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롭 라이너 감독 부부 살해한 아들, 10대 때부터 마약·노숙…영화 '찰리'의 비극

트럼프, 정적의 죽음에 "격렬한 집착이 광기 불러"…고인 모독 논란

롭 라이너 감독 부부 살해 혐의로 체포된 아들 닉 라이너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롭 라이너 감독 부부 살해 혐의로 체포된 아들 닉 라이너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차라리 나를 미워하더라도 살아있길 바란다." 영화 속 아버지의 이 간절한 대사는 현실에서 가장 끔찍한 비극으로 돌아왔다. 할리우드의 거장 롭 라이너(78) 감독 부부를 살해한 범인은 다름 아닌, 그들이 영화를 통해 치유하려 했던 아들 닉 라이너(32)였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경찰국(LAPD)은 15일(현지시간) 롭 라이너 감독과 부인 미셸 싱어 라이너(68)를 살해한 혐의로 아들 닉 라이너를 체포했다고 밝혔다.

⬦ 영화 〈찰리〉의 비극적 실화…마약·노숙으로 얼룩진 아들의 삶

미국 현지 언론들의 15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닉은 10대 때 마약에 빠져 가족에게 고통을 안겼으며, 15세 무렵부터 재활센터를 반복적으로 드나들다 센터를 거부하고 노숙 생활을 이어가기도 했다.

약물 중독에서 벗어난 이후, 닉은 자신의 중독 경험과 아버지와의 관계를 소재로 한 영화 〈찰리〉(Being Charlie)의 각본을 집필했으며, 라이너 감독이 이 작품의 연출을 맡아 2015년 개봉했다. 영화는 정치적 포부를 품은 성공한 배우와 마약에 빠진 아들 사이의 갈등을 다뤘다.

2014년 뉴욕 채플린어워드 갈라 행사에 참석한 라이너 감독 부부(왼쪽)와 자녀들. 맨 오른쪽이 닉 라이너. [Evan Agostini/Invision/AP 연합뉴스 자료사진]
2014년 뉴욕 채플린어워드 갈라 행사에 참석한 라이너 감독 부부(왼쪽)와 자녀들. 맨 오른쪽이 닉 라이너. [Evan Agostini/Invision/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작품 속에서 아버지가 아들에게 "차라리 나를 미워하더라도 살아있길 바란다"고 말하는 장면은 실제 두 사람 사이에 있었던 대화에서 영감을 얻은 것으로 전해졌다.

닉은 2016년 한 언론 인터뷰에서 성장 과정에서 아버지와 "충분한 유대감을 형성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헤로인을 중단한 계기에 대해 현실적 각성 때문이었다며 "그 생활이 지겨웠다. 나는 좋은 집안에서 자랐고, 거리나 노숙자 시설에서 지내서는 안 됐다"고 말했다. 또한 중독으로 힘들었던 시기에 부모가 권한 재활 시설 대신 노숙을 선택했다며, 거리에서 목숨을 잃을 뻔한 경험도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당시 인터뷰에서 라이너 감독은 아들의 이야기보다 재활 전문가들의 조언을 우선시했던 것을 후회한다며 "우리는 절박했고, 자격증을 가진 사람들의 말을 따랐다. 그때 아들의 말에 귀 기울였어야 했다"고 회상했다. 이들 부자는 당시 함께 영화를 제작한 경험이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는 데 크게 기여했으며, 관계를 한층 돈독하게 만들었다고 전했다.

지난 9월 '스파이널 탭 2' 시사회에 참석한 라이너 감독 부부(왼쪽)와 자녀들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 9월 '스파이널 탭 2' 시사회에 참석한 라이너 감독 부부(왼쪽)와 자녀들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라이너 감독은 2016년 인터뷰에서 아들 닉에 대해 "그와 다시 작업할 기회가 온다면 기꺼이 함께하겠지만, 그가 독자적인 길을 개척하고 싶어 하는 마음도 존중한다"며 "그는 천재적이고 재능 있으며 자신만의 길을 찾아갈 것"이라고 평가했다.

닉이 아버지와 함께 공개 행사에 나타난 가장 최근 사례는 올해 9월 영화 〈스파이널 탭 2〉 시사회에 가족과 동반 참석했을 때였다.

로스앤젤레스 경찰국은 닉을 부모 살해 혐의로 전날 체포하여 구금했다고 이날 오전 발표했으나, 범행 동기나 사건 전말 등 상세한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라이너 감독과 부인 미셸 싱어 라이너는 전날 오후 3시 30분경 로스앤젤레스 자택에서 흉기에 찔린 채 사망한 상태로 발견됐다. 두 사람의 나이는 각각 78세, 68세였다.

14일(현지시간) 롭 라이너 감독 부부가 피살된 LA 자택 앞에서 현장 조사 중인 경찰 [UPI=연합뉴스]
14일(현지시간) 롭 라이너 감독 부부가 피살된 LA 자택 앞에서 현장 조사 중인 경찰 [UPI=연합뉴스]

⬦ 트럼프, 비보에도 독설… "광기로 몰아넣어" 정치적 공격 논란

라이너 감독은 시트콤 〈올 인 더 패밀리〉로 명성을 쌓은 후 감독으로 전향하여 수많은 흥행작을 탄생시켰다. 로맨틱 코미디의 교과서로 평가받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를 비롯해 〈사랑에 눈뜰 때〉, 〈스탠 바이 미〉, 〈프린세스 브라이드〉, 〈미저리〉, 〈어 퓨 굿맨〉, 〈대통령의 연인〉, 〈버킷 리스트: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 등이 대표작이다.

그는 열렬한 민주당 지지자로서 정기적으로 모금 행사를 주최했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강력한 비판적 입장을 고수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 플랫폼에 라이너 감독 피살에 대해 "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격렬한 집착으로 사람들을 광기로 몰아넣은 것으로 알려졌다"며 라이너 감독의 사망이 그의 정치적 성향과 연관된 것처럼 암시하는 글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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