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인의 영화쟁이?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를 빛내는 8인회 배우들의 출연작들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 8인회 과거 장면 촬영 현장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 8인회 과거 장면 촬영 현장

이것 참, 주인공보다 주변 인물에게 더 공감이 가는 드라마가 있다.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 이른바 ‘모자무싸’에서 8인회 얘기다. 8인회는 대학생 때 영화동아리로 만나 지금은 현역 영화인으로 활동 중인 인물들인데, 그중 주인공 황동만(구교환)만 10년째 감독지망생으로 있다. 그 때문인지 동만은 8인회를 꾸준히 불편하게 만드는 말들을 하고, 결국 8인회가 ‘7인회’가 될 지경까지 가고 만다. 물론 극이 전개되면서 동만의 마음이 이해되긴 하지만, 드라마를 본 시청자들은 동만에게 시달리는 8인회를 보며 내심 동정심을 느꼈으리라. 한편으론 악역 같고, 한편으론 연민이 가는 우리네 모습 같은 8인회로 드라마를 채워주고 있는 배우들을 소개한다.


박영수 역 전배수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

‘우영우 아빠’를 비롯해 이제 ‘국민아빠’라고 불러도 될 만큼 유독 아빠로 자주 얼굴을 비춘 전배수가 8인회의 연장자 박영수 역을 맡았다. 연장자라고 하지만 성격이 모질진 못해서 황동만을 내치자는 의견을 어떻게든 봉합하려고 하지만, 결국 본인도 쓴소리를 하게 된다. 전배수는 2000년대부터 꾸준히 조단역으로 다양한 작품에서 활약했는데, 앞서 말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우광호, 〈쌈, 마이웨이〉의 최애라(김지원) 아빠 최천갑, 〈철인왕후〉 김소용(신혜선)의 아빠 김문근, 〈지금 우리 학교는〉의 남온조(박지후) 아빠 남소주 등 아빠 역할로 특히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외에도 〈비밀의 숲〉의 최윤수, 영화 〈곡성〉의 덕기 등으로도 눈도장을 찍었다.

〈지금 우리 학교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지금 우리 학교는〉(왼),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박경세 역 오정세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

사실 〈모자무싸〉를 여는 역할이 주인공 황동만이 아니라 박경세인 것을 보면 작가가 특히 공들인 캐릭터가 아닐까 싶다. 박경세는 황동만의 눈치 없고 오만한 발언들에 누구보다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황동만에 따르면 8인회가 젊었던 시절에 가장 불만이 많은 멤버가 박경세였다고. 그런 박경세를 맡은 오정세는 황동만에게 시달린 모습을 (시청자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한) 한편으론 우스꽝스럽고 한편으론 공감 가는 연기로 담아낸다. 다작을 하는 데다 그때마다 존재감을 보여주니 뭘 소개해야 할지 난감할 정도. 〈동백꽃 필 무렵〉 노규태, 〈사이코지만 괜찮아〉 문상태로 백상예술대상 TV 부문 남자 조연상 2년 연속 수상에 성공했다. 〈스토브리그〉의 권경민 또한 입체적인 빌런상을 보여주었고, 〈악귀〉의 염해상 역으로 진중한 분위기까지 보여주었다. 〈모자무싸〉 이후로는 영화 〈와일드 씽〉에서 90년대 발라드 황태자로 돌아온다고 하니 그것도 기막힌 변신이 될 듯.

〈스토브리그〉
〈스토브리그〉
〈악귀〉
〈사이코지만 괜찮아〉
〈악귀〉(왼), 〈사이코지만 괜찮아〉

고혜진 역 강말금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

8인회의 실세이자 사실상 리더격인 고혜진. 남편 박경세가 유독 황동만에게 쉽게 발끈하는 모습을 결국 견디다 못해 ‘황동만 아지트 출입 금지’를 하고 만다. 그러면서도 변은아(고윤정)가 황동만에게 관심이 있는 낌새를 알아채자마자 누구보다 기뻐하는 그런 인물. 강말금은 연극 무대부터 지금의 위치까지 차근차근 올라온 배우답게 근래 영화, 드라마에서 매번 인상적인 장면을 만들며 존재감을 남기고 있다. 단편 〈자유연기〉 이후 〈찬실이는 복도 많지〉로 그 이름 세 자를 대중에게 각인시켰고, 〈옷소매 붉은 끝동〉 혜빈 홍씨, 〈군검사 도베르만〉 도수경, 〈폭싹 속았수다〉 여관 여주인 등 장르와 캐릭터를 가리지 않는 찰떡 연기가 매번 차기작을 기대하게 한다.

