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1 더 무비〉를 극장에서 두 번 본 이유는 바로 사운드 때문이었다. 레이싱 카가 질주하는 사운드, 트랙의 노이즈, 터져 나오는 관객들의 환호성, 캐스터의 해설, 그리고 영화음악이 한층 한층 쌓여 폭발적인 쾌감을 선사하는 순간을 어떻게 즐기지 않을 수 있을까.
〈F1 더 무비〉 속 음악-영상-사운드 삼박자의 성공적인 결합은 스포츠 영화, 그리고 질주 영화로서의 교집합을 탁월하게 표현해냈다. 〈F1 더 무비〉의 청각적인 요소들은 어떻게 탄생하게 됐을까. 〈F1 더 무비〉 음악 작업 비하인드를 해외 매체와의 인터뷰와 공식 자료를 토대로 재구성해 소개한다.

# 오케스트라와 전자 음악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스코어
F1은 이중적 특성을 가진 스포츠다. F1은 전통적인 스포츠가 지닌 ‘순수 속도 경쟁’이라는 본질에 첨단 기술이 융합한, 독특한 종목이다.
한스 짐머를 비롯한 영화의 제작진은 〈F1 더 무비〉의 음악적 정체성에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스포츠, 풍부한 역사와 최첨단 기술을 모두 갖춘 스포츠’로서의 F1을 담아내고자 했다. 따라서 한스 짐머는 오케스트라와 전자 음악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스코어를 작곡했는데, 조셉 코신스키는 “F1이라는 스포츠는 과거와 미래를 모두 품고 있다. 영화의 음악도 전통과 첨단이 공존했으면 좋겠다고 한스 짐머에게 부탁했다”라고 밝혔다.
짐머는 “F1은 과학이자 예술”이라며 F1의 이중적 정체성을 포착했고, 오케스트라는 ‘인간성’으로, 전자 음악은 ‘기계’로 상정해 하이브리드 스코어를 작곡했다. 더불어, 짐머는 전자 음악은 레이싱의 예측 불가능성과도 닮아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신디사이저는 레이싱과 비슷하다. 다음에 어떤 것이 나올지 정확히 알 수 없어, 항상 놀라움의 요소가 내재되어 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 리얼한 현장 사운드의 비결
극장이 트랙이 된 듯, 내가 앉은 의자는 레이싱 카의 운전석이 된 듯한 극한의 경험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리얼한’ 레이싱 사운드 덕분이었다.
〈F1 더 무비〉 사운드 디자인의 가장 큰 특징은 실제 F1 현장 사운드가 ‘음악화’ 되었다는 점이다. 사운드팀은 트랙, 피트라인, 배기구 등 차체 곳곳에 고감도 마이크를 설치했고, 차체의 엔진 소리, 코너링의 소리, 트랙의 진동, 관중의 함성과 숨결까지 녹음했다. 곳곳에서 모은 소리는 마치 ‘악기’처럼 작용해, 단순 효과음을 넘어선 중요한 음악적 리듬이 되었고, 그 결과 조셉 코신스키가 그토록 바라던 ‘관객이 차 안에 있는 것처럼’ 느낄 수 있는 영화가 탄생했다.
여담으로, 제작진이 사운드 믹싱에 가장 어려움을 겪은 장면은 실버스톤 레이싱 장면이었다고. 왜냐하면, 실버스톤 장면에는 음악이 없이, 오직 사운드 효과만 존재했기 때문이다. 실버스톤 장면은 음악 대신 현장 사운드만으로 구성해 관객이 마치 차량 내부에 있는 듯한 밀도를 구현해냈다.
한편, 해설자의 음성 역시 〈F1 더 무비〉의 리얼한 사운드를 완성하는 데에 꼭 필요한 요소였다. 실제 F1 해설자인 마틴 브런들과 데이비드 크로프트는 〈F1 더 무비〉의 편집된 경기를 그대로 시청하며 즉흥적으로 해설했고, 이로써 관객이 실제 경기를 관람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박진감 넘치는 영화를 완성할 수 있었다.

