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거장들에게도 초라하고 막막했던 '처음'이 존재했다. 영화 '범죄도시'(2017)로 신드롬을 일으킨 강윤성 감독이 47살의 늦은 나이에 메가폰을 잡기까지의 지난한 과정과 봉준호, 박찬욱 등 최정상급 감독 31인의 데뷔 비화를 집대성한 신간 '나의 첫 번째 액션'이 출간되어 이목을 집중시킨다.
![봉준호 감독과 박찬욱 감독 [워너브러더스코리아·CJ ENM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https://cdn.www.cineplay.co.kr/w900/q75/article-images/2026-09-27/b025f734-6ed6-4ee9-84d8-33c83186565f.jpg)
거장들의 민낯, 생활고와 험담으로 버틴 인고의 세월
세계적 거장으로 우뚝 선 이들의 초년생 시절은 긴장과 실수의 연속이었다.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은 현장 연출부 막내 시절, 처음 슬레이트를 치다 너무 긴장한 나머지 새끼손가락이 끼어 기괴한 소리를 내며 핀잔을 들었던 일화를 고백한다. 영화 외에는 할 줄 아는 게 없었다던 박찬욱 감독의 생존 방식은 더욱 흥미롭다. 그는 이미 성공한 이들을 향해 "저것밖에 못 만들어?", "그 돈의 10분의 1만 내게 줘도…"라며 통렬한 험담을 쏟아내는 이른바 '착각의 힘'으로 혹독한 무명 시절을 견뎌냈다.
!['범죄도시' 강윤성 감독 [연합뉴스 자료사진]](https://cdn.www.cineplay.co.kr/w900/q75/article-images/2026-09-27/2cc54c70-e253-4003-a553-dba69420d9c3.jpg)
47살 늦깎이 데뷔, 30번의 수정이 빚어낸 '범죄도시'의 기적
영화감독의 꿈을 품은 지 21년, 강윤성 감독의 행보는 끈기 그 자체다. 26살 대학 시절 단편 영화 연출을 계기로 미국 유학길에 올랐으나, 30살 귀국 후 마주한 현실은 참혹했다. 40대가 되도록 끊임없이 제작이 무산되는 고배를 마시며 구두 가게와 옷 가게로 생계를 이어갔다. 하지만 펜을 놓지 않은 그는 3년 넘게 서른 번이나 고쳐 쓴 시나리오로 마침내 47살에 '범죄도시'를 탄생시키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윤제균 감독 [CJ ENM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https://cdn.www.cineplay.co.kr/w900/q75/article-images/2026-09-27/665fa5db-420f-4b50-aa7c-07f067670b76.jpg)
정해진 항로 없는 감독의 길, 치열한 생존의 기록
메가폰을 쥐기까지의 궤적은 천차만별이다. '국제시장'(2014)의 윤제균 감독은 외환위기 휴직 중 쓴 시나리오로, '명량'(2014)의 김한민 감독은 대기업 퇴사 후 대학원 진학으로 방향을 틀었다. 첫 현장의 서투름도 예외는 아니어서, 윤제균 감독은 '레디'와 '액션'을 숨 쉴 틈 없이 외치다 촬영 감독에게 제지당하는 촌극을 빚기도 했다.
데뷔를 향한 가시밭길은 처절했다. '내부자들'(2015)의 우민호 감독은 마흔 무렵까지 모친에게 하루 만 원을 타 쓰며 버텼고, '킹덤'(2018)의 김성훈 감독은 첫 작품 흥행 실패 후 7년간 아내의 경제력에 의존해야만 했다. '오케이 마담'(2020) 이철하 감독의 "아이돌 데뷔보다 험난하다"는 뼈있는 농담이 결코 과장이 아님을 증명하는 대목이다.
![신간 첫 번째 액션' [한겨레출판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https://cdn.www.cineplay.co.kr/w900/q75/article-images/2026-09-27/6624416c-8ea1-460b-9282-ca79f0c9d004.jpg)
영화에 바친 맹목적 사랑, 31인의 육성으로 듣는 비하인드
프랑스 유학 시절 쌀을 짊어지고 지하철을 타면서도 시네마테크에서 1천 편의 영화를 섭렵한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2008) 임순례 감독, 목표를 위해 좋아하는 테니스와 새 옷을 과감히 포기한 '화차'(2012) 변영주 감독의 일화는 영화를 향한 맹목적인 애정을 방증한다.
한국영화감독조합(DGK) 소속 감독들의 목소리를 담아 2014년 출간된 '데뷔의 순간'을 개정·증보한 신간 '나의 첫 번째 액션'은 주성철 편집장과 씨네플레이 기자들이 직접 발로 뛰며 완성했다. 영화감독 지망생에게는 냉혹한 현실의 지침서로, 영화 팬들에게는 스크린 이면의 생생한 비하인드 스토리로 깊은 울림을 선사할 것이다. 한겨레출판. 1권 296쪽, 2권 28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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