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오징어 게임3〉 이정재 “대다수가 좋아할 엔딩이 아니라는 건 알지만...”

배우 이정재(사진 제공=넷플릭스)
배우 이정재(사진 제공=넷플릭스)

성기훈은 당신에게 어떤 존재인가. 사채와 도박의 늪에서 어머니의 가슴을 후비는 한심한 중년, 죽음 앞에서도 타인의 아픔을 외면하지 못하는 따뜻한 영혼, 모두를 구원하려 하지만 오히려 파멸로 이끄는 비극적 인물… 이 모든 모습이 성기훈이다. 지난 6월 27일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오징어 게임3>은 성기훈의 충격적인 마지막을 담아냈다. 그 어떤 관객보다 성기훈의 마지막이 궁금했을 사람은 그를 연기한 이정재였을 것. 지난 3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이정재는 성기훈이라는 캐릭터와 가장 오랜 시간 함께한 동반자로서 <오징어 게임3>을 둘러싼 수많은 궁금증에 솔직하고 깊이 있는 답변을 들려주었다.


<오징어 게임> 시즌3 성적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어요. 넷플릭스 역대급 기록이라고 하죠. 공개 3일 만에 6010만 시청 수를 기록하면서 시즌1과 시즌2도 역주행을 하고 있는데요. 굉장히 뿌듯하실 것 같아요.

일단 큰 관심 가져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한국 콘텐츠가 넷플릭스에서 이런 기록을 세웠다는 것이 큰 의미가 아닌가 생각해요. <오징어 게임>을 통해 한국 콘텐츠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다른 것을 더 찾아봐 주시는 현상이 계속 일어나고 있으니까 이게 제일 기분이 좋은 거죠. 저희는 앞으로 계속해야 되니까요.

지금까지 글로벌 프로모션을 쭉 해오셨잖아요. (<오징어 게임>은 지난 10월부터 유럽, 남미, 미주 등에서 대규모 팬 이벤트를 개최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언제일까요?

팬분들의 반응이 가장 인상에 남아요. 오징어 게임 코스튬을 입고 행사에 오시는 모습을 보면서 ‘작품 자체를 즐기시는구나’ 싶었어요. 그리고 넷플릭스 측에서 아주 큰 규모의 행사를 매우 디테일한 부분까지 신경 써서 진행해줘서 고맙다고 생각했어요. 한국 콘텐츠를 알리는 데에 그만한 비용을 쓰는 것이 감사하죠.

이 이벤트의 마지막이 서울 광화문광장이었잖아요. (지난 6월 28일 넷플릭스와 서울특별시가 공동 주최한 ‘<오징어 게임> 퍼레이드’가 있었다. 이날 퍼레이드에는 약 3만 8000여 명의 팬들이 모였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본 적 없는 이벤트였어요. 의미가 남다르실 것 같아요.

솔직히 (이)병헌이 형이랑 이런 얘기를 많이 했어요. “이거 이래도 되는 거냐”, 마치 80년대 올림픽 선수 귀환한 것처럼….(웃음) 시민들이 불편해하시지 않을까 오히려 걱정이 되었고요. 굉장히 습한 날씨에 준비하시는 분들이 고생했을 것 같은 게 너무 보였어요. 행사를 갖는 기쁨과 즐거움보다도 염려가 많이 됐던 행사였죠.


*이하 <오징어 게임3>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과거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시즌 2와 시즌 3의 시나리오를 보고 놀랐다’고 하신 적이 있어요. 시나리오를 처음 보았을 때 어떤 점에 놀라셨는지가 궁금해요.

역시 마지막에 성기훈의 선택과 행동이죠. 저도 사실은 대본 받고 너무 궁금해서 ‘이거 끝에서부터 볼까’ 싶었어요.(웃음) 그래도 재밌는 것은 아껴서 보잖아요. 그래서 쭉 읽어봤는데 저도 예상치 못한 결말을 맞이해서 놀랐어요. 한편으로는 <오징어 게임> 시즌1을 좋아하셨던 관객분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결말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고요.

또 한편으로는 황동혁 감독이 대단한 사람이구나 싶었어요. 물론 시나리오를 잘 쓴 것도 있지만, 성공한 프로젝트를 더 길게, 더 오래 끌고 가고 싶을 수 있는데 이렇게 (성기훈의 죽음으로) 딱 잘라버리더라고요. 처음 대본을 받을 때는 시즌 2와 시즌 3로 나누는 계획이 아니었고 시즌 2의 13개 에피소드였어요. 그 13개의 대본으로 끝내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마무리한다는 것이 인상적이었어요. 용기가 대단하다고 느꼈죠.

〈오징어 게임3〉(사진 제공=넷플릭스)
〈오징어 게임3〉(사진 제공=넷플릭스)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기훈의 결말 외에 또 인상 깊은 장면이 있었나요?

준희가 출산하는 장면이요. 너무 끔찍하더라고요. (웃음) 시즌 1때 456개의 침대가 깔려있고 456명이 거기에서 자고 일어나잖아요. 게임이 진행되면서 침대와 인물들이 없어지고 마지막에는 상우와 새벽, 기훈까지 딱 3명 남고 침대가 3개밖에 없을 때 너무 휑한 거예요. 바닥에는 피가 흥건하고요. 이게 제가 시즌 1을 찍으면서 기억에 많이 남는 현장 이미지거든요. 이번에도 첫 숙소 장면을 찍으러 딱 들어갔는데 똑같더라고요. ‘이 깨끗한 바닥이 피로 물들겠구나’ 하면서 당시의 그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런데 이런 장소에서 애를 낳다니! 내가 시나리오를 읽는데 끔찍하더라고요.

