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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46년의 시간이 숙성한 '인턴' 최민식의 뭉클한 주름①

〈인턴〉 포스터
〈인턴〉 포스터

주름진 얼굴은 때로는 말보다 많은 것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오래 살아본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여유와 깊이가 그 주름 사이에 있기 때문이다. 연기 인생 46년, 최민식이 켜켜이 쌓아온 주름은 〈인턴〉에서 가장 큰 무기가 된다. 〈인턴〉에서 김기호(최민식)가 가만히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있을 때면 더욱 그렇다. 대단한 표정이나 다이내믹한 드라마가 없어도 얼굴에 새겨진 시간이 먼저 말을 건네기에, 존재만으로도 묵직한 위로로 다가온다.

오는 16일 개봉하는 영화 〈인턴〉은 런칭 3년 만에 패션계의 다크호스로 급부상한 ‘선우’(한소희)의 회사에 경력 37년 차 실버 인턴 ‘기호’가 입사하면서 시작되는 세대도 직급도 뛰어넘는 오피스 라이프를 그린 이야기다. 이번 영화는 동명의 할리우드 영화를 원작으로 한다.

젊은 후배들 사이에서 스스로 ‘물’이 되어 그들에게 스며들고자 했던 그의 태도는, 마치 기호의 눈가에 잡히는 주름만큼이나 사려 깊다. “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덕에 나이 먹는 것이 너무나 좋다”며 소년 같은 웃음을 터뜨리는 배우 최민식은 카메라 안팎에서 어른의 품격을 보여주는 듯했다. 지난 7일, 영화 〈인턴〉의 개봉 기념으로 서울 종로구 모처에서 최민식을 만나 그와 나눈 유쾌하고도 진지한 대화를 기록한다.


최민식 배우(사진제공=워너브러더스코리아(주))
최민식 배우(사진제공=워너브러더스코리아(주))

〈인턴〉의 언론배급시사회에서 함께 영화를 관람한 배우들이 감동을 받아 눈시울을 붉히던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배우님은 어떤 마음으로 개봉을 기다리고 계신가요.

매번 새로운 작품을 선보일 때마다 기대도 되고 설레기도 해요. 우리는 결국 이 작품으로 대중과 소통하는 사람들이니까요. 오락적인 요소는 물론이고 작품이 담고 있는 메시지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던지는 화자의 입장인데, 관객분들의 반응이 무척 궁금하죠. 그렇다고 해서 ‘이상하게 보시면 어쩌지’ 하고 긴장하거나 걱정하지는 않아요. 그동안 많은 작품을 겪어봐서 그런지, 그저 담담하게 반응을 기다리는 심정입니다.

그렇다면, 연기한 배우 입장에서, 완성된 영화를 관람한 소감은요.

늘 부족함을 느끼죠. 제 연기도 그렇고 전반적으로 ‘아, 이 대목에서 서사나 빌드업을 조금 더 단단하게 했어야 하지 않나’ 하는 아쉬움이 들기도 하고요. 생각 같아서야 모든 걸 한 바구니에 다 담고 싶지만, 영화에는 정해진 시간이 있잖아요. 한정된 시간 안에 이야기를 압축해서 담아내느라 김도영 감독이 고민이 참 많았고 애도 많이 썼습니다. 옆에서 그 수고를 보았기에, 주어진 여건 속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표현을 다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인턴〉
〈인턴〉

〈인턴〉 리메이크 영화에는 배우님이 가장 먼저 캐스팅된 이후 감독님과 한소희 배우님이 합류했다고 들었습니다. 처음 이 프로젝트의 출연을 결정하게 되신 계기가 무엇이었나요?

서사가 조금 길어요.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카지노〉 전부터 시작된 이야기인데, 코로나 때 워너브러더스코리아가 한 번 한국 사업을 접고 철수하면서 프로젝트가 무산됐었어요. 그때 제가 ‘〈인턴〉을 한국식으로 각색해서 만들면 나름대로 괜찮겠다’ 하고 뜻을 내비쳤었죠. 그러다 시간이 흘러 워너브러더스가 사업을 재개하면서 저한테 먼저 제안이 다시 들어온 겁니다. 감독도 안 정해진 상태여서 일단 이걸 맡겠다는 감독이 나타나야 진행을 하지 않겠냐 싶었는데, 김도영 감독이 정해지면서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어요. 저도 원작 팬이고, 원작은 품위 있으면서 아주 산뜻한 작품이었죠.

원작 속 로버트 드 니로가 연기한 캐릭터와 한국판 〈인턴〉의 김기호는 어떤 점이 달라야 한다고 보셨나요?

