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번째 인터뷰로부터 이어집니다.
일회는 상당히 무책임한 면모로 질타를 받는 인물인데요. ‘봉태규’ 개인은 일회를 어떤 인물이라 생각했나요.
봉태규 결혼 직전 아버지 장례식 생각이 많이 났는데요. 장례를 치르고 부조금을 나누는데 어머니가 제게 제일 많이 주시더라고요. “너 지금 일도 없으니까”라고 하시면서요. 그때 제가 웃음이 나왔어요. 정신 나간 사람처럼 보였을 수도 있는데, 솔직히 말하면 기분이 좋기도 했어요. 정말 돈이 없어서 그 돈이라도 들어온 게 좋기도 한 거죠. 그즈음 계속 상황이 좋지 않았죠. 결혼하고 한동안은 일이 없어 배우로서 저를 끝났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아내가 임신한 상태에서 “가족을 굶기면 어떡하지”라는 불안도 컸어요. 그 시기가 많이 떠올랐어요. 그래서 일회라는 인물이 전혀 밉지가 않았어요. 만약 내가 그런 상황에 놓였다면 나도 똑같지 않았을까. 지금 당장 살아야 하면, 그 돈을 쥐고 “내가 사는 게 모두를 위한 거다”라고 스스로를 설득했을 것 같거든요. 그런 개인적인 기억들이 자연스럽게 투영되고, 영화 속 인물과 제 경험이 크로스오버처럼 섞인 것 같아요.

선영이 가족 안에서 장녀로 돌봄노동을 하는 인물이라면 일회는 중년 가장을 상징하는데요. 한국사회 안에서 가족의 전형적인 모습을 투영할 수 있는 인물들인데요. 기존 영화에서 흔히 가장을 ‘무능력하지만 집 안에서 유독 폭력적’인 가장의 모습과 달리, 일회는 나약한 면모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새로운 관찰이자 표현이었어요.
권용재 어쨌든 이 사건의 모든 걸 계속 키우는, 진짜 반인륜적인 행동을 하는 캐릭터인데 시나리오 안에서 이 사람이 왜 이런 행동을 했는지의 전사를 다 표현할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오히려 봉태규 선배님이 과거 필모에서 보여줬던, 시트콤 〈논스톱〉부터 시작해서 자유분방하고 살짝 철없는 이미지들, 그런 인물이 “아버지가 되어버리면” 이렇게 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고 캐릭터를 만들어 나갔어요. 시나리오나 영화에서 다 설명하지 않아도, 그 이미지 자체가 관객을 설득해줄 수 있을 거라고 봤어요.

봉태규 제가 한창 영화 출연했을 때 한국영화 속 남성 캐릭터들을 보면 훨씬 더 가부장적이었고, 더 마초적이었어요. 그들은 권위적인 동시에 사고를 치고 무능력해요. 그런데 그게 오히려 리얼리티가 떨어지고 모순된 설정이라고 봐요. 어쩌면 그런 남성성을 직접 겪어보지 않은 사람이 그 이미지를 캐릭터에 투영한 결과처럼 보였어요. 왜냐하면, 경제적인 능력을 상실한 남자는 전의를 상실해요. 화를 낼 수는 있죠, 그런데 사실 아무도 그 말을 안 들어요. 일회 캐릭터를 만들 때 이 부분에 많이 신경 썼어요. 일회는 아들한테 마음이 없는 게 아니라 에너지가 없는 거죠. ‘나 하나 건사하는 것도 겨우인 사람’으로 설정하고 그런 느낌을 살리려고 했어요.

결국 가족들은 이 소동극 안에서도 영화의 제목 ‘고당도’를 상징하는 감을 나눠 먹는데요. 결국 흩어진 가족에게 함께 하는 시간을 만들어 준다는 점에서, 이 영화의 목적과 방향성이 읽히는데요.
권용재 제삿상에 올라가는 대표 과일 중 하나를 넣어서 의미를 표현하고 싶었어요. 가족은 어떤 맛이든 “씹고 삼키고 소화해내야” 하는 존재 같아요. 감은 생감부터 곶감, 홍시, 연시로 익는 정도에 따라 형태도 맛도 다양하잖아요. 다양한 가족도 가능하다는 의미를 담고 싶었어요. 제 의도들이 잘 전달될 지 긴장이 되는데요. 인터넷에 여러 반응들이 많은데 찾아서 보게 되요. 물론 악플도 있고요. 그 날것의 반응들을 어떻게 견뎌야 할 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웃음)
봉태규 요즘 저는 좋은 것도 안좋은 것도 좀 넘기고 내 중심을 찾으려 노력해요. 지난 서울독립영화제에서 관객들을 만나며 정말 즐거웠어요. 영화를 보러 찾아서 온 마음으로 봐주시는 관객들을 직접 만난 건 아주 특별한 경험이었어요. 연기가 하고 싶다는 마음은 변함이 없다는 걸 새삼 더 느껴요. 내가 좋아하는 연기를 하기 위해 다른 활동도 더 열심히 해요. 먹고 살아야 하니까요. 내겐 가족들이 있는데, 나의 연기 열정을 위해서만 살겠다 이렇게는 안되는 거죠. 그런 과정과 생각들 안에서 이 작품을 만나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오랜만의 장편인데 앞으로 더 다양한 연기로 계속 도전하고 싶어요.
인터뷰 씨네플레이 이화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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