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귀여운 동물들이 대거 나오는데, 메시지가 또렷하다. 거기에 아주 기상천외한 장면들이 이어지며 웃음까지 유발한다.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신작 〈호퍼스〉는 기존의 픽사 작품과 비슷한 듯 또 다른다. 감성을 자극하는 순간들은 ‘역시 픽사‘ 싶고, 기발한 전개나 번뜩이는 아이디어의 코미디는 ‘이게 픽사?’ 싶은 정도로 신선하고 독창적이다. 이런 매력에 호응하듯 3월 4일 개봉한 〈호퍼스〉는 한국에서 7일간 33만 관객을, 북미에서 4일 만에 4천8백만 달러를 돌파하며 순항 중이다.
3월 10일, 〈호퍼스〉의 스토리 슈퍼바이저 존 코디 김과 라이팅 아티스트 조성연을 화상으로 만났다. 〈페르디난드〉(2017), 〈스파이 지니어스〉(2019), 〈니모나〉(2023) 등에 참여한 존 코디 김은 픽사 입사 후 곧바로 스토리 슈퍼바이저로 〈호퍼스〉에 투입돼 참신한 아이디어를 더했다. 반면 조성연 라이팅 아티스트는 〈니모를 찾아서〉(2003)를 시작으로 이번 〈호퍼스〉까지 꾸준히 픽사 작품에 참여한 근본 멤버 중 한 명으로 〈호퍼스〉의 따뜻한 분위기에 한몫했다. 이 ‘신구 조합’에 낯섬과 친숙함이 공존하는 〈호퍼스〉의 단면을 엿볼 수 있었다. 〈호퍼스〉의 제작 과정과 각종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해준 존 코디 김, 조성연과의 대화를 옮긴다.

먼저 애니메이터로 다양한 분야가 있는데, 조성연 아티스트는 그중 라이팅 애니메이터를 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조성연 학교 다닐 때 모델링, 애니메이션 모션 등 다양한 분야를 했었다. 픽사 입사 후에 저에게 라이팅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라이팅이 장면에 색을 넣고 명암을 다루는 작업인데, 해보니까 내게 너무 잘 맞았다. 원래 학교에 다닐 때 순수 미술로 목판화를 했었다. 그러다보니 그 라이팅 작업이 내게 너무 잘 맞았다. 꼭 페인팅을 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재밌다.
〈호퍼스〉 이야기는 어떻게 시작됐는지, 그리고 픽사에서 스토리를 다듬어가며 중점을 둔 부분이 있는지 궁금하다
존 코디 김 최초의 아이디어는 영화를 연출한 다니엘 총이 동물 다큐멘터리를 보고 떠올린 것이다. 그 다큐멘터리가 자연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이 동물 로봇을 만들어 야생을 관찰하는 내용이었다. 거기서 〈호퍼스〉의 아이디어가 나왔다. 그걸 토대로 톰 크루즈의 〈미션 임파서블〉 같은 액션 영화, 그리고 스파이 스릴러 이런 장르를 섞어 영화를 만들면 어떨까, 그리고 야생에서 동물들이 평소에 뭘 생각할까 이런 걸로 살을 붙여나갔다. 우리가 스토리를 준비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메이블과 비버 왕 조지의 관계였다. 항상 최우선으로 생각했다. 픽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캐릭터 중심의 스토리를 생각해내는 것이니까.
〈호퍼스〉의 라이팅 콘셉트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은? 또 〈호퍼스〉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을 뽑는다면?
조성연 〈호퍼스〉는 동물이 많이 나오는데, 이렇게 모발이 많으면 라이팅을 하기가 어렵다. 그 털에 빛을 받았을 때 귀엽게 보이기 위해서 실제 동물의 털보다는 인형의 털 질감으로 구현했고, 그렇게 귀여운 것을 중점에 두었다. 또 주인공 메이블이 일본계이다. 그래서 동양인에 맞춰서 라이팅을 했다. 내겐 이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 예를 들어 백인이라면 눈동자가 파랗고, 동양인이면 눈동자가 까만 편이라서 이런 것에 맞춰서 라이팅을 했다. 그렇게 동양인에게 맞춘 라이팅을 했다. 자연 배경이 많이 나오니 나무가 많은데, 나무가 많아도 라이팅 작업이 어렵다. 그런 부분도 사실적인 나무 묘사보다는 페인팅 툴을 써서 좀 더 다른 느낌을 주는 식이었다. 이렇게 특수한 테크닉을 발전시켜서 했다.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이라면, 비버들의 서식지 장면이다. 비버들이 춤추고 댐을 만드는 그런 장면이어서 무척 재밌게 작업했다.