원작의 산뜻한 정서를 살리려고 노력했지만, 원작을 그대로 복사해 오듯 연기하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맡은 김기호는 죽었다 깨어나도 ‘한국 아저씨’여야 했습니다. 서양의 드 니로 형님처럼 품위 있고 멋스러운 노신사보다는, 우리 주변에 있는 정 많고 투박한 한국 아저씨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죠. 딸을 둔 아버지의 입장에서 선우 대표를 바라보며 “내가 만약 선우 대표님의 아버지였다면 이런 말을 했을 것 같다”고 다가가며 원작과 다르게 표현하려고 애썼습니다.

〈인턴〉
〈인턴〉

특히나 이번 영화의 기호는 선우의 말을 묵묵히 잘 들어주는 인물입니다. 대사를 치는 연기보다 가만히 들어주는 연기가 오히려 더 힘들었을 수도 있을 텐데요.

정말로 잘 들어야 해요. 듣는 척을 하는 게 아니라 진짜 들어야 돼요. 카메라는 거짓말을 안 하기 때문에 연기자가 듣는 척하면 화면에 다 드러나거든요. 제가 영화 〈파이란〉(2001)을 찍을 때 송해성 감독에게 부탁했던 기억이 나요. 영화는 항상 순서대로 찍을 수는 없지만, 마지막에 강재(최민식)가 방파제에서 편지를 읽는 신을 가급적 제일 뒤로 미뤄달라고 했습니다. 두세 달 동안 이강재로 직접 살아본 다음에 그 편지를 읽었을 때 제 안에서 어떤 감정이 터져 나올지 나조차도 모르겠으니 진짜로 마주하고 싶었거든요. 〈인턴〉도 마찬가지로, 영화 속에서 3개월 동안 인턴으로 지내면서 선우 대표가 어떤 괴로움과 딜레마에 빠져 있는지 기호의 눈으로 계속 바라봐왔잖아요. 유대감이 형성되지 않았다면 그저 무덤덤하게 “좋은 날 올 겁니다, 단단해지세요” 하고 말았을 텐데, 내 딸자식 같고 미국에 있는 진짜 딸 생각도 나니까 진심으로 경청하게 되고 그런 뜨거운 감정이 나온 거죠.

함께 호흡을 맞춘 한소희 배우와의 연기는 어떠셨나요?

선우 역을 두고 몇몇 배우가 거론되었지만, 누구보다 자기가 정말 하고 싶다고 절실하게 어필했던 배우가 한소희였어요. 제작진 입장에서는 이토록 절실하게 하고 싶어 하는 배우를 캐스팅하는 게 맞죠. 그 친구의 각오가 아주 대단했습니다. 또 한소희라는 사람을 보았을 때 선우라는 캐릭터와 겹치는 지점이 무척 많아 보였어요. 치열하게 연기 생활을 하면서 느꼈을 고유의 성향이나 살짝 불안정한 결들이 선우와 꼭 맞아떨어졌죠. 본인에게 꼭 맞는 옷을 입었다고 할까요. 완급 조절이나 테크니컬한 면은 완벽할 순 없어도, 선우라는 캐릭터를 진정성 있게 표현해 보려고 노력했고 결과물이 나쁘지 않았다는 것만 해도 저는 대견하죠.

〈인턴〉
〈인턴〉

오리지널 영화 〈인턴〉, 그리고 리메이크 영화 〈인턴〉이 지닌 가장 큰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세대 간의 화합, 그리고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이 되고 위로가 되어주는 관계를 그려냈다는 점입니다. 물론 현실에서는 쉽게 보기 힘든 판타지나 꿈같은 이야기일 수 있어요. 하지만 원작을 보고도 전 세계 사람들이 커다란 감동을 받았다는 건, 그만큼 우리가 살아가면서 이런 따뜻한 어른과 좋은 관계를 갈망한다는 뜻이잖아요. 우리가 삶에서 휘청거릴 때 곁에서 묵묵히 내 이야기를 들어줄 누군가를 바라는 나약한 존재이기에, 이 영화가 전하는 따뜻한 판타지가 지친 관객분들에게 작은 위로가 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참 좋은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아저씨 기호 특유의 적극적인 정(情)과 따뜻함을 담아내려고 애썼습니다.

〈인턴〉
〈인턴〉

기호는 파격적인 오피스 문화에도 유연하게 적응하고, 젠지 후배들과 잘 소통하고, 선우라는 인물 자체를 바라보며 진솔하게 교감하니까요. 그래서 기호라는 캐릭터는 현실의 인물들과는 달리, 굉장히 이상적인 인물입니다. 배우로서, 이 역할을 설득력 있게 보여주기 위해 고민을 하셨을 것 같은데요.

