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기행〉 배우 공효진 인터뷰는 1부로부터 이어집니다.

둘째 영주 역의 박소담, 셋째 동주 역의 이연 배우와의 자매 케미스트리도 무척 자연스러웠습니다. 실제 현장에서의 호흡은 어땠나요?
희한하게도 절친 역할보다 자매나 남매 역할이 되면 훨씬 금방 친해지는 것 같아요. 참 죽이 잘 맞았어요. 저하고 막내 동주 이연이가 게임을 무지 좋아해요. TV 연결해서 하는 닌텐도 슈퍼마리오 같은 협동 게임을 둘이서 신나게 했거든요.(웃음) 그럼 둘째 소담이는 뒤에서 보면서 “하나도 재미없어 보여...” 이러고, 저희는 “너는 빠져, 우리 둘이 할 거야” 하면서 놀았습니다(웃음)
영화 〈경주기행〉은 웃음과 눈물이 공존하는 작품이잖아요. 그래서 코미디 연기에 어떻게 임하셨는지도 궁금해요. 예컨대 백상현이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했다는 소식을 듣고 천연덕스럽게 "어머, 전혀 몰랐네!"라고 시치미 떼는 연기 같은 것들이요.(웃음)
대놓고 “우리 코미디예요”라고 연기하지 않기 위해, 실제처럼 연기하려고 했어요. 영화가 짠할 만하면 갑자기 또 웃기고, 진짜 어디에 장단을 맞춰야 하는 영화인지 모르게, 관객들이 온탕과 냉탕을 왔다 갔다 하는 ‘단짠단짠’을 느낄 수 있겠다 싶었어요. 저희 배우들이 다 그런 연기에 특화되어 있거든요.(웃음) 그리고 김미조 감독님 자체가 영화랑 정말 똑같은 사람이에요! 엄청 웃긴 분입니다. 카리스마 넘치고 열정 넘치면서도 정말 똘똘하고 위트 있는 감독님이세요.

김미조 감독님이 드라마 〈질투의 화신〉을 30번 넘게 돌려봤을 정도의 열렬한 공효진 배우의 팬이라고 고백하셨습니다. (웃음) 공효진 배우는 유난히도 여성 감독님들과의 시너지가 좋은 것 같은데요.
저도 30번은 안 봤는데 정말 재미있게 보셨구나 싶네요. 사실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는 여성 감독님일 거라는 상상이 안 됐을 정도로 글이 중성적이고 강렬했거든요. 제가 인생을 살면서 감독님의 캐릭터가 참 특별하다고 생각했던 게, 〈미쓰 홍당무〉 이경미 감독님에 이어서 두 번째인 것 같아요. 아주 매력적인 인물들이세요. 이경미 감독님처럼 유머와 개성이 뚜렷하면서도, 이경미 감독님이랑은 다르게 빠르세요. 이경미 감독님은 도대체 대본을 몇 년을 쓰고 계신 건지.(웃음) 〈경주기행〉도 보셨거든요. 이경미 감독님이 “효진, 제발 그 유머감을 잃지 말고 기다려야 돼”해서 “빨리 주세요”라고 했죠. 김미조 감독님은 대본을 정말 빠르고 완벽하게 쓰시는 분이라 앞으로가 더 기대돼요. 또 하나가 준비되고 있대요.
영화의 또 다른 주역은 경주라는 공간입니다. 실제로 장기 로케이션 촬영을 하며 느낀 경주의 매력은 무엇이었나요?
제가 저희 영화의 세 가지 매력 중 하나로 꼽는 게, 바로 ‘경주’예요. 저희 영화에서는 경주를 새롭게 볼 수 있는데요. 돌아서면 거대한 무덤(왕릉)이 있는데, 오름 같은 무덤 옆에 차 있고 집이 있고. 집보다 더 큰 무덤들 사이에 둘러싸여 마주 보고 앉아 이야기할 수 있는 신기하고 아름다운 공간이잖아요. 촬영하는 동안 비가 오면 다 같이 불국사도 가고 첨성대도 가고, 맨발로 걷고 종을 치며 기도도 많이 했죠. 거의 저희가 경주를 장악했었죠.(웃음) 밤에는 스태프들이 노래방 옆 방에서 놀고 있으면 마주치기도 하고요. 배우들이 다 술을 잘 안 마셔서, 밥 먹고 차 마시면서 정말 돈독하게 지냈습니다.
‘경주’를 세 가지 매력 중 하나라고 말씀하셨는데요. 그렇다면 배우 공효진이 직접 뽑는 〈경주기행〉만의 세 가지 관전 포인트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첫 번째는 푸릇푸릇하면서도 고즈넉한 경주라는 공간이 주는 특별한 비주얼이고요. 두 번째는 울다가 웃기는 극적인 ‘단짠단짠’의 재미요. 세 번째는, 누구나 한 번쯤 상상해 봤을 법한 감정을 현실적으로 끌어낸다는 점이에요. 엄마가 애들을 다 같이 감옥에 보내려는 게 아니라, 엄마 혼자 모든 죄를 짊어지고 가려는 계획이 있었구나라는 걸 깨닫게 되는 순간의 울림이 있거든요. 결국 이 영화는 나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우리 엄마가 지옥까지 쫓아가서 복수해 줄 거라는, 사람으로서의 가장 근본적이고 단란한 그 마음을 충족시켜 주는 영화입니다. 자기 한 몸 바쳐서 자식을 지키려는 그 지독한 엄마의 사랑이 깊은 여운을 주죠.

