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넘버원〉 배우 최우식 인터뷰는 1부에서 이어집니다.

〈넘버원〉은 대사도 중요하지만, 먹는 장면이 굉장히 많고 중요한 영화잖아요. 콩잎절임이나 소고기뭇국 등, 부산의 향토 음식들이 등장하기도 하고요. 특별히 먹는 장면을 연기할 때 공을 들였을 것 같아요. ‘먹방 연기’를 어떻게 준비하셨나요.
현장에 푸드 팀이 있었어요. 실제로 항상 맛있는 음식들이 준비돼 있었고, 촬영할 때마다 바로 옆에서 소고기뭇국을 만드시고, 밑반찬부터 밥까지 다 만드셨어요. 그래서 딱히 더 맛있게 보이게 연기해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고, 촬영 내내 너무 즐겁게, 행복하게 맛있는 밥 먹으면서 찍었어요. 사실 제가 ‘가장 생각날 것 같은 집밥이 뭐냐’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저는 사실 그냥 어머니가 해준 스팸, 계란프라이, 김치찌개가 생각나거든요. 어떤 음식이건 어머니가 해줬기 때문에 저에게 소중한데, 〈넘버원〉에서 밥 먹는 장면도 그런 소중한 순간들을 행복하게 보이게 하는 데에 집중했던 것 같아요. 밥은 너무 맛있었어요. 콩잎 혹시 드셔보셨나요? 정말 낙엽 같아요. 젖은 낙엽, 짠 낙엽 같아요. 그래서 저는 소고기뭇국이 좀 더 맛있었어요.
영화에서 하민이가 소고기뭇국을 끓이는 장면이 나오잖아요. 실제로 소고기뭇국을 끓이실 수 있나요? 실제로 부모님에게 대접하신 적이 있나요.
네. 이제는 끓일 수 있습니다. 아직 해드리지는 못했네요. 언젠가 해드려야죠. 늦지 않게, 하민이처럼 해야 해요.

최우식 배우는 실제로 가정에서는 어떤 아들인가요.
딸 같은 아들이에요. 하민이도 엄마에게 말장난도 많이 하고, ‘은실 씨’라고 하는데, 저도 사실 엄마 아빠에게 사랑한다고 많이 해요. 잘 하려고 하는데도 많이 부족한 아들이에요. 늦둥이라 사랑도 많이 받고 자랐는데, 더 베풀어야 하는데 또 못하고 있었네요.
최우식 배우의 부모님께서는 〈넘버원〉을 보셨나요?
아직 못 보셨어요. 그런데 저희 부모님은 제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별로 안 좋아하시고, 오히려 제가 예능에 나오고, 멜로를 찍어야 더 좋아하세요. 제가 울고, 도망 다니고, 칼로 찌르고 찔리는 것들을 별로 좋아하시지 않으셔가지고. 이번에도 많이 슬퍼하실 것 같아요.
그렇다면 부모님이 가장 좋아했던 작품과, 싫어했던 작품은요.
부모님은 예능을 제일 좋아하세요. 예능은 재방송을 많이 하니까, 제가 예능을 하면 TV에서 부모님이 저를 많이 보니까요. 또 〈우주메리미〉를 정말 좋아하셨어요. 그런데 〈기생충〉은 힘들어하셨고, 〈살인자ㅇ난감〉, 〈거인〉도 힘들어하셨고요. 이번에도 조금 힘들어하시지 않을까요. 제가 나온 영화를 다 보시기는 하는데, 〈우주메리미〉나 예능처럼 제가 극적으로 밝은 모습을 보이면 더욱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안 그래도 제가 좀 불쌍하게 생겨가지고, 불쌍하게 우는 모습을 힘들어하시는 것 같아요.(웃음)

