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제국의 영토 확장은 끝이 없다. 20세기 거실을 지배했던 전통의 미디어 거물 폭스 코퍼레이션(Fox Corporation)이 21세기 디지털 거실의 관문, 로쿠(Roku)를 220억 달러(약 33조 원)에 집어삼켰다. 이는 단순한 기업 인수를 넘어, 현대인의 시선이 머무는 '첫 화면'을 장악하려는 거대한 권력 이동의 서막이다.
![스트리밍기기 리모콘의 로쿠 로고 [AP=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https://cdn.www.cineplay.co.kr/w900/q75/article-images/2026-06-16/f378bdf7-c234-4a0a-9ce6-db661a36a894.jpg)
스크린의 문지기를 자처한 제국, 그 이면에 숨겨진 시선의 권력학
현대 사회에서 텔레비전은 단순한 바보상자가 아니다. 그것은 세상을 바라보는 창이자, 자본이 소비자의 일상을 통제하는 가장 강력한 매개체다. 폭스가 15일(현지시간) 전격 인수를 발표한 로쿠는 바로 이 창의 '열쇠'를 쥔 기업이다. 넷플릭스와 유튜브 등 무수한 스트리밍의 바다를 항해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항구인 셈이다. 특히 로쿠는 TCL, 하이센스 등 글로벌 TV 제조사의 심장부에 자체 운영체제(OS)를 이식하며, 미국 커넥티드TV(CTV) 생태계에서 구글, 아마존, 애플이라는 거대 기술 자본을 압도하고 굳건한 1위를 지켜왔다.
폭스의 이번 행보는 다분히 전략적이고 노골적이다. 이미 케이블 채널과 무료 스트리밍 플랫폼 투비(Tubi)를 거느린 이들은, 로쿠라는 거대한 '플랫폼 권력'을 통해 자사의 핵심 무기인 뉴스 및 스포츠 콘텐츠를 전 세계의 거실로 직배송할 수 있게 되었다. 사용자가 리모컨의 전원을 켜는 순간 가장 먼저 마주하는 캔버스를 독점함으로써, 콘텐츠 제공자를 넘어 광고 생태계의 룰을 정하는 '절대자'로 군림하겠다는 선언이다. 라클런 머독(Lachlan Murdoch) 최고경영자(CEO)가 이를 두고 "폭스의 미디어 제국 확장에 있어 결정적인 순간이자, 지난 10년 집중화 전략의 자연스러운 결과물"이라 명명한 것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그러나 자본 시장의 시선은 철저히 냉혹했다. 33조 원이라는 천문학적 베팅이 제국의 기반을 흔들 수 있다는 '재무적 공포'가 월스트리트를 덮쳤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폭스의 주가는 장중 15% 이상 곤두박질치며, 왕관의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음을 증명했다. 미디어의 헤게모니를 쥐기 위한 이 거대한 승부수가 결국 제국의 영광이 될지, 혹은 자승자박의 늪이 될지는 오직 스크린 앞의 대중만이 결정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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