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병원 연구진 '염증성 장질환 환자 비만율 13년간 2.3배 급증' 발표

윤종신·미스터비스트도 앓는 크론병, 서구화된 식습관으로 아시아인 비만 유병률 급상승

(출처 = SBS '힐링캠프' 캡처)
(출처 = SBS '힐링캠프' 캡처)

그동안 '살이 빠지는 질환'으로 알려진 염증성 장질환 환자들의 비만율이 최근 13년간 2.3배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아산병원 염증성장질환센터 황성욱·김민규 교수팀이 28일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21년까지 염증성 장질환 환자 1만1216명을 분석한 결과 평균 비만율이 13.1%에서 29.8%로 급증했다고 밝혔다.

유명인들의 투병 고백으로 주목받은 염증성 장질환

염증성 장질환에는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이 포함되며, 가수 윤종신이 대표적인 환자로 알려져 있다. 윤종신은 지난달 SNS에 '오랜만에 크론 복통이 왔다. 라운딩 일행들과 식사 못 하고 그냥 왔다'며 일상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2012년 예능 프로그램에서 크론병 투병 사실을 공개하며 '결국 소장이 너무 좁아져 60㎝를 잘라내는 수술을 받았다'고 밝혀 많은 이들의 안타까움을 샀다.

해외에서는 구독자 4억 1600만 명을 보유한 세계 1위 유튜버 미스터비스트도 크론병 환자다. 그는 10대 때 이 질환으로 인해 체중이 86㎏에서 63㎏까지 급격히 감소했다고 고백한 바 있다. 이처럼 염증성 장질환은 전통적으로 소화기계 증상으로 인한 체중 감소가 주요 특징으로 여겨져 왔다.

13년간 추적한 국내 최대 규모 연구 결과

서울아산병원 연구진이 수행한 이번 연구는 아시아 지역에서 진행된 염증성 장질환 환자 대상 최대 규모의 장기 추적 연구로 평가된다. 연구진은 2008년부터 2021년까지 병원을 방문한 염증성 장질환 환자 1만1216명의 체질량지수(BMI) 변화를 체계적으로 분석했다.

연구 결과, 환자들의 평균 비만율은 2008년 13.1%에서 2021년 29.8%로 급증했다. 이는 같은 기간 일반 인구의 비만율 증가폭(30.7%→37.1%, 6.4% 증가)과 비교했을 때 약 3.6배 높은 수준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염증성 장질환 환자의 비만율 증가 속도가 일반 인구를 크게 상회한다는 사실이다.

남성 환자에서 특히 두드러진 비만율 급증

성별 분석 결과에서는 더욱 놀라운 차이가 확인됐다. 남성 환자의 비만율은 2008년 15.1%에서 2021년 37.7%로 무려 22.6% 상승한 반면, 여성 환자는 9.2%에서 15.0%로 5.8% 증가에 그쳤다. 남성 환자의 비만율 증가세가 여성보다 약 4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성별 차이는 호르몬 요인, 생활 습관의 차이, 질병에 대한 대처 방식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남성 환자들이 식단 관리나 운동 등 생활 습관 개선에 상대적으로 소홀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대사증후군 지표의 동반 악화

비만율 증가와 함께 대사증후군 관련 혈액학적 지표들도 동반 악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연구진의 분석에 따르면, 환자들의 혈당 수치가 정상 범위(70~99㎎/㎗)를 초과해 상승하는 경향을 나타냈고, 총콜레스테롤 수치도 정상 범위 내에서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특히 크론병 환자의 중성지방 수치는 2008년 적정 수준에서 2021년 경계 수준인 150㎎/㎗ 이상으로 상승했다. 이는 단순한 체중 증가를 넘어 환자들의 전반적인 대사 건강이 악화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중요한 지표다.

서구화된 생활 방식의 영향

연구진은 이러한 변화의 주요 원인으로 서구화된 식습관과 생활 방식을 지목했다. 과거에 비해 고칼로리, 고지방 식품의 섭취가 증가하고 신체 활동량은 감소하면서 염증성 장질환 환자들도 일반인과 유사한 비만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치료 기술의 발달로 환자들의 증상이 개선되면서 식욕이 회복되고 영양 상태가 호전된 것도 체중 증가에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는 지속적인 염증과 소화 장애로 인해 충분한 영양 섭취가 어려웠지만, 현대적 치료법의 도입으로 이러한 제약이 완화된 것이다.

복합적 치료 전략의 필요성

염증성 장질환 환자의 비만 관리는 일반인보다 훨씬 복잡한 접근이 필요하다. 환자들은 장 절제 수술 병력, 복용 중인 약물의 부작용, 식이 제한 등 다양한 제약 조건을 안고 있어 일반적인 비만 치료법을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

특히 스테로이드 계열 약물의 장기 사용은 체중 증가와 대사 장애를 유발할 수 있으며, 장 절제술을 받은 환자들은 영양소 흡수에 문제가 있어 체중 관리에 더욱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또한 질병의 활성도에 따라 식이 조절의 범위가 달라져 개별 맞춤형 관리 전략이 필수적이다.

장기 예후에 미치는 영향

비만과 대사증후군은 염증성 장질환의 예후를 악화시키는 중요한 위험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비만한 염증성 장질환 환자들은 질병의 재발률이 높고, 치료에 대한 반응이 떨어지며, 심뇌혈관계 질환 등 각종 합병증 발생 위험이 증가한다.

또한 비만은 만성 염증 상태를 지속시켜 장 염증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으며, 면역 조절 치료제의 효과를 감소시키는 요인으로도 작용한다. 이로 인해 치료 기간이 연장되고 의료비 부담이 증가하는 등 환자와 의료진 모두에게 부담이 가중된다.

아시아인 맞춤형 치료 기준 개발의 토대

이번 연구는 서양 중심의 비만 기준을 탈피해 아시아인을 대상으로 한 현재까지 최대 규모의 염증성 장질환 환자 데이터 분석이라는 점에서 특별한 의의를 갖는다. 그동안 관련 연구는 주로 서구에서 이뤄져 왔으며, 아시아인의 체질적 특성과 생활 환경을 반영한 연구 데이터는 부족한 상황이었다.

황성욱 교수는 '동양인 염증성 장질환 환자의 비만에 대한 임상적 근거가 부족한 상황에서 염증성 장질환과 비만율의 연관성을 입증한 중요한 연구 결과를 얻었다'며 '이번 연구를 기반으로 환자의 개별 특성을 고려하고 장기 예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치료 전략을 개발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국제적 인정받은 연구 성과

이번 연구 결과는 소화기학 분야의 권위 있는 국제학술지 '소화기학 저널(Journal of Gastroenterology)' 최신 호에 게재됐다. 이는 연구의 방법론과 결과가 국제적 수준에서 인정받았음을 의미하며, 향후 전 세계 염증성 장질환 치료 가이드라인 개발에도 중요한 근거 자료로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연구진은 향후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염증성 장질환 환자의 비만 예방 및 관리를 위한 실질적인 치료 프로토콜 개발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환자 교육 프로그램과 생활 습관 개선 가이드라인 제작을 통해 연구 성과의 임상 적용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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