〈찬실이는 복도 많지〉
〈폭싹 속았수다〉
〈찬실이는 복도 많지〉(왼), 〈폭싹 속았수다〉
〈옷소매 붉은끝동〉
〈옷소매 붉은끝동〉

이준환 역 심희섭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

8인회에서 황동만이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인물. 먼저 연락하고 밥도 사주고, 동만의 말들도 잘 견뎌준다. 그런 탓에 박경세에게 ‘취향이란 게 없는 인간’이라는, 감독이라면 모욕적인 말을 듣고도 별다른 뒤끝 없이 넘어가기까지 한다. 서로에게 날선 인간이 많은 드라마에서 나오면 조금은 마음이 편해지는 한편, 이 사람도 뭔가 아픈 과거가 있을까 걱정도 되는 이준환은 심희섭의 말간 얼굴에서 되살아난다. 심희섭은 데뷔한 해에 〈변호인〉의 윤성두 중위 역으로 이름을 알린 후 드라마로는 〈역적 : 백성을 훔친 도적〉의 홍길동의 형 홍길현과 〈작은 신의 아이들〉 주하민 검사로 시청자들의 눈에 들었다. 그간의 활동을 보면 독립영화 쪽 비중이 큰 편. 〈흔들리는 물결〉, 〈메이트〉, 〈속물들〉 등이 있으며 〈다음 소희〉에서 이준호 팀장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작은 신의 아이들〉
〈역적 : 백성을 훔친 도적〉(왼), 〈작은 신의 아이들〉

최효진 역 박예니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

8인회의 일원이자 제작사 ‘최필름’의 PD로 황동만 본인보다 그에게 호감을 갖고 있는 후배 직원 변은아와 충돌이 잦다. 사실 이 충돌의 대부분은 최효진 본인이 자처한 것도 있는데, 회사에서도 꾸준히 황동만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니 같은 공간에 있는 변은아가 듣다 못해 반박하기 때문. 덕분에 ‘비현실적’으로 비호감인 황동만과 달리 이 최효진이란 인물은 회사원이라면 썩 좋게만 보이진 않을 터. 그런 역할을 용감하게 수행하고 있는 박예니는 근 5년간 정말 ‘달리고’ 있는 배우 중 한 명이다. 유창한 영어 실력으로 〈슬기로운 의사생활〉 통역사로 등장한 후 〈미씽: 그들이 있었다〉, 〈모범형사 2〉 등에 출연했다. 아무래도 두각을 드러낸 건 영화 〈그녀가 죽었다〉의 BJ 호루기, 드라마 〈사냥개들〉의 강태영 역을 뽑을 수 있다. 2025년엔 〈중증외상센터〉의 송아그네스로 화려한 시작을 알리고 〈러닝메이트〉, 〈S라인〉, 〈백번의 추억〉, 〈이루어질지니〉까지 출연하며 한 해를 꽉꽉 채웠다. 올해 공개된 〈사냥개들〉 시즌 2의 모습과 비교하며 봐도 재밌을 듯. 아참, 드라마나 영화는 아니지만 김남희 배우와 ‘초보 엄마 아빠’로 호흡을 맞춘 스위첸 광고도 대표작에 올려놓을 만하다.

〈그녀가 죽었다〉
〈사냥개들〉
〈그녀가 죽었다〉(왼), 〈사냥개들〉

이기리 역 배명진(왼), 우승태 역 조민국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

이기리 역 배명진

동만과 큰 갈등은 없지만, 8인회 다수 의견처럼 싫어하는 면이 더 크다. 그렇지만 같은 성별이고 박경세와 자주 있다보니 물리적으로 동만과 경세의 갈등을 뒤처리하는 모습이 자주 그려진진다. 배명진은 〈낭만닥터 김사부〉에서 허영규 역으로 출연했다. 시즌 1에 이어 시즌 2까지 출연하며 캐릭터의 성격이 살짝 바뀌고 대신 비중도 좀 더 늘었다. 2021년 〈샤크 : 더 비기닝〉에 이어 2025년 〈샤크: 더 스톰〉에서도 이원준으로 등장했으니 이 정도면 시리즈와 인연이 있는 배우라고 볼 수 있다. 〈살인자의 쇼핑목록〉, 〈택배기사〉, 〈최악의 악〉 등 장르물에서 활약하는 모습이 많지만 〈웰컴투 삼달리〉의 차은우(배역명이 이것이다)처럼 순박한 인물도 찰떡처럼 소화한다.

〈웰컴투 삼달리〉
〈샤크: 더 스톰〉
〈웰컴투 삼달리〉(왼), 〈샤크: 더 스톰〉

우승태 역 조민국

우승태는 동그란 검은 안경으로도 황동만에 대한 불만이 가려지지 않는다. 듣기 싫어서 한마디 반박했다가 오히려 잔소리를 듣고 마는 그런 신세. 그렇지만 기리와 비슷하게 어쩌다보니 동만의 뒷수습반이 되고 말았다. 우승태를 맡은 조민국은 〈모자무싸〉를 쓴 박해영 감독의 전작 〈나의 해방일지〉에 석정훈 역으로도 출연한 바 있다. 이후 〈힙하게〉, 〈멜로무비〉, 〈천국보다 아름다운〉, 〈경도를 기다리며〉 등 드라마에 쭉쭉 출연하면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모자무싸〉 최근 회차에서 영수에게 일침을 맞기도 했으니 조금씩 변하는 모습을 보여주게 될는지.

〈힙하게〉
〈힙하게〉

영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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