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빈 수레가 요란하다던가. 그러나 〈와일드 씽〉 만큼은 예외인 듯하다. 이렇게까지 재미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홍보 콘텐츠가 ‘밈’으로 기능하는 시대에, 사전 홍보 콘텐츠와 예고편이 영화 그 자체보다 더욱 재미있는 경우가 한두 번이겠는가.
그러나 기발한 예고편과 뮤직비디오로 개봉 전부터 ‘빨초파 부대’라는 ‘트라이앵글’ 팬덤을 만들어낸 〈와일드 씽〉은, 막상 극장에서 보면 홍보 콘텐츠보다 본편이 더 재미있는 영화다. 영화는 뜻밖의 전개로 시종일관 처음부터 끝까지, 당황스러울 정도로 웃기게 ‘질주’한다.
오는 6월 3일 개봉하는 영화 〈와일드 씽〉은 뜻밖의 범죄(?)·액션(?)·로드무비다. 한때 가요계를 휩쓴 3인조 혼성 댄스 그룹 ‘트라이앵글’이 20년 만에 찾아온 재기 공연 한 번 하기 위해 말 그대로 ‘질주’하는, 잘 짜인 소동극이다. 매해 여름 극장가를 겨냥해 처음부터 끝까지 웃기려고 작정한 코미디 영화는 많지만, 웃음 타율이 이렇게 높기도 쉽지 않다.
이 영화의 더욱 큰 성취는, 관객을 뻔하지 않게 웃긴다는 점이다. 〈와일드 씽〉은 코미디 영화가 으레 내세우는 ‘대사빨’ 보다는 상황의 아이러니에 집중해, 예상치 못한 전개로 뻔한 코미디 영화의 길을 비껴간다. 카 체이싱, 범죄 공모(?) 등 정신없이 그들의 야망 넘치는 질주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트라이앵글’과 최성곤(오정세)을 응원하게 된다. 워낙 뚝심 있게 와일드한 질주를 이어 나가는 덕분에, 극강의 호불호가 예감되기도 하지만, ‘이상하고 미친 영화’임은 분명하다.

지난 18일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에서는 〈와일드 씽〉의 언론배급시사회와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이날 손재곤 감독과 배우 강동원, 엄태구, 박지현, 오정세는 취재진과 함께 영화를 관람한 후 질의에 응답했다.
〈달콤, 살벌한 연인〉, 〈이층의 악당〉, 〈해치지않아〉를 통해 허를 찌르는 상상력과 촌철살인 유머를 선보여 온 손재곤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 코미디와 액션, 그리고 음악이 결합한 독특한 장르를 선보였다. 이에 대해 손 감독은 “코미디 영화 내에서 늘 하던 대사 위주, 관계 위주의 한계를 벗어나 다채롭고 극장에서 더 즐길 수 있는 작품을 해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한편, 〈와일드 씽〉은 재기발랄한 코미디지만, 그 속에는 실패를 맛본 어른들을 향한 뭉클한 위로도 담겨 있다. 극 중 “인생에 기회가 세 번만 있냐”는 대사에 대해 감독은 “주제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영화를 만든 적이 한 번도 없다. ‘이렇게 하면 재밌을까’가 유일한 판단 기준”이라고 말하면서도, “나이를 먹고 보니 일생에 기회가 세 번밖에 없다는 건 너무 서운하고 잔인한 말 같더라. 그래서 이 대사가 관객들에게 자연스럽게 건넬 만한 위로와 메시지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며 영화에 담긴 따뜻한 주제에 대해 넌지시 힌트를 건넸다.

‘트라이앵글’의 리더이자 댄스머신 현우 역을 맡은 강동원은 커리어 사상 최고로 파격적인 연기를 선보였다. 강동원은 이 영화에서 헤드스핀을 직접 소화하는 등, 그야말로 몸을 사리지 않는 열연을 펼쳤다. 강동원은 이에 대해 “헤드스핀은 이 영화에서 굉장히 중요한 장면이다. 현우의 꿈이 이어지는 것을 상징하는, 주요한 장면이기에 연습을 열심히 했다”고 밝혔다.

엄태구의 코미디 연기 역시 발군이다. 연예계 대표 ‘내향인’으로 알려진 배우이지만, 영화에서만큼은 강렬한 스웨그(swag)를 뽐낸다. 존재감 제로의 막내에서 폭망한 솔로 래퍼 상구 역을 맡은 엄태구는 “가장 어려웠던 건 무대 위 공연 장면이다. 가수가 아닌데 혼자 수많은 관객들 앞에서 자기 최면을 걸며 싸워야 했다”며 아이돌 그룹을 연기한 소감에 대해 털어놓았다.

한편, ‘트라이앵글’의 센터 도미 역으로 ‘절대매력’을 발산한 배우 박지현은 아이돌 특유의 제스처와 동선을 완벽히 이해해 현역 못지않은 ‘퍼포먼스 퀸’의 면모를 완성해 냈다. 박지현은 “핑클의 이효리 선배님 등, 우리 세대가 보고 자란 그 시절의 아이콘과 같은 분들의 스타일을 오마주했다”며 “상큼함과 섹시함을 동시에 가져가고 싶었다”고 캐릭터구축 과정에 대해 전했다.

39주 연속 2위라는 진기록을 보유한 비운의 발라더이자, 20년 후 산속 야생 멧돼지 사냥꾼으로 은둔해버린 성곤 역의 오정세는 단연 코미디 연기의 진수를 보여준다. 오정세는 자신이 연기한 캐릭터 ‘성곤’에 대해 “성곤은 절실함을 담은 캐릭터”라고 한 마디로 요약하며, “보컬 트레이닝 때 빨대로 호흡 연습을 하는 걸 배웠다. 그게 너무 좋아서, 편의점에서 빨대 세 뭉치를 사 와 무대로 향하는 이동 씬 내내 입에 물고 호흡 연습을 하는 성곤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다. 작지만 끈질긴 성곤의 절실함을 계속 찾으려고 노력했다”고 캐릭터를 구체화한 과정에 대해 전했다.
영화 〈와일드 씽〉은 6월 3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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