장주는 엄마의 오른팔이자 사령탑이면서도, 튀지 않게 가족 전체를 이끌어가는 이중적인 위치의 인물입니다. 확실한 원톱롤보다는 극의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에 가깝죠. 기존에 공효진 배우가 선택해 온 배역들과는 다소 다른 인물인데, 이런 캐릭터를 택한 이유가 궁금해요.
예전에는 작품을 할 때 내 캐릭터를 사람들이 이해하고 응원해 주길 바랐다면, 지금은 이 극의 전체 흐름에서, 관객들이 스킵하고 싶지 않게 흥미 유발을 해내는 게 배우의 몫이라고 생각해요. 내가 조금 수상하게 연기하더라도 관객들이 궁금해서 뒤를 계속 볼 수 있게 유기적으로 이끌어가는 거죠. 이제 제가 베테랑이 되었구나 느낄 때가 딱 그런 순간이에요. 내 캐릭터만 우겨넣고 싶고 나만 살고 싶은 게 아니라, 이 극 전체를 책임져야 한다는 책임감이 생긴 거죠. 이번 작품도 시나리오를 덮으면서 ‘이 영화는 더 할 것도 덜 할 것도 없구나, 내가 숨을 불어넣어 보고 싶다’라는 확신이 들어서 주저 없이 선택했습니다.

수많은 창작자들이 공효진 배우를 찾고, 대중 역시 공효진 배우를 믿고 작품을 보는 것을 보면, 공효진 배우의 연기에는 유난히 설득력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공효진 배우의 그 설득력의 원천은 어디서 나온다고 생각하시나요.
너무 뜻깊고 감사한 질문이네요, 저도 늘 ‘내가 도대체 왜 이렇게 사랑받는 걸까’ 생각하거든요.(웃음) 제 연기의 자연스러움은 어쩌면 타고난 행운인 것 같아요. 연기 시작부터 저를 얼어붙게 만드는 엄격한 감독님을 만난 적이 없어요. 김태용 감독님, 민규동 감독님(공효진의 배우 데뷔작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 공동감독)처럼 저를 저 자체로서 장점화해서 편하게 끌어내주신 스승 같은 감독님들을 초반에 만난 덕분에 카메라 앞에서 겁 없이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었죠. 그리고 제가 이런 일을 하게 될 줄은 모르셨겠지만, 어릴 때 눈만 뜨면 엄마 아빠가 구연동화 테이프를 틀어주셨거든요. 책과 함께 들었던 그 구연동화 소리들 덕분에 무언가를 표현하고 대사를 내뱉는 걸 무척 편안하게 접했던 것 같아요.

〈오디세이〉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 등 쟁쟁한 할리우드 대작들과의 흥행 경쟁을 앞두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솔직히 엄청난 고래 싸움 속에서 개봉하게 되었어요.(웃음) 정말 의심의 여지 없는 ‘고래’잖아요. 저도 정말 보고 싶거든요. 하지만 좋은 영화는 결국 관객분들의 진심 어린 입소문을 통해 힘을 얻는다고 믿어요.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그랬던 것처럼 제2의 기적이 일어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웃음) 기대가 되지만, 또 너무 복잡해요. 개봉을 기다리는 배우들은 무엇이, 어떻게 우리에게 힘을 몰아줄 수 있을지 장담을 못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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