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웃다가 울리는 ‘단짠단짠’의 힘, '경주기행' 공효진①

〈경주기행〉 포스터
〈경주기행〉 포스터

공효진의 연기에는 유난히도 설득력이 있다. 극악무도한 범죄자를 직접 처단하러 나선다는 설정도, 웃음과 눈물을 쉴 새 없이 오가며 혼을 쏙 빼놓는 ‘혼종’의 장르도 모두 납득이 될 만큼 말이다. 특유의 자연스러운 말맛과 유연한 호흡으로 대체 불가능한 존재감을 증명해 온 그가, 이번에는 깊은 상처와 유머러스함을 고루 갖춘 K-장녀가 되어 도로 위로 나섰다.

오는 8월 26일 개봉하는 영화 〈경주기행〉은 8년 전 수학여행을 떠났다가 영영 돌아오지 못한 막내딸 ‘경주’의 생일을 맞아, 가해자의 출소일에 맞춰 단체 티셔츠를 맞춰 입고 경주로 ‘죽이는 가족 여행’을 떠나는 엄마 옥실(이정은)과 세 딸 장주(공효진), 영주(박소담), 동주(이연)의 여정을 담은 작품이다.

〈경주기행〉은 현실에 발 붙어 있는 듯하다가도 장르적 텐션이 가득하고, 재치 넘치는 동시에 울림을 주는, 독특한 색채의 영화다. 그런 영화의 톤앤매너를 만드는 데에는 공효진의 몫이 컸으리라. 극 중 공효진이 연기한 첫째 딸 ‘장주’는 남편과 어린 딸을 둔 가장이자, 엄마 옥실의 오른팔로서 복수극의 사령탑을 자처하는 인물이다. 하지만 장주는 가족을 지켜야 한다는 절박함과 엄마를 향한 사랑, 그리고 또 다른 가정을 지켜야 한다는 현실적인 갈등 사이에서 지극히 복잡하고도 입체적인 감정을 품고 있다.

촬영을 마치고 2년이라는 기다림의 시간을 거쳐 마침내 한국 관객과 만나게 된 〈경주기행〉은 다음 주 수요일 개봉을 앞뒀다. 개봉을 앞두고 공효진은 “엄마(이정은)가 여우주연상을 받았으면 좋겠다”며 연신 〈경주기행〉을 함께한 배우들에 대한 신뢰를 아끼지 않았다. 지난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모처에서 〈경주기행〉 개봉 기념으로 공효진과 씨네플레이가 만난 자리에서 나눈 대화의 전문을 옮긴다.


배우 공효진(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배우 공효진(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경주기행〉의 언론배급시사회 이후 반응이 좋아요. 현재 방영 중인 드라마 〈유부녀 킬러〉 역시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는 중인데요. 요즘 기분이 어떠신가요.

지금 꿈인가 생시인가 하면서 보내고 있어요. 찍은 후 개봉만을 기다려왔거든요. 혼자 짊어진 영화라기보다는 다 같이 찍었으니 기쁨도 몇 배가 되고, 든든함이 있어요. 분위기가 뭔가 심상치 않은 느낌이 들어가지고, 오늘이 제일 행복한 날일 수도 있겠다 하면서 그냥 즐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2년 전 크랭크업 이후, 개봉을 기다리는 동안 배우들과의 단톡방이 단 한 번도 쉼 없이 가동되었다고 들었습니다.(웃음)

2년 동안 끊임없이 서로가 지금 무엇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다 알고 있었고요. 잊었다가 다시 만난 게 아니라, 〈경주기행〉 촬영 이후로 계속 돈독하게 지내고 있어요. 오늘 몇 시에 나가네, 몇 시에 끝나네, 밤을 새우고 있네 어쩌고저쩌고 계속 얘기하고요. 그런데 엄마(이정은)가 너무 바쁘셔서 올해는 얼굴을 제대로 못 봤지만요. 드디어 이렇게 몰려다니면서 매일 보고 영화 홍보를 하니까, 혼자 단독으로 기쁜 것보다 같이 함께 기쁜 게 훨씬 좋은 것 같아요. 또 일단 영화가 동주(이연)는 동주대로 잘 나오고, 영주(박소담)는 영주대로 잘 나오고, 백상현(변요한)은 요한이대로 잘 나오고 모든 게 다 잘 나온 것 같아서 더 기쁨이 큽니다. 어떤 현장은 다 기쁜데, 혼자만 살짝 ‘난 좀 덜 기쁜데’ 이런 사람이 있을 수도 있는데, 그게 아니고. 또 지금 영화가 너무 좋아서 감독님 평이 너무 좋잖아요? 그래서 감독님도 기쁘고요.

배우분들을 여전히 배역명으로 부르시는 것 같네요.

왔다 갔다 해요. 근데 이정은 선배님은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때부터 엄마라고 불렀거든요. 그런데 (박)소담이가 〈기생충〉때부터 정은 선배님한테 ‘언니’라고 불렀대요. 그래서 ‘이건 뭔가 꼬였다’ 싶었죠.(웃음) 그래서 지금은 언니와 엄마의 중간 느낌으로 ‘엄니’라고 해요. 선배님이라고 하기에는 또 너무 거리감이 있고요. 또 나중에 저하고 정은 엄니가 모녀지간이 아닌 다른 역할을 맡게 될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그렇게 부르고 있습니다.

〈경주기행〉
〈경주기행〉

김미조 감독님도 여성이고, 자매들과 엄마까지 여성 캐릭터들이 이야기의 주체가 되는 현장이었습니다. 기존의 현장과는 사뭇 달랐을 것 같은데요.

