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시상식 2주 앞으로… 쟁쟁한 작품과 배우 후보들은?

영화 〈서브스턴스〉 배우 데미 무어 [AP=연합뉴스]
영화 〈서브스턴스〉 배우 데미 무어 [AP=연합뉴스]

전 세계 영화 팬들의 관심이 집중된 제97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이 약 2주 앞으로 다가왔다. 올해는 지난 해 <오펜하이머> 같은 절대 강자가 없는 가운데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다음 달 2일(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 돌비 극장에서 열릴 이번 시상식은 특히 연기 부문 수상자에 대한 이목이 쏠리고 있다. 여우주연상 후보로는 데미 무어(〈서브스턴스〉), 신시아 에리보(<위키드>), 카를라 소피아 가스콘(<에밀리아 페레즈>), 미키 매디슨(<아노라>), 페르난다 토레스(<아임 스틸 히어>) 등이 이름을 올렸다.

이번 후보 중 가장 강력한 수상 후보로 평가받는 인물은 <서브스턴스>의 데미 무어다. 그는 한물간 배우 엘리자베스를 연기하며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을 수상해 오스카 가능성을 높였다. 만약 그가 트로피를 거머쥔다면, 이는 <서브스턴스>라는 독창적인 도전을 통해 생애 첫 오스카를 획득하는 극적인 순간으로 기록될 것이다.

왼쪽부터 설리나 고메즈, 카를라 소피아 가스콘, 아드리아나 파스, 조이 살다나 [TIFF 제공]
왼쪽부터 설리나 고메즈, 카를라 소피아 가스콘, 아드리아나 파스, 조이 살다나 [TIFF 제공]

그러나 다른 후보들은 작품보다 논란으로 더 주목받고 있다. 트랜스젠더 배우 최초로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카를라 소피아 가스콘은 과거 SNS에서의 인종차별 발언으로 비판을 받았다. 그는 "아프리카와 한국의 축제"라는 표현으로 2021년 윤여정의 오스카 수상을 깎아내렸다는 지적도 받으며 최근 공식 사과했으나, 배급사 넷플릭스로부터 홍보 지원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

페르난다 토레스는 17년 전 TV 코미디극에서 블랙페이스 분장을 한 사실이 드러나며 논란 중심에 섰다. 그녀는 즉각 사과했지만 할리우드 내 민감한 정서를 고려할 때 쉽게 해결되지 않을 문제로 남아 있다.

또한, 미키 매디슨은 <아노라> 촬영 당시 인티머시 코디네이터 없이 베드신을 진행하여 영화계 내 규범을 무시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이에 대해 그는 "몰입을 위해 필요했다"고 설명했지만 동료들과 업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영화 〈브루탈리스트〉 [유니버설픽쳐스 제공]
영화 〈브루탈리스트〉 [유니버설픽쳐스 제공]

남우주연상 부문에서는 〈브루탈리스트〉의 주연 에이드리언 브로디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연기로 인해 논란이 있다. 미국 출신인 브로디는 영화에서 헝가리 출신 유대인을 연기하며 헝가리어 대사를 소화했는데, 이 과정에서 발음을 자연스럽게 보정하는 AI 기술이 사용됐다. 이를 두고 일부 평론가들은 억양과 발음 또한 배우의 연기의 일부분이라며 비판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영화의 감독 브래디 코베는 "AI 기술은 배우들이 헝가리어를 말하는 장면에 한정적으로 사용됐으며, 에이드리언의 연기는 순전히 그의 실력에 기반했다"고 해명했다.

브로디는 〈컴플리트 언노운〉의 티모테 샬라메, <콘클라베> 레이프 파인스, 〈어프렌티스〉 서배스천 스탠, 그리고 <씽씽> 콜먼 도밍고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AI 논란에도 불구하고 그는 여전히 유력한 수상 후보 중 하나로 꼽힌다. 그러나 다른 후보들의 강력한 존재감으로 인해 결과를 예측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다.

영화 〈컴플리트 언노운〉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영화 〈컴플리트 언노운〉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특히 주목받는 후보는 밥 딜런을 연기한 티모테 샬라메다. 만약 그가 상을 받게 된다면 역대 최연소 남우주연상 수상자가 된다. 현재 최연소 기록은 29세에 영화 <피아니스트>로 상을 받은 브로디가 보유하고 있어 아이러니를 더한다.

서배스천 스탠 역시 주요 후보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관련된 인물 로이 콘을 연기하며 정치적 색채를 띤 작품으로 평단의 찬사를 받았다. 특히 스탠이 수상을 하게 될 경우 그의 수상 소감이 정치권에 파급 효과를 미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캠프는 이미 해당 영화를 "거짓으로 가득한 쓰레기"라고 비난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영화 〈어프렌티스〉 [누리픽쳐스 제공]
영화 〈어프렌티스〉 [누리픽쳐스 제공]

아카데미 측은 과거부터 트럼프 정부를 공개적으로 비판해 왔다. 지난해 시상식에서는 사회자 지미 키멀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아직 감옥에 가지 않았느냐"고 농담하기도 했다. 이번 시상식에서도 정치적 메시지가 이어질지 관심이 집중된다.

올해 아카데미 최다 부문 후보작은 13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된 자크 오디아르 감독의 <에밀리아 페레즈>다. 멕시코 마약상이 수사당국을 피해 성전환 수술을 감행하는 이야기를 다룬 이 영화는 작품상, 감독상, 각색상 등 주요 부문에 노미네이트되며 강력한 경쟁자로 자리 잡았다. 특히 조 샐다나가 여우조연상 후보로 이름을 올리며 연기 면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통상적으로 많은 후보를 배출한 영화가 다관왕에 오를 가능성이 크지만, 지난해 <플라워 킬링 문>이 10개 부문 후보에도 불구하고 빈손으로 돌아간 사례처럼 결과는 예측하기 어렵다. 또한 가스콘 논란 등으로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 회원들의 표심이 어떻게 움직일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영화 〈아노라〉 [유니버설픽쳐스 제]
영화 〈아노라〉 [유니버설픽쳐스 제]

한편, 제77회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화제를 모은 숀 베이커 감독의 〈아노라〉 역시 유력한 경쟁작으로 꼽힌다. 뉴욕의 스트리퍼가 러시아 갑부와 결혼 후 시부모로부터 위협당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이 작품은 크리틱스 초이스 시상식과 미국감독조합(DGA) 감독상을 포함해 여러 상을 수상하며 탄탄한 입지를 구축했다. 특히 PGA(미국 제작자조합) 최우수작품상을 받은 점은 아카데미 작품상의 유력 신호로 해석된다.

그러나 골든글로브에서는 브래디 코베 감독의 <브루탈리스트>가 <아노라>를 제치고 감독상을 차지하면서 세 편 간의 치열한 경합이 예상된다. 헝가리 출신 건축가의 디아스포라 경험을 다룬 이 영화는 최근 아카데미에서 주목받고 있는 소재라는 점에서 강점을 지니고 있다.

영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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