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착한 여자 부세미〉 전여빈 배우 인터뷰는 1부에서 이어집니다.

문성근(가성호 역), 서현우(이돈 역) 배우와 올해 종영한 드라마 〈우리영화〉에 이어서 다시 호흡을 맞추셨어요. 연이어서 작업한 것도 이색적인 경험이었을 것 같은데, 두 배우와 함께한 소감을 말씀해 주세요.
서현우 오빠는 문성근 선배님께 슈퍼 하이퍼리얼리즘의 대가, 원조 이렇게 얘기해요. (웃음) 저도 그 말에 있어서 너무 동의하는데요. 진짜 선배님이 연기하시면 선배님이 원래 그런 성격인 건지 약간 헷갈리거든요. 그럴 정도로 너무 리얼한 톤의 연기를 구사하세요.
한 번은 문성근 선배님을 보고 울컥했던 적이 있는데요. 드라마 초반부에 금고의 문이 막 열리는 장면이었어요. 근데 선배님은 그 자리에 안 계셔도 되는데, 한사코 본인이 하셨던 연기를 계속 해 주시는 거예요. 스태프분들도 그렇고, 저도 선배님께 이제 그만 앉아 계셔도 된다고 말씀을 드렸는데도 선배님이 40분에서 1시간가량 계속 함께해 주셨어요. 근데 제가 갑자기 선배님의 뒷모습을 보고 눈물이 터져버린 거예요. 왜냐하면 이제는 스태프분들도 다 젊은 분들이 많이 하셔서 20대~40대거든요. 근데 우리가 모두 선생님이라고 하는 그 선배님께서 후배들 앞에서 계속, 카메라가 비추지 않는데도 본인의 연기를 계속하는 거예요. 그 순간에 선배님이 배우라는 직업을 어떻게 바라보고 임하고 있는지, 후배들 앞에서 어떤 모습으로 서 있는지 보였어요.
이어서 서현우 배우와 함께한 소감도 말씀해 주세요.
서현우 오빠는 2018년에 개봉한 〈죄 많은 소녀〉라는 작품, 저에게 있어서 너무 중요한 작품에서 오빠를 만났어요. 저의 담임 선생님으로 오빠가 출연해 줬었는데 그때는 저희 둘 다 지금보다 더 간절했을 때였어요. 그때 부산국제영화제에 출품됐다고 기뻐했던 기억이 있어요.
근데 제가 로맨스 케미는 진영이랑 있지만, 이돈은 가 회장의 복수를 실행하는 데 있어서 끝까지 함께하는 협력자 관계잖아요. 마지막 촬영을 서현우 오빠와 함께했는데, 둘 다 감정이 북받쳐 올라서 울었어요. 20년 가까이 서로가 얼마나 열정을 다해서 달려왔는지 알고,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해 온 시간이 있어서 그랬던 것 같아요. 서로가 서로의 자랑이라는 그런 마음이 있었던 것 같아요. 제가 현우 오빠한테 자주 “오빠는 제 자랑”이라고 말했거든요. 진짜 현장에서의 태도도 그렇지만, 배우로서의 스킬 또한 너무 뛰어난 배우예요. 이돈이라는 캐릭터는 대사가 정말 많았어요. 근데 대본으로 봤을 때는 이돈 캐릭터가 그렇게 엣지 있고 코믹한 느낌이 살 수 있을지 몰랐어요. 설명하는 대사들이 많으니까요. 근데 현우 오빠가 그걸 하니까 코믹한 맛이 생겼거든요. 그런 거 보면서 배우의 힘이라는 게 이런 거구나 생각했어요.