메이블은 환경운동가이면서 동시에 꽤 충동적인 성격을 가졌다. 이런 캐릭터의 성장 스토리를 전하기 위해 어떤 부분에 신경을 쓰셨나.
존 코디 김 거의 4년간 메이블의 캐릭터성을 찾으면서, 자연을 보호하는 그런 모습과 추억의 장소를 보호하고 싶은 그런 모습의 균형을 맞춰나가야 했다. 처음엔 메이블이 싸우는 장면을 너무 강하게 보여줘서 관객들이 어려워했다. 처음 영화를 만들었을 때 오프닝 장면이 없었다. 어린 메이블이 학교에서 동물들을 구출시키려는 장면 말이다. 그 버전으로 관객들에게 테스트 상영하니 관객들이 메이블에게 감정이입을 하질 못하더라. 메이블의 감정선에도 관심을 두지 않았고. 왜냐하면 영화 처음부터 (제리와) 싸우는 것부터 보여주니까. 그래서 우리는 메이블이 왜 동물들과 자연을 왜 보호하고 싶어하는지 답을 주기 위해 영화 시작할 때 그런 장면을 먼저 보여주기로 했다. 그러자 관객들이 메이블이 왜 그렇게 싸우는지, 메이블에게 공감할 수 있게 됐다.
〈호퍼스〉는 자연과 인간 사회가 모두 그려진다. 자연광과 인간 사회의 인위적인 광원을 어떻게 차별화하려고 했는지 궁금하다.
조성연 자연광은 최대한 따뜻하게 했다. 낮 시간대 장면은 동물들이 숲속에서 행복하게 지내는 것이 보이도록 행복하고 따뜻한 느낌으로 그렸다. 대조적으로 그 실험실 장면은 초록색을 강조해 약간 공포 영화 비슷한 차가운 분위기를 조성했다. 〈쥬라기 공원〉 같은 그런 실험실의 느낌을 내고자 했다. 꼭 〈쥬라기 공원〉을 따라 한 건 아니고(웃음) 예를 들면 그렇다는 것이다. 그렇게 대조적인 따뜻함의 주황색과 차가운 초록색을 느끼실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상어라든가 벌레가 왕을 꿈꾸는 등 이런 부분에서 아이디어들이 굉장히 빛나게 느껴졌다. 감독님을 비롯해 여러 작가들이 서로 아이디어를 내면서 조율을 어떻게 했는가.
존 코디 김 다니엘 총 감독, 제시 앤드류스(Jesse Andrews) 각본가, 나와 일하는 스토리팀의 한나 로맨(Hannah Roman)과 마가렛 스펜서(Margaret Spencer) 네 사람이 한 방에 모여 아이디어를 그리기 시작한다. 아무 그림이나 낙서, 이런 걸 계속 그리고 공유하다가 “이건 좀 웃긴데, 어때요?”하고 같이 살펴본다. 거기서 괜찮은 것을 방 벽에 붙여놓고 다시 보면서 “이건 진짜 재밌을 것 같다” 의견이 모이면 제시가 시나리오에 적기 시작한다. 그런 샘플을 정말 많이 그려서 한 몇백 장은 될 것이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샘플 하나를 보여주며) 스토리 아티스트들이 작업한 것까지 다 합치면 몇천 장은 된다. 계속 그리면서 아이디어를 골라내는데 “이건 곤란한데” 하면서 쓰레기통으로 버린 것이 98%는 될 것이다.(웃음) 이렇게 일했기 때문에 우리 영화 스토리가 고유하고 좀 웃기면서도 이상하고… 인상적인 영화가 될 수 있었다. 상어가 나는 그런 장면도 스튜디오에서 테스트 상영을 했을 때 반응이 반반 갈렸다. 50%는 상어 장면 너무 이상하다, 50%는 이거 정말 재밌다, 이렇게 의견이 갈려서 우리 스토리팀에서도 자를지 넣을지 싸웠다.(웃음) 그렇게 조금 이상하면서 재미있는 신들을 살리게 됐다.
스토리 아티스트, 슈퍼바이저의 역할은 정확히 어떤 것을 담당하나?
존 코디 김 스토리 아티스트는 스토리를 담당하고, 또 영화 대본을 보고 스토리보드로 그리는 역할이다. 스토리보드는 그림으로 시각화한 촬영 계획표인데, 어떻게 보면 집 만들기 전에 건축 설계도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건축 설계도를 만들어서 제작 단계, 프로덕션에 들어가면 애니메이션과 라이팅 작업을 한다. 그렇게 진짜 집을 만들게 된다. 이렇게 영화를 만들기까지 한 8번의 과정을 거쳤다. 스토리를 다듬고 아이디어를 골라내고, 아이디어와 캐릭터가 맞지 않는다 싶으면 또 잘라내고. 그렇게 한 3~4년을 한 다음 이제 스토리가 어느 정도 준비되면 프로덕션으로 보낸다. 스토리보드가 만화책이라면 프로덕션이 그것을 영화로 만드는 것이다.

인간과 동물의 소통 차이에서 생기는 코믹한 연출들이 작품에 존재하는데 캐릭터의 감정과 변화를 라이트닝으로 표현한 방법은 또 무엇이 있었나.
조성연 〈호퍼스〉에서 동물끼리 얘기할 때는 눈에 흰자위가 보인다. 반면 동물과 인간이 얘기할 땐 동물은 말이 아니라 동물 소리를 내고 흰자위가 없다. 그래서 눈빛의 차이에서 표현하려고 했다. 동물 캐릭터들의 모델은 두 가지 버전을 준비했다. 그래서 장면에 맞춰서 바꿔가며 라이팅 작업을 했다.
북미 개봉 첫 주 성적이 〈엘리멘탈〉보다 좋게 나왔다. 픽사에서도 최종 흥행 성적까지 기대가 클 것 같은데 혹시 새로운 시즌제 IP로 기대해도 좋을지, 다음 이야기를 제작한다면 어떤 것을 고민 중인지 얘기해줄 수 있나?
조성연 〈호퍼스〉의 미래에 대해선 솔직히 잘 모른다. 다만 이 귀여운 동물 캐릭터들이 인형으로 많이 나온다고 들었다. 그래서 영화도 영화지만 캐릭터 상품으로 많이 인기를 얻고 사랑받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존 코디 김 〈호퍼스〉가 잘된다면 〈호퍼스 2〉 작업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웃음)
※ 〈호퍼스〉 존 조디 김 스토리 슈퍼바이저&조성연 라이팅 아티스트 인터뷰는 2부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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