영화에 김미조 감독님의 색깔이 참 많이 묻어있죠. 그거를 잘 지켜내시고 잘 담아내신 게 너무 기특하고 기쁩니다. 일단 이야기 자체가 모녀 이야기이기도 하고요. 이번에 영화를 보면서 새롭게 느낀 건, 〈경주기행〉의 형사님(김정영)도 그렇고 필례(남권아)도 그렇고, 마치 누아르에서 봤던 남자의 역할을 여자가 새롭게 해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찍을 때는 사실 너무 자연스럽게 느껴서, 그 사실을 새삼 깨달았어요.

김미조 감독의 분명한 색깔이 있다고 말씀하셨는데요. 감독님의 색이 확실히 뚜렷하다고 느낀 계기가 있나요.

〈경주기행〉 속 한 장면을 예로 들고 싶은데요. 저희끼리 펜션에 누워서 천장을 보는데, “우리 그때 바닷가 갔던 거 생각나?”라며 얘기를 하거든요. 그때 그림자가 천장에 비치는데, 거기에 하와이안 음악이 살짝 깔리면서 바닷가에서 놀고 있는 저희의 그림자 잔상이 지나가요. 사실 그게 저희가 실사로 찍었던 과거 신이었거든요. 그냥 나뭇가지 그림자로만 보신 분들도 계실 텐데, 알고 보면 진짜 아름답고 애절한 신입니다. 원래는 과거에 엄마 아빠랑 뛰놀던 신이 영화 맨 뒤의 에필로그였거든요. 그런데 감독님이 그것을 펜션 천장 그림자 신으로 배치하신 거예요. 거기서 우리 감독님이 확실한 자기 색이 있다는 것을 다시 확인했어요.

〈경주기행〉
〈경주기행〉

첫째 장주는 엄마의 복수를 돕는 오른팔이자 사령탑이면서도, 자신의 가정(남편과 딸)이 있는 유일한 인물입니다. 그래서 장주는 이중적인 위치에 있어, 더욱 그의 마음을 해석하고 연기하기까지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아요.

저도 현실적으로 생각을 많이 했죠. 8년이란 긴 시간 동안 이 얘기를 나눴을까. 집 안에 그런 큰 상이 있을 때는 가족들끼리 가급적 그 얘기를 안 하는 금기가 있잖아요. 그래서 경주로 떠나는 시작을 경쾌하게 들떠서 갈지, 불안불안하게 갈지 고민했는데요. 관객들이 볼 때 ‘어딜 가길래 저렇게 다들 긴장했지?’ 싶게 출발하는 게 맞다고 봤어요. 찍으면서 내린 저는, 장주는 내심 이 복수가 실패하길 바라지 않았을까 싶어요. 진짜 우리 엄마 손에 피는 묻히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럼 더 큰 트라우마가 생길 텐데, 그런 마음이죠. 복수가 시원함이 될지, 내 마음에 칼을 꽂는 일이 될지 불안했을 거예요. 장주에게는 또 다른 가족이 있는 상황이잖아요. 동생이 죽었을 땐 남편과 아이가 없었지만 가정을 이루면서 생각이 바뀌었을 수도 있겠다 싶었죠.

감독님께서 장주 캐릭터에 대해 현장에서 어떤 디렉션을 주셨나요?

감독님이 장주는 동생들의 사이드가 아니라 엄마의 사이드였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이 일을 끌고 가는 데 있어서 엄마의 오른팔이자 사령탑처럼 힘을 보태는 포지션이요. 동생들에게 “조용히 해, 그 얘기 하지 마! 아무짝에도 쓸모없어, 가야 돼. 엄마가 하자잖아” 하면서 엄마가 하고 싶은 원을 풀어주고 싶어 하는 딸이었던 거죠. 그러다가 장주는 영화의 클라이맥스에서 엄마로서의 각성을 하게 돼요. ‘나도 엄마고, 내 딸도 있고, 내가 감옥에 가거나 문제가 생기면 내 아이는 어쩌지?’ 하는 각성이요. 딸로 영화를 쭉 끌고 오다가 그때부터 나도 엄마니까, 내가 챙길 사람들을 위해 이 일을 그르쳐야만 한다’는 이유가 생기면서 반전이 시작돼요.

〈경주기행〉
〈경주기행〉

봉고차 앞에서 엄마 옥실과 울면서 대립하는 신이 바로 그 장주의 각성이 폭발하는 명장면이기도 하잖아요. 그 중요한 감정 신은 어떻게 촬영했나요.

두 테이크 정도 갔던 것 같아요. 잘 해내야 된다는 부담이 무척 큰 신이었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순간적인 집중력을 참 많이 의지하고 믿는 편이에요. 엄마가 나에게 연기를 잘할 수 있도록 감정을 잘 주시겠지 싶었는데, 역시나 (이)정은 엄마가 너무 울컥하는 감정을 주셨죠. 사실 개인적으로는 저의 그 연기에 살짝 갑갑함과 아쉬움이 남기도 해요. ‘조금 더 잘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마음이요. 하지만 배우는 자기 연기에 조금씩 아쉬움을 느껴야 계속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아쉽다고 느꼈던 부분을, 정은 엄마가 철철 우시면서 완벽하게 상쇄해 주셨기 때문에 작품 전체로 보면 너무나 좋은 신으로 붙었다고 생각해요.

※〈경주기행〉 배우 공효진 인터뷰는 2부로 이어집니다.

영화인

[인터뷰] 웃다가 울리는 ‘단짠단짠’의 힘, '경주기행' 공효진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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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8.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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