 차림으로 액션을 구사하며 날아다니는 와중에 눈빛을 주고받는 릴리 제임스와 샘 라일리의 모습은 그럭저럭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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