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6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황금곰상, 일케르 차탁 '옐로 레터스' 수상

독일 감독 황금곰상 수상 22년 만, 차탁 감독 "독재자들과 맞서 싸우자" 강렬한 수상 소감... 잔드라 휠러 은곰상 주연상

황금곰상 든 튀르키예계 독일 감독 일케르 차탁 [EPA 연합뉴스]
황금곰상 든 튀르키예계 독일 감독 일케르 차탁 [EPA 연합뉴스]

제76회 베를린국제영화제(베를리날레) 최고 영예인 황금곰상이 튀르키예계 독일 감독 일케르 차탁의 작품 〈옐로 레터스〉(Yellow Letters)에 돌아갔다.

⬦ 22년 만에 독일 감독 황금곰상 쾌거... '옐로 레터스'의 예리한 시대정신

베를린영화제 경쟁부문 심사위원단은 21일(현지시간) 저녁 독일 베를린의 베를리날레 팔라스트에서 시상식을 열고 황금곰상을 비롯한 총 8개 부문의 수상작을 발표했다.

〈옐로 레터스〉는 국가 권력에 의해 삶의 터전을 잃은 예술가 부부가 이스탄불에서 생존과 신념 사이의 갈등 속에 가족 해체 위기에 직면하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튀르키예어로 제작됐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차탁 감독은 수상 소감에서 "진정한 위협은 우리 사이가 아니라 저기 독재자들에 있다"며 "우리 시대의 허무주의자들이 권력을 잡고 우리 삶을 파괴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이어 "서로 싸우지 말자. 그들과 싸우자"고 강조하며 장내의 주목을 이끌었다.

독일 감독이 황금곰상을 수상한 것은 2004년 파티 아킨 감독의 〈미치고 싶을 때〉(Head-On) 이후 22년 만이라고 DPA 통신이 전했다.

부문별 수상 결과를 살펴보면, 은곰상 심사위원대상은 튀르키예 에민 알페르 감독의 〈샐베이션〉(Salvation)이 차지했다. 이 작품은 튀르키예 산악마을의 종교적 신념과 권력 갈등을 그린 작품이다. 은곰상 심사위원상은 알츠하이머 환자와 그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미국 랜스 해머 감독의 〈퀸 앳 시〉(Queen at Sea)가 받았다.

은곰상 든 독일 배우 잔드라 휠러 [EPA 연합뉴스]
은곰상 든 독일 배우 잔드라 휠러 [EPA 연합뉴스]

은곰상 감독상은 그랜트 지(영국) 감독이 〈에브리원 디그스 빌 에번스〉(Everyone Digs Bill Evans)로 수상했으며, 은곰상 주연상은 〈로즈〉(Rose)의 잔드라 휠러(독일)에게 돌아갔다. 휠러는 2006년에도 같은 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은곰상 조연상은 〈퀸 앳 시〉의 애나 콜더 마셜과 톰 코트니(이상 영국)가 공동 수상했다.

은곰상 각본상은 〈니나 로자〉(Nina Roza)를 집필한 캐나다 감독 제네비에브 뒬뤼드드셀이, 은곰상 예술공헌상은 미국 다큐멘터리 〈요:러브 이스 어 리벨리어스 버드〉(Yo: Love Is a Rebellious Bird, 애나 피치·뱅커 화이트)에 각각 수여됐다.

⬦ 스크린 뚫고 나온 현실 정치... 가자지구·독재 향한 뼈있는 비판 쏟아져

한편 이번 영화제는 개막부터 폐막까지 예술가의 정치적 표현 자유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졌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빔 벤더스 감독이 지난 12일 개막식 기자회견에서 가자지구 전쟁 관련 질문에 "우리가 정치판에 들어설 수는 없다"고 발언해 영화계의 거센 비판을 받았다.

이후 영화제 기간 내내 다수의 영화인들이 팔레스타인인들의 희생에 국제사회의 관심을 촉구하는 등 정치적 목소리를 높였으며, 이날 시상식도 예외가 아니었다.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한 알페르 감독은 연설에서 튀르키예의 반체제 수감자들과의 연대를 표하며 "독재 아래 신음하는 이란 국민, 가장 끔찍한 환경에서 살고 죽어간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인들"을 언급했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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