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트의 상징이 자신의 별로 돌아갔다. 2026년 8월 25일, 배우 팀 커리가 세상을 떠났다. 무대에서 영화, 드라마와 애니메이션까지 모든 분야에서 종횡무진 활약한 그는 특유의 소화력으로 캐릭터를 완벽하게 표현해내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중 몇몇 캐릭터는 ‘팀 커리’라는 이름은 몰라도 얼굴을 보고 ‘아, 이 사람!’하고 몰라보는 사람이 없을 만큼 세대를 막론하고 많은 사랑을 받았다. 팀 커리의 출연작 중 한국인이라면 모를 수가 없는, 가장 인기가 많은 캐릭터 3를 모아봤다.

〈나 홀로 집에 2〉 호텔지배인
팀 커리의 별세 뉴스는 대부분 '호텔지배인'이란 워딩이 사용됐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그가 호텔 지배인 헥터로 출연한 영화 〈나 홀로 집에 2〉는 한국인들이 크리스마스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영화 중 하나로 오랜 시간 사랑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전편에서 집에 홀로 남겨졌던 케빈(맥컬리 컬킨), 이번엔 가족여행을 가던 중 홀로 뉴욕에 남게 된다. 이제는 홀로서기 베테랑(?)급인 케빈은 기지를 발휘해 플라자 호텔에 묵게 되는데, 그곳의 지배인 헥터를 연기한 배우가 팀 커리다. 전작의 도둑들도 등장하지만, 시종일관 케빈을 의심하고 감시하는 헥터야말로 2편 만의 빌런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어디까지나 케빈 입장에서 빌런이지, 실제로는 케빈의 상황을 정확히 파악했던 프로 중 프로라는 점에서 본인은 억울할 수밖에. 2편에서 헥터가 케빈의 장난에 속아 TV 속 캐릭터와 대화하는 장면은 팀 커리의 능청스러운 연기가 빛나는 명장면 중 하나다. 생전 팀 커리가 회상하길, 〈나 홀로 집에 2〉에 출연한 후로 유독 어린아이들을 자기를 보면 어쩔 줄 몰라 했다고.




〈록키 호러 픽쳐 쇼〉 프랭크-N-퍼더 박사
팀 커리를 컬트의 상징이라고 부를 수 있는 이유. 그의 스크린 데뷔작 〈록키 호러 픽쳐 쇼〉 때문이다. 이 영화는 뮤지컬 ‘록키 호러 쇼’를 제목처럼 ‘픽쳐’로 만든 작품인데, 브래드와 자넷이 폭우를 피하려고 들어간 고성에서 겪는 일을 다룬다. 그 고성은 ‘프랭크 N 퍼더’라는 괴이한 박사가 ‘록키’라는 피조물을 만들고 있었고, 록키가 깨어나면서 브래드와 자넷 관계에 균열이 생기게 된다. SF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프랑켄슈타인」을 펄프픽션SF로 패러디하고 거기에 뮤지컬과 성적인 농담을 한 바가지 부은 이 영화는 심야 상영으로 13년 연속 상영이란 대기록을 세우며 〈이레이저 헤드〉와 함께 진정한 컬트로 꼽히는 영화 중 하나다. 스크린 데뷔라고 하나 팀 커리는 1973년부터 공연한 원작 ‘록키 호러 쇼’에서 해당 배역을 연기하고 있었고, 그것을 기반으로 완벽한 프랭크-N-퍼더 박사를 선보여 단번에 영화사에 남는 캐릭터를 선보였다. 팀 커리는 ‘록키 호러 쇼’ 외에도 ‘헤어’, ‘아마데우스’ 등으로 무대 활동을 이어갔는데 ‘아마데우스’로는 토니상 연극 부문 남우주연상 후보에도 올랐다. 팀 커리는 이 역할을 준비할 때 이름에 알맞게 독일인 억양을 쓰는 것으로 연습하다가 어느 날 버스에 탄 여성이 쓰는 상류층 영국 영어를 듣고 그것으로 캐릭터를 완성했다고 한다. 그리고 여러 구두를 신어봤지만 원하는 느낌이 나지 않아 하이힐을 특수제작했다고 한다. 그렇게 이 작품에 애착이 많았던 팀 커리는 2016년판 리메이크 TV영화에서 영화의 내레이터이자 범죄학자 역으로 출연했다.



〈피의 피에로〉 페니와이즈
한국 누리꾼이라면 이 캐릭터를 보자마자 웃음이 나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90년대까지만 해도 이 캐릭터는 공포 그 자체였다. 스티븐 킹의 「그것」을 옮긴 TV드라마 〈피의 피에로〉는 데리라는 도시에 사는 7명의 친구들이 몇십 년마다 나타나는 광대 페니와이즈와 마주한다는 내용을 다뤘다. 2017년, 2019년에 나온 〈그것〉 2부작 이전에 「그것」을 실사화한 작품인데, 팀 커리가 페니와이즈로 출연해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분장을 한 탓에 알아보기 어렵지만, 팀 커리 본인은 굉장한 자유를 느낄 수 있는 기회였다고 회상했다. 그의 연기가 워낙 무서웠던 탓에 당시 어렸던 주연 배우들은 아무도 팀 커리에게 다가가지 못했다고 한다. 특히 작품의 오프닝을 여는 하수도 장면을 찍을 당시 조지 역의 배우가 “커리 아저씨 너무 무서워요”라고 겁을 내서 해치지 않을 거라고 변명해야 했다고. 정작 주연 아역들 외에 엑스트라 아역들은 긴 대기시간마다 분장을 한 채 함께 노래를 부르곤 했던 팀 커리를 보고는 그가 실제 광대라고 생각했다. 〈피의 피에로〉의 페니와이즈가 한국에서 갑자기 유명해진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주식 때문이었는데, 누군가 피에로에 빗대 “죽으면 그만이야”라고 올렸던 것이 유행을 하면서 피에로가 주식 하락장의 상징이 되었다. 그러다가 이제 팀 커리의 페니와이즈가 발굴되면서 유행어처럼 사용되기 시작해 1990년 작품이 재조명을 받았다.



그렇게 시대를 풍미한 팀 커리는 2010년대까지 배우이자 성우로 열정적으로 활동했으나 2012년에 뇌졸중으로 쓰러진 후 하반신 마비와 기억력 감퇴로 활동을 이어가기 어려워졌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연기를 펼칠 수 있는 성우로 활동을 이어갔다. 언젠가는 “이 자리에서 사라질 특권”이라며 죽음을 받아들이겠다는 팀 커리, 트랜실바니아 은하계로 돌아간 그의 빈자리에도 그의 연기와 캐릭터들은 앞으로도 기억될 것이다.



댓글 (0)
댓글 작성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로그인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