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시리즈 '기리고' 포스터 [넷플릭스 제공]](https://cdn.www.cineplay.co.kr/w900/q75/article-images/2026-05-25/86e696fe-4422-4ff2-a951-b9af49c226df.jpg)
낭만의 종언, 핏빛 생존기가 된 교실... 전 세계 홀린 '기리고'
더 이상 교실엔 풋풋한 첫사랑의 낭만이 숨 쉬지 않는다. 스마트폰 화면 속 기이한 앱 하나가 십 대들의 일상을 처절한 생존 게임으로 탈바꿈시킨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기리고'가 쏘아 올린 서늘한 충격파다.
공개 단 2주 만에 글로벌 비영어 TV 부문 정상에 오른 이 영 어덜트(YA) 오컬트물은, 욕망과 저주가 뒤엉킨 교실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파헤친다. 과거 대중문화가 소비하던 '안전한 온실'로서의 학교는 완전히 붕괴했다. 이제 글로벌 시청자들은 스릴러와 오컬트가 결합된 'K-학원물'의 잔혹한 매력에 열광하고 있다.
![티빙 오리지널 '피라미드 게임', 넷플릭스 시리즈 '하이라키' 포스터 [티빙·넷플릭스 제공]](https://cdn.www.cineplay.co.kr/w900/q75/article-images/2026-05-25/f2bff855-d3fe-4713-9c92-f5a91232d3b9.jpg)
계급과 폭력의 축소판, 무한 경쟁이 낳은 '다크 학원물'의 진화
학교라는 견고하고 폐쇄적인 생태계는 잔혹극을 위한 완벽한 무대다. 학급 투표로 계급과 따돌림의 대상을 합법화하는 '피라미드 게임', 부와 권력으로 철저히 서열화된 사립고의 이면을 파고든 '하이라키', 그리고 좀비 떼 속에서 사투를 벌이는 '지금 우리 학교는'(이하 '지우학')까지. 변주를 거듭하는 다크 학원물은 현재 OTT 시장의 가장 강력한 흥행 보증수표다.
전문가들은 이 서늘한 트렌드 이면에 한국 사회의 씁쓸한 자화상이 도사리고 있다고 진단한다. 문화평론가 '김헌식'은 "현실의 학교는 극소수 승자를 제외한 모두를 낙오자로 전락시키는 살벌한 투기장"이라며, 공교육의 붕괴와 십 대들의 생존 위기를 장르물이 예리하게 포착했다고 분석한다. 문화평론가 '하재근' 역시 "교실 내 권력관계는 사회적 부조리를 응축한 완벽한 축소판"이라고 덧붙였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하이라키' 배우 김재원 [넷플릭스 제공]](https://cdn.www.cineplay.co.kr/w900/q75/article-images/2026-05-25/33161b82-f9ab-4558-bacb-5b16205adb4a.jpg)
어른들이 더 열광하는 십 대들의 잔혹극, 그 이면의 심리학
흥미로운 지점은 교복을 입은 이들의 핏빛 사투에 성인 시청자들이 더욱 뜨겁게 반응한다는 사실이다. 이는 십 대들의 이야기가 단순한 '그들만의 리그'를 넘어, 성인들이 매일 마주하는 조직 사회의 부조리와 절묘하게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하재근' 평론가는 "폐쇄적 공간 내의 폭력과 서열화는 성인들이 겪는 현실의 축도이기에 전 세대를 관통하는 공감대를 형성한다"고 짚어낸다. 나아가 현대 사회가 파편화될수록, 매일 얼굴을 맞대야만 하는 학교 특유의 '밀집된 대면성'은 역설적으로 가장 원초적인 공포를 자아낸다. 비대면이 일상이 된 시대, 집단 속에서 철저히 고립될 수 있다는 '소외의 공포'를 극대화하는 데 학교만큼 완벽한 공간은 없다는 것이 '김헌식' 평론가의 날카로운 지적이다.
!['지금 우리 학교는' 시즌2 [넷플릭스 제공]](https://cdn.www.cineplay.co.kr/w900/q75/article-images/2026-05-25/b5446aa3-87ac-47cf-967c-c3df2532d26c.jpg)
도파민 중독을 넘어, 'K-학원물'이 증명해야 할 지속 가능성
이제 시선은 '지우학' 시즌2와 '스터디그룹' 등 출격을 앞둔 차기작들로 향한다. 거침없는 흥행 가도 속에서도 뼈아픈 경계의 목소리는 존재한다. 자극적인 묘사와 '도파민 폭발'에만 매몰된 자기 복제는 결국 장르의 수명을 갉아먹을 뿐이다.
'김헌식' 평론가는 "학교의 어두운 이면만을 천편일률적으로 전시하는 것을 넘어, 입체적인 서사와 확장성을 증명해야 할 때"라고 강조한다. 폭력과 고발의 카타르시스를 넘어, 그 폐허 속에서도 피어나는 인간성의 회복과 따뜻한 통찰을 담아낼 때 비로소 'K-다크 학원물'은 글로벌 시장에서 대체 불가능한 주류 장르로 영속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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