〈왕과 사는 남자〉, 〈휴민트〉 등 설 연휴 다양한 한국영화들이 개봉해요. 〈넘버원〉은 비교적 규모가 작은 영화인데요. 설 연휴에 꼭 〈넘버원〉을 봐야 하는 이유를 말씀해 주신다면요.
홍보 목적으로 말하는 게 아니라, 〈넘버원〉의 대본을 읽으면서, 또 영화를 보고 나서 제가 성장을 했다고 느끼거든요. 영화를 보고, 하민의 성장을 보고,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도 성장이라고 생각해요. 일, 사회, 연애에 집중하다 보면 부모님에 대한 소중함을 잊고 사는데, 영화를 보면서 함께 질문할 수 있으니까요. 또, 이제는 집밥을 못 먹는 분들도 계실 텐데, 그런 분들은 저희 영화를 보면서 위로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본인에게는 그렇다면 〈넘버원〉이 어떤 질문을 남겼나요.
어렸을 때는 항상 〈넘버원〉의 주제와 같은 고민을 달고 살았어요. 또래 친구들보다 저희 부모님이 나이가 많으셔서, 내가 삼십 대가 되면 부모님은 70대, 80대겠지, 하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일에 치이다 보니 그 질문들을 내가 잊고 살았던 거죠. 지금이 딱 삼십 대인데. 정말 부모님과 함께 할 수 있는 계절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내가 조금 더 신경을 써야 하겠다고 생각했어요. 또 이왕이면 사진 말고, 동영상으로 남겨놔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김태용 감독은 최우식 배우는 섬세한 감정 연기가 강점이라, 모니터보다 큰 스크린으로 봤을 때 더 울림이 큰 배우라고 말했는데요. 큰 스크린에서 본인의 모습을 볼 때는 어떤 느낌인가요.
드라마와는 달라요. 아직까지도 저는 스크린에서 제 얼굴을 타이트하게 볼 때면 객관적으로 못 보는 것 같아요. ‘내가 왜 저기를 보고 얘기했지’싶게 자꾸 딴 것이 보여가지고요. 그래서 〈넘버원〉을 처음 봤을 때도 집중을 잘하지 못했던 게, 자꾸 다른 것이 보여서였어요. 내가 좀 더 나은, 깔끔한 연기를 했어야 하는데. 하여튼, 영화는 극장에서 보는 게 제일 현명하죠. 꼭 우리 영화를 봐달라는 게 아니라,(웃음) 모든 영화를 보는 행위가 의미가 큰 액티비티니까요. 사랑하는 사람이건, 친구건, 영화를 보려고 준비를 하고 기대감을 갖고 가는 길부터, 돌아오는 길에 영화에 대해서 얘기하는 것이 의미가 큰 일이니까요. 그런 일들이 요즘에 줄어드는 것 같아 아쉬운데, 그래도 이번에 극장에서 볼 영화들이 많으니까 많이들 극장을 찾아주셨으면 좋겠어요. 〈넘버원〉을 제일 먼저 보시고요.(웃음) 제목 따라간다고, 〈넘버원〉이 넘버 원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거인〉의 영재부터 〈넘버원〉의 하민까지, 최우식 배우가 그려내는 청년의 캐릭터가 하나의 카테고리화된 것 같아요. 조금은 소심하고 찌질할 때도 있고, 마냥 현실적이기도 하고 이리저리 부딪히며 성장하는 현실의 청춘을 많이 연기하셨는데요. ‘최우식식 청년의 얼굴’이 어떻게 변주되어 가고 있다고 느끼시나요.
제가 확실히 불편하지 않은 얼굴을 갖고 있는 건 맞는 것 같아요. 장혜진 선배님도 제가 자기 아들과 닮았다고 하신 것처럼, 제가 사람들의 주변 인물과 비슷한 점이 많은 것 같아요. 제가 주인공이 성장하는 드라마나 영화를 많이 했는데, 다행히도 그래서 제가 여태까지 경험했던 것도 많이 녹여낼 수 있었고요. 〈거인〉에서 영재가 성장하려고 발버둥 치는 모습을 보고 봉준호 감독님이 〈기생충〉에서 저를 택한 것처럼, 다행스럽게도 나의 그런 모습들을 좋아해 주시는 것 같아요. 저도 캐릭터와 함께 성장할 수 있었어요.



댓글 (0)
댓글 작성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로그인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