말씀하신 것처럼, <오징어 게임> 시즌 3의 결말에 대해 반응이 갈리고 있는데요. 직접 연기해야 하는 배우의 입장에서 이것을 어떻게 사람들에게 설득시킬까 하는 고민도 들었을 것 같아요.

이 결말이 대다수의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엔딩이 아니라는 것은 대다수의 영화쟁이라면 알 거예요.(웃음) 이 판에 있는 사람이라면 모를 리가 없죠. 더구나 <수상한 그녀>(2014)와 <남한산성>(2017)을 만든 황동혁이 대중이 무엇에 호응을 해줄지 모르는 사람이 아닐 거예요. 하지만 이 감독은 작품의 메시지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고 어떤 반응이 나올지 예상하지만 선택하는 거죠.

성기훈의 캐릭터에 대해서도 의견이 많이 갈리는데요. 사실 성기훈이라는 인물이 매우 인간적이면서도 영웅적인 면모가 있는, 양면성을 가진 인물인데요. 기훈이라는 인물에 대해 어떻게 분석하셨나요?

‘혁명’이라고 해야 하나요? (‘반란’이라고 할까요?) ‘민중 봉기’? 제일 좋은 단어로 부탁드릴게요.(웃음) 저는 기훈이 할 수 있는 시도를 끝까지 해봤다는 것에 의미를 뒀어요. 이 세계관 안에서 할 수 있는 것을 최대한 했지만 실패했다는 거예요. 심리적으로는 자신의 실수를 상대에게 전가시키는 습성을 보였다는 것이 가슴이 아팠어요. 시즌1에서도 그러잖아요. 자고 있는 상우(박해수)에게 다가가서 죽이려고 하니까 새벽(정호연)이 말리거든요. “아저씨 그런 사람 아니잖아요” 하면서. 그런데 시즌3에서는 그런 행동을 해버리거든요. 그런 그릇된 행동을 하는 것이 안타까웠어요.

그리고 또 한 번의 유혹이 와요. 프론트맨이 칼을 주면서 ‘아이를 살리고 싶으면 저 사람들을 죽이라’고 하죠. 그때 흔들리거든요. 그럴 때 또다시 새벽의 환영이 보여요. 이미지로는 새벽이 나왔지만 기훈의 양심이, 대호(강하늘)를 죽이면서 실패했던 양심이 회복되어서 두 번째 실수를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한 계기가 된 것 같아요. 그리고 이것이 이어져서 아이를 구하게 되는 선택까지 간 거죠. 기훈의 입장에서는 굉장한 서사예요.

〈오징어 게임3〉(사진 제공=넷플릭스)
〈오징어 게임3〉(사진 제공=넷플릭스)

기훈에게도 딸이 있어요. 실제로 게임 밖에 자신의 딸이 있는데도 생판 모르는 남의 아이를 위해 희생한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반응도 있어요.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보는 분들 각자의 생각으로 이해가 되지 않을 수도 있고, 논리에 맞지 않을 수도 있다고 봐요. 제 나름대로는 이 아이를 버린다고 해서 내가 게임에서 이길 수 있는 확률이 얼마나 되나 싶은 거죠. 이 아이를 두고 내가 어떻게 해서든지 딸을 위해 살아서 나가야겠다고 한들 게임에서 과연 이길 수 있나 싶은 거죠.

한편으로는 작품의 초반부 대호를 노려보는 기훈의 모습이 화제가 되고 있어요.

저희가 처음 미국에서 시사를 했을 때 관객분들이 웃었대요. 감독님이 처음에는 좀 당황해서 ‘이거 뭐가 잘못됐나’ 싶었대요. 미국은 웃길 때는 막 웃고 그러면서 본다고 하더라고요.

이렇게 <오징어 게임> 시즌 3에 대해 반응이 갈리고 있는 현상에 대해 나의 의도가 고스란히 전달되지 않아 속상하기도 할 것 같아요.

당연히 속상하고 때로는 이러한 설명이나 변명 그 무엇이든 하고 싶죠. 그런데 저는 이 일을 오래 했잖아요. 저 어릴 때는 상업 영화냐, 예술 영화냐 이걸 또 나누기도 했어요. ‘쟤는 뭐 돈벌이 영화하는 사람이잖아’라든지 ‘나는 예술 영화 찍는 사람이야’라든지. 그런데 지금은 상업 영화와 예술 영화의 경계가 흐릿하죠.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지는 몰라도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새로운 시도를 해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요.

배우 이정재(사진 제공=넷플릭스)
배우 이정재(사진 제공=넷플릭스)

최근 5년간 배우 이정재의 커리어에서 가장 바쁜 시간이 아닐까 싶은데요. <오징어 게임>만 하신 게 아니라 2022년 <헌트>로 감독이자 각본, 제작까지 하셨고요. 할리우드로 넘어가서 디즈니 플러스 드라마 <애콜라이트>에 출연하기도 하셨어요. 이렇게 도전적인 행보를 하시는 이유는 무엇이고 이 엄청난 에너지의 원동력은 무엇일까요?

약간의 책임감이 있어요. 제가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좋은 기회로 인해 저의 영역이 넓어진 것은 사실이에요. 또 <오징어 게임>으로 많은 경험을 했잖아요. 저는 이 경험들을 많은 동료들과 나누고 싶어요. 꼭 나눠서 다음 성공은 그분들이 했으면 좋겠고 그것이 이어져서 한국 콘텐츠가 더 잘 되었으면 해요. 지금 영화 시장이 많이 위축되었잖아요. 될 때까지 한번 해보고 싶어요.

그럼 이 바쁜 와중에도 시나리오를 계속 쓰고 계시다는 건가요?

네, 얼마 전에 하나 끝내서 미국으로 보냈어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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