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가 업인 배우들에게 모든 연기마다 ‘도전’이나 ‘변신’을 붙이는 건 다소 무심한 행동일지 모르겠다. 그러나 8월 말부터 9월 초 개봉하는 영화 중 단연 배우들의 도전이 돋보이는 영화들이 대거 있다. 특히 그 작품들은 배우들의 연기 도전뿐만 아니라 관객들에게도 호평을 받고 있으니, 영화를 보러 가도 배우를 보러 가도 크게 손색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개봉일순을 기준으로 해당 영화 속 배우들의 도전을 짚어본다.
8월 20일 개봉 〈아임 스틸 히어〉
관객도 착각한 완벽한 모녀의 호흡

〈아임 스틸 히어〉는 1970년대 브라질에서 벌어진 실제 사건을 스크린으로 옮겼다. 당시 브라질은 독재 정권이 세워져 정치적 정적들을 은밀하게 제거하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아임 스틸 히어〉에서 다뤄지는 사건의 주인공 루벤스 파이바도 그렇게 사라졌다. 경찰 조사에 응했다가 남편 루벤스가 돌아오지 않자 유니스 파이바는 어떻게든 다섯 자녀와 삶을 꾸려가야만 했다. 파이바 가족 중 마르셀루 후벤스 파이바가 당시 사건을 기록했고, 당시 가장이 돼버린 아내 유니스 파이바를 페르난다 토레스가 맡아 열연을 펼쳤다.
오랜만에 장편 영화의 연출을 맡은 월터 살레스는 해당 영화에서 하나의 묘책을 내는데, 바로 페르난다 토레스와 그의 어머니이자 브라질의 국민배우 페르난다 몬테네그로를 유니스 역으로 캐스팅한 것이다. 영화의 시간대가 유니스의 노년기까지 이어지는데, 이 부분을 페르난다 몬테네그로가 맡아 연기를 했다. 두 사람이 어찌나 닮고, 어찌나 유니스 파이바를 잘 담아냈는지 페르난다 토레스는 한 관객이 "분장팀이 분장을 너무 잘했더라"라고 말하는 것을 듣었단다. 영화제 상영이었던 만큼 영화의 정보가 널리 알려지지 않아 모녀 배우가 함께 연기했다는 사실을 미처 알지 못했던 모양이다. 페르난도 몬테네그로는 월터 살레스 감독과 과거 1999년 〈중앙역〉에서 같이 작업한 바 있고, 이 영화로 미국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로도 올랐다.
9월 3일 개봉 〈투게더〉
온몸이 붙는 커플은 실제 부부

9월 3일 개봉하는 〈투게더〉는 포스터부터 호기심을 자극하는데, 화면 가득 채운 두 사람의 눈썹이 달라붙은 모습과 아랫입술이 이어진 두 사람의 모습은 한국 관객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해당 포스터는 〈투게더〉의 핵심 설정을 관통하는데, 바로 영화 속 두 사람이 마지 자석처럼 이끌리며 벌어지는 일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해당 영화에서 팀과 밀리를 맡아 열연 펼친 데이브 프랭코와 앨리슨 브리는 실제로도 부부다. 때문에 두 사람의 〈투게더〉는 개봉 이후 배우들에게도 관심이 모일 수밖에 없었는데, 프랭코와 브리는 이런 대중의 관심에서도 다정한 모습을 보여주며 달달함을 선사했다.

그래도 두 사람의 연기는 쉽지 않았을 법한데, 보통 부부가 동반으로 커플이나 부부를 맡는다면 아예 동떨어진 캐릭터라거나 혹은 아예 본인들의 현재의 감정이 반영된 것이기 마련. 그러나 〈투게더〉는 둘 다 속하지 않는 분류이기에 두 사람의 연기는 한층 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전에도 함께 영화 작업을 했던 경험이 있는 만큼(데이브 프랭코가 연출하고 앨리슨 브리가 주연을 맡는 등) 이번 작품에서도 작품에 어울리는 연기로 영화의 맥을 정확히 짚어냈다. 영화 제목 ‘투게더’에 어울리는 호흡이었다고 할까.
9월 11일 개봉 〈얼굴〉
얼굴이 나오면 NG였다는 신현빈

영화 제목답지 않게, 얼굴이 나와선 안됐다는 배우가 있다. 〈얼굴〉의 신현빈이다. 왜냐하면 이 영화에서 그가 맡은 캐릭터의 얼굴이 나와선 안됐기 때문이다. 얼굴이 안 나온다고 흑막이나 나쁜 사람은 아니다. 그가 맡은 정영희는 오히려 평범하다 못해 눈에 띄지 않아 격동의 세월을 보내게 된다. 영화의 원작을 쓰고 영화로 만든 연상호 감독은 원작 그래픽 노블에서부터 정영희의 얼굴을 일부러 드러내지 않았다. 그리하여 책을 다 읽고 덮었을 때 '얼굴'이란 여운이 남기 때문이다. 독자 각자가 생각하는 정영희의 얼굴. 그래서 실사화를 한다고 밝혔을 때 기존 독자들은 이런 부분을 어떻게 옮기려나 했는데, 방법은 진짜로 배우의 얼굴을 담지 않는 것이었다. 대신 신현빈은 얼굴 말고 다른 부분에 디테일을 더했다. 목소리라던가 손의 움직임 등으로 정영희를 표현하고자 했다. 아직 대외적으로 공개 전인 영화이기에 신현빈의 연기가 유효타를 터뜨릴지 궁금증이 더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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