# 미리 계획한 중요한 음악적 순간들
이쯤 되면 조셉 코신스키가 〈F1 더 무비〉의 음악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는 충분히 설명이 되었으리라. 그는 영화를 기획할 때부터, ‘중요한 음악적 순간들’을 미리 계획해 놓았다. 그 결과, 퀸의 ‘We Will Rock You’와 같은 유명한 곡들과 수십 곡의 오리지널 곡이 영화에 사용됐다.
그렇다고 해서, 유명한 노래가 꼭 특정 장면에 삽입되는 것은 아니었다. 제작진은 편집실에서 특정 시퀀스에 시퀀스에 맞춘 노래를 10곡 정도 준비해 장면에 입혀본 후, 그중 가장 잘 어울리는 노래를 선택했다. 영화의 제작자는 “가장 큰 히트곡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노래이거나, 가장 유명한 아티스트가 참여한 노래가 선택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 템포를 맞추는 편집
한스 짐머와 감독, 사운드팀은 “음악이 너무 빠르면 화면이 느려 보이고, 음악이 너무 느리면 텐션이 죽는다”라는 원칙 아래 음악과 영상의 템포를 끊임없이 미세하게 조정하기도 했다. 따라서, 레이싱 장면뿐만 아니라 일상적인 대화 장면에도 철저히 계산된 속도로 음악과 편집, 사운드를 조정했다.
더불어, 영화의 제작자이자 F1 월드 챔피언인 루이스 해밀턴은 영화의 컷을 보며 “이 코너에선 4단이어야 한다”라는 식의 구체적인 피드백을 제공해 더욱 리얼한 사운드의 영화가 탄생할 수 있었다.

# 글로벌 아티스트들의 다양한 참여 방식
영화의 제작진은 〈F1 더 무비〉의 사운드트랙에 F1의 글로벌함을 담아내고자 했다. F1 레이서들이 방문하는 전 세계의 트랙들만큼이나, 〈F1 더 무비〉에 참여한 아티스트들의 국적과 그들의 음악 장르는 매우 다채롭다. 컨트리, 힙합, 아프로비트 등에 이르기까지, 〈F1 더 무비〉의 사운드트랙은 다양성과 역동성을 반영한다.
더불어, 〈F1 더 무비〉의 사운드트랙에 참여한 글로벌 아티스트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영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이를테면 ‘Messy’를 부르고 작사한 로제와 ‘Bad As I Used To Be’를 가창하고 작곡·작사한 크리스 스테이플턴은 영화의 편집본을 직접 보고 영감을 얻어 트랙을 만들기도 했다. 또한, 영화의 엔딩 크레딧에 흐르는 노래인 ‘Drive’는 에드 시런이 가창하고 작사했는데, 조셉 코신스키는 이 특별한 곡을 위해 에드 시런에게 ‘소니 헤이스’(브래드 피트)를 상징하는 10개의 문구를 건넸다. 이 곡은 소니 헤이즈 캐릭터의 정점을 상징하는 곡이기 때문이다.
한편, F1과 관련이 있는 뮤지션이 영화에 참여하기도 했다. DJ 티에스토(Tiësto)는 ‘OMG!’라는 트랙에 참여했는데, 그는 실제로 F1 경기에서 여러 차례 공연해온 아티스트다. DJ 티에스토는 〈F1 더 무비〉 속 라스베이거스 클럽 신에 카메오 출연하기도 했다.

# 캐릭터를 드러내는 인물별 테마곡
영화 속 인물의 캐릭터에 따라 음악의 장르를 달리한 것도 탁월한 부분이다. 음악감독 한스 짐머는 브래드 피트가 연기한 ‘소니 헤이스’에게 서부극 건슬링어풍 테마곡을 부여하며 마치 카우보이 같은 소니 헤이스의 무모함과 용기, 강인함을 드러냈다. 한편, 신예 레이서인 조슈아 피어스(댐슨 이드리스)에게는 일렉트로닉, 록, 댄스 등으로 구성된 테마곡을 부여해, 영화 속 세대 간 긴장과 협력을 자연스럽게 드러내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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