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것은 재개봉인가, 최초 개봉인가. 관객들을 헷갈리게 하는, 그러나 그 헷갈림마저 반가운 영화 한 편이 극장에 안착했다. 4월 1일 개봉한 〈킬 빌: 더 홀 블러디 어페어〉는 2003~2004년 개봉한 〈킬 빌〉 연작의 새로운 버전이다. 1편과 2편을 합치고 그 외의 여러 변경점을 반영한 일종의 ‘최종판’이라고 할 수 있는데, 2025년 연말 북미 현지에서 개봉한 이후 반년 만에 한국에도 상륙하며 팬들의 환호를 받고 있다. 무려 4시간 35분이란 대장정에 오랜만에 탑승할, 아니면 처음으로 함께할 관객들을 위해 〈킬 빌: 더 홀 블러디 어페어〉과 기존 버전의 차이점을 소개한다.
2부작을 한 편으로
그냥 〈킬 빌 - 1부〉, 〈킬 빌 - 2부〉를 몰아보면 되지 않나?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천만의 말씀. 〈킬 빌: 더 홀 블러디 어페어〉는 앞서 말한 대로 4시간 35분, 275분이다. 〈킬 빌〉 연작은 모두 합쳐도 4시간 8분이다. 이번 판본에 삽입된 인터미션 15분을 빼더라도 12분가량이 더 추가됐다. 이 추가 장면들은 특정 시퀀스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편의상 간략하게 표현했던 영화 속 중요한 장면에 인서트컷을 더해 무드를 더하는가 하면, 대사나 행동을 더 길게 보여줘 인물들의 감정을 살리는 데도 무게를 두었다.
물론, 드라마적인 요소만 신경 쓴 게 아니다. 액션 장면 곳곳에도 수위 조절을 위해(과연 이 〈킬 빌〉에 수위 조절이 의미가 있나 싶지만), 그리고 시퀀스의 속도감을 위해 거둬냈던 컷들을 다시 삽입해 보다 진한 피 냄새를 풍긴다. 몇몇 장면은 〈킬 빌〉이 추구한 다소 과장된 감각을 한층 더 강화하기도 한다. 또한 처음부터 1부, 2부로 분리 개봉으로 기획했던 원작들과 달리 1부의 클라이맥스와 2부의 도입부를 변경해 하나의 작품이란 완결성을 더욱 강화했다.
잃어버린 색과 시간을 되찾다

〈킬 빌〉 연작을 본지 오래된 관객이라도 〈킬 빌: 더 홀 블러디 어페어〉를 보자마자 알아차릴 만한 가장 큰 변경점은 바로 녹엽정 장면이다. 브라이드(우마 서먼)가 오렌(루시 리우)의 갱단 ‘크레이지 88’과 맞붙는 이 시퀀스는 도중에 흑백으로 바뀐다. 이 장면에 대해 ‘앞선 장면처럼 〈사무라이 픽션〉 오마주다’라는 속설이 돌기도 했는데, 실제로는 미국 현지 심의 기준 NC-17(R등급보다 높은 등급으로 한국의 ‘제한상영가’ 같은 것)를 피하기 위해 일부 장면을 흑백으로 바꾼 것이다. 실제로 일본 등 몇몇 국가에선 개봉 당시부터 흑백이 아닌 컬러 버전 그대로 상영하기도 했다. 아무튼 공식적인 한국 공개 버전으로는 〈킬 빌: 더 홀 블러디 어페어〉가 이 장면의 컬러를 처음으로 선보인다. 마찬가지로 심의 때문에 해당 시퀀스에서 잘라낸 장면도 다시 삽입돼 좀 더 잔인하면서도 과장된 액션을 보여준다. 이런 변경점 외에도 영화 전체에 색감이 미세하게 조정됐는데, 톤 자체가 바뀐 정도는 아니고 장면의 분위기에 맞춰 색감을 강조하거나 옅게 하는 정도의 것이다.
새로운 애니메이션

사실 〈킬 빌: 더 홀 블러디 어페어〉에서 가장 큰 변경점은 다름 아닌 애니메이션 파트다. 쿠엔틴 타란티노는 〈킬 빌 - 1부〉에서 오렌 이시이의 과거를 애니메이션으로 풀어냈다. 오렌이 겪은 사건의 비극성을 강조하고 아동을 상대로 촬영하기 어려운 장면이란 점에서 이런 선택을 했으리라 보인다. 〈킬 빌: 더 홀 블러디 어페어〉는 이 시퀀스를 원래 기획대로 복원한 것은 물론이고, 해당 애니메이션을 제작한 프로덕션 I.G(Production I.G)가 추가 제작한 새로운 장면까지 포함한다. 오렌 이시이가 집을 불태운 또 다른 타깃을 제거하는 장면을 집어넣어 오렌 이시이의 실력과 집념을 원작보다 더욱 강조했다.

또 보너스 개념이긴 하지만 2025년 공개했던 〈유키의 복수〉도 〈킬 빌: 더 홀 블러디 어페어〉에 수록돼있다. 〈유키의 복수〉는 2025년 12월, 〈킬 빌: 더 홀 블러디 어페어〉가 공식 개봉하기 전 공개한 애니메이션으로 극중 브라이드에게 살해당한 고고 유바리(쿠리야마 치아키)의 언니 유키 유바리가 복수하려는 내용을 담았다. 사실 공개 당시에도 기대에 비해 좋은 반응은 아녔는데, 일단 〈킬 빌〉의 분위기를 녹여내지 못한 작풍과 게임 ‘포트나이트’의 협업이라 해당 게임의 요소가 들어가있다는 점 등이 단점으로 지목됐다. 그러나 이 스토리 자체는 쿠엔틴 타란티노가 원래 영화에 넣고 싶었지만 촬영하지 못한 것이기에 이번 〈킬 빌: 더 홀 블러디 어페어〉의 완전판 개념을 완성해주는 부록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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