그게 바로 기호라는 인물이 가진 특유의 마음의 여유예요. 경제적인 풍족함이 아니라 인생을 경험해 온 사람의 여유죠. 37년 동안 청춘을 바쳤던 옛 출판사 건물터에 ‘우투투’라는 새 회사가 들어선 걸 보고, 어릴 때 살던 고향집 찾아가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니어 인턴에 지원한 거거든요. 막상 출근해 보니 상명하복도 없고 자유분방한 젊은이들 문화가 낯설었을 텐데, 여유가 있으니까 거부감을 느끼기보다 “어라, 이 당돌한 친구들이 3년 만에 100억 매출을 달성했어? 대표는 어떤 생각으로 회사를 이끌까?” 하고 찬찬히 알아보고 싶어 한 거죠. 눈에 거슬린다고 즉각 화를 내기보다 젊은이들의 문화를 알아보고자 했던 여유가 기호의 바탕이 아닐까 싶은 거예요. (만약 실제 최민식 배우가 그 상황이었다면 어떠하셨을까요?) 제가 진짜 기호였다면 바로 사표 쓰고 나왔죠!(일동 폭소)

〈인턴〉
〈인턴〉

말씀하신 것처럼, 기호의 여유는 그가 가진 교양에서부터 비롯된 듯 보여요. 출판사에서 일을 했던 사람이고, 항상 책을 가까이하고, 아침에는 드립 커피를 내리고 꽃꽂이를 즐기니까요. 이런 기호의 디테일들은 최민식 배우가 함께 만들어나갔나요.

“여기 종이 냄새가 가득했습니다”라는 기호의 대사처럼, 37년 출판사 생활을 하며 책을 가까이했던 인물이니 자연스럽게 쌓인 교양이 있었겠죠. 책을 가까이하다보니까 나름대로 그런 여유가 생기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디테일들은) 시나리오 작업할 때 함께 아이디어를 모았어요. 아침마다 아내 사진 앞에 꽃을 꽂아두는 건 제가 제안한 아이디어였어요. 먼저 떠나보낸 아내가 꽃을 좋아했다는 얘기를 나중에 기호가 하잖아요. 조금 닭살스럽지만, 그런 정서를 연결해 본 거죠. 편집되어 나오지는 않았지만 기호가 항상 집에 들어가기 전에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신도 있었는데, 고양이 배우가 어찌나 연기를 잘하는지 단 한 테이크 만에 촬영이 끝났어요. (웃음)

※〈인턴〉 최민식 배우의 인터뷰는 2부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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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46년의 시간이 숙성한 '인턴' 최민식의 뭉클한 주름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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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9. 14.

[인터뷰] 46년의 시간이 숙성한 '인턴' 최민식의 뭉클한 주름②

※〈인턴〉 최민식 배우 인터뷰는 1부로부터 이어집니다. 후반부, 흔들리는 선우에게 기호가 “정신 차려. ”라고 호통을 치는 대목이 영화의 하이라이트였는데요. 해당 장면은 어떤 마음으로 연기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우리 어른들이 자주 하시는 말씀 있잖아요. “내 딸자식 같아서 하는 이야기인데”, “내 아들내미 같아서 하는 소리인데”하고 건네는 한국 아저씨 고유의 정서죠. 원래 대본은 “제가 만약 대표님의 아버지였다면 이렇게 얘기했을 것 같네요”라는 대사를 먼저 건네고 정신 차리라는 말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촬영 전날 숙소에서 대본을 가만히 보는데, 이 중요한 신을 그렇게 밋밋하게 가져가면 관객에게 설득력이 있을까 싶더라고요. 그래서 현장에서 김도영 감독한테만, 한소희 배우 몰래 살짝 제안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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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46년의 시간이 숙성한 '인턴' 최민식의 뭉클한 주름①

주름진 얼굴은 때로는 말보다 많은 것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오래 살아본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여유와 깊이가 그 주름 사이에 있기 때문이다. 연기 인생 46년, 최민식이 켜켜이 쌓아온 주름은 〈인턴〉에서 가장 큰 무기가 된다. 〈인턴〉에서 김기호 가 가만히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있을 때면 더욱 그렇다. 대단한 표정이나 다이내믹한 드라마가 없어도 얼굴에 새겨진 시간이 먼저 말을 건네기에, 존재만으로도 묵직한 위로로 다가온다. 오는 16일 개봉하는 영화 〈인턴〉은 런칭 3년 만에 패션계의 다크호스로 급부상한 ‘선우’ 의 회사에 경력 37년 차 실버 인턴 ‘기호’가 입사하면서 시작되는 세대도 직급도 뛰어넘는 오피스 라이프를 그린 이야기다. 이번 영화는 동명의 할리우드 영화를 원작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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