선하다는 말과 착하다는 말은 비슷한 의미이긴 하지만, 선함은 인간의 본질적인 부분에 더 맞닿아 있고, 착하다는 말은 주로 타인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때 많이 쓰잖아요. 배우님은 이번 작품 하시면서 착하다는 말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셨는지 궁금해요.
착하다는 말은 아주 다중적인 것 같아요. 정말 어떤 사람이 도덕적으로 바른 사람이고 좋은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이어서 착한 사람이라고 할 수는 있지만, 그 사람이 착하다고 하는 말에는 다소 폭력적인 의미도 좀 내포돼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저 사람의 모습이 내 마음에 들어야 착하다고 할 수도 있는 거죠.
예전에 들었는데, 어린아이를 키우는 집에서 아이한테 착하다는 칭찬을 너무 쉽게 해서는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어느 순간 아이가 그 착하다는 말에 길든다고 하더라고요. 칭찬받고 싶은 마음 때문에 아이의 행동이 제한될 수도 있다고 들었어요. 그런 의미에서 착하다는 말이 되게 다중적으로 느껴졌어요. 사회가 원하는 모습일 때 착하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는 거고요.
그리고 인간의 선함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그냥 측은지심의 마음이 선함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어려운 상황에 놓인 사람을 봤을 때, 그 사람을 도와주고 싶은 마음, 또 상대방의 어려움에 감정을 이입할 수 있는 마음 그런 게 선함이라고 생각해요.

〈죄 많은 소녀〉 이후에도 7년 동안 열정적으로 달려오셨어요. 스스로 과거를 돌아봤을 때 어떤 길을 걸어온 것 같은 지 말씀해 주세요.
연기라는 게 참 몸과 마음을 다하지만 아무리 최선을 다한다고 해도 부족할 때가 많은 그런 직종의 일이라 뭔가 유리 천장에 부딪히는 기분이 들 때가 많아요. 근데 그러니까 도전해 보고 싶고 안주하지 않게 되고 계속 반성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런 마음은 있어요. 저는 연기라는 일, 그 자체를 그냥 좋아하거든요. 이 마음은 스무 살 적에 연기를 막연히 동경했을 때의 마음과 비슷해요. 근데 이 마음을 어떻게 성숙하게 키워 나가고 운용할 수 있을지는 고민하게 되는 것 같아요. 나아가서 제가 이 산업의 진영 안에 있으니까 함께하는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힘이 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좋은 연기를 보여주시는 선배님들께 ‘믿고 보는 배우’라고 이렇게 수식어를 붙여주잖아요. 근데 그게 정말 어려운 일이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훌륭한 선배님들처럼 믿고 보는 배우가 될 수 있게끔 더 노력하겠습니다.
※ 마지막 문답은 〈착한 여자 부세미〉 결말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착한 여자 부세미〉가 곁에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알아봐 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김영란이라는 인물이 점점 그녀만의 선함을 알아주는 사람과 함께하게 되는 이야기인 것 같아요. 영란이 거친 그 여정이 영란에게 어떤 걸 남겨줬고, 어떤 성장을 이루어내게 했는지 알고 싶어요.
진짜 누구보다 자신의 삶에서 평범한 날을 바랐을 영란이 지옥 같은 나날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말도 안 되는 제안을 받아들이잖아요. 근데 사실 영란은 평범한 행복을 느끼고 싶었을 거라 그렇게 큰돈은 필요하지 않았을 수도 있어요. 마지막 12화에 다다라 영란은 그 모든 돈을 받게 돼요. 근데 영란은 그 돈을 회장님의 뜻이었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사회에 기부하고 영란은 떠나요. 그리고 1년 뒤에 다시 무창으로 돌아오게 되는데요. 그러면서 소중한 사람들 곁에 머물기를 작정한 것처럼 보여요.
그래서 결말에서 영란이 진짜로 바란 행복을 만나게 되지 않았을까. 영란이 가장 원했던 따뜻한 사랑, 누군가에게는 평범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영란이에게는 가장 비범한 행복을 만났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영란은 이 세상에는 사랑이 없다고 생각하고 살았지만, 결국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알아보고 품어주는 그 사람들의 품을 둥지로 삼고 행복하게 살 거라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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