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호퍼스’ 존 조디 김 스토리 슈퍼바이저&조성연 라이팅 아티스트② “픽사는 애니메이션 테크니션 선도자, 매 작품 정성 쏟고 있다”

※ 〈호퍼스〉 존 조디 김 스토리 슈퍼바이저&조성연 라이팅 아티스트 인터뷰는 1부에서 이어집니다.

〈호퍼스〉
〈호퍼스〉

메이블이 직면하는 사건과 갈등을 통해 현대 관객들에게 던지고 싶었던 자연과 인간에 대한 메시지가 있다면?

존 코디 김 인간과 동물이 같이 공존하는 것. 그것이 영화의 가장 큰 테마이고 메시지였다. 조지가 매번 말하는 것이 우리는 모두 함께 있다는 것, 인간 집, 동물 집, 그것들이 모두 하나의 큰 장소라는 것이 조지의 ‘호수법’(The Pond Law)이다. 남의 집도 자신의 집처럼. 물론 모두 (그런 마음이) 일치하지 않을 때도 많다. 메이블하고 제리가 항상 싸우는 것처럼. 그러나 그 둘도 더 큰 문제가 나타나면 그것을 해결하고자 서로의 차이점을 제쳐두고 어떻게 해야 더 큰 문제를 같이 해결할 수 있을지 알게 된다. 그것이 영화의 큰 메시지였다.

메이블이 차 안에서 스마트폰으로 음성 변환해서 대화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이 장면은 어떻게 아이디어를 모아 만들어졌나?

존 코디 김 내가 그 장면에서 정말 많은 아이디어를 짜냈다. 그 장면의 스토리보드도 했다. 아까 말했던 것처럼 방에 감독, 작가, 스토리 아티스트들이 모여 이 장면을 어떻게 만들지, 메이블과 제리 시장이 어떻게 얘기를 나눌지 고심했다. 단순히 쫓겨 다니는 장면이 아니라 인질극 같은 느낌이면서 어떻게 코미디를 넣을 수 있을까. 영화에서 이어폰 없이는 인간과 동물이 대화하지 못하니까 어떻게 대화를 나눌지가 관건이었다. 처음엔 폰으로 텍스트를 쳐서 보여주는 것으로 했다. 그런데 그걸 그림으로 그려보니 쓰고 보여주고 쓰고 보여주고 하는 것이 어색했다. 우리끼리 고심하다가 ‘말로 해주는 게 있지 않나?’ 떠올리면서 다른 아이디어들까지 함께 떠올렸다. 이렇게 하면 계속 사용할 수 있겠는데 싶었다. 그래서 그런 TTS를 사용하는 것이 그 장면에만 있었는데, 스토리보드를 그리고 다른 스태프들에게도 보여주니까 ‘이런 장면은 우리 영화에만 있는 것 같다, 스페셜한 장면이다’ 이런 반응이 많았다. 그래서 이걸 마지막 장면에서도 활용하게 됐다.

〈호퍼스〉
〈호퍼스〉

휴머니즘 그 자체에 특히 신경을 많이 썼다는 반응이 많다. 이런 휴머니즘을 만들기 위해 어떤 방향으로 신경 썼나?

존 코디 김 그 밸런스를 찾는 것이 중요했다. 메이블하고 제리가 다투는 장면, 또는 동물들이 악당처럼 안 나오고 동물 인간 모두 마냥 나쁘거나 착하지 않도록 그리는지 중요했다. 그래서 우리가 처음 시작할 때 〈모노노케 히메〉,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 등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과 다카하타 이사오 감독, 스튜디오 지브리의 영화를 많이 봤다. 완전히 악당으로 그려지지 않는 부분들을 찾기 위해서. 제리 시장도 맨 처음엔 아주 나쁜 사람처럼 나오지만 나중에 그냥 자기 일을 하는 사람으로 그려진다. 시장으로서 이 도시 사람들의 교통 시간을 줄여주려는 것이고, 또 일상에서도 자기 어머니를 살뜰히 보살피지 않나. 그런 장면을 보여줘서 관객들이 ‘제리가 완전히 나쁜 사람은 아니고 좋은 부분이 있구나’ 느끼게 했다. 메이블 역시 시장과 다투는 장면에서 너무 세게 보이면 조금 그 강도를 낮추는 식이었다.

조성연 라이팅 측면에서 말하자면 제리를 악당처럼 표현할 수도 있었지만 말씀하신 대로 어머니를 잘 보살피는, 자기 일에 충실한 사람이다. 그래서 좀 드라이하게 표현할 수 있는데 엄마를 위해서 이렇게 핫케이크를 맛있게 굽는다든가 그런 장면을 굉장히 따뜻하고 사랑스럽게 표현하려고 했다. 아침에 성공의 상징인 힘찬 말 그림이 있는 곳에서 일어나는 장면 등으로 자기 임무에 충실하는 시장의 모습을 그려서 ‘이 사람도 악당이나 냉철한 정치가가 아니다’ 이런 거를 밸런스 있게 표현하려고 했다. 제리는 그냥 동물 서식지에 대해서 잘 몰랐던 사람이다. 하지만 메이블 입장에선 그 장소가 (동물 말고도) 할머니와의 추억이 담긴 소중한 장소다. 그래서 그런 개인적인 것들을 보여주면서 우리가 그 사람을 이해할 수 있도록, 관객이 그가 맡은 역할을 이해할 수 있도록 이렇게 표현하려고 했다.

〈호퍼스〉
〈호퍼스〉

다니엘 총 감독도 시나리오 쪽에서 활동하다가 이번 작품으로 연출자가 됐다. 두 분도 감독의 꿈을 품고 있으신지, 그리고 만일 자신의 작품을 만든다면 어떤 작품을 하고 싶은지.

조성연 학교 다닐 때 애니메이션을 전공해서 애니메이션을 하나 만든 게 있다. 〈할머니〉라는 작품인데, 내 할머니와 우리나라 역사에 대한 작품이다. 영화제에서도 상영하고 그랬다. 그래서 앞으로 작품을 한다면 나도 한국적인 것을 하게 될 것 같다. 이렇게 해외에 나와서 살다 보면 한국이 그리워지고 한국적인 걸 하고 싶은 욕망이 커진다. 한국에서 살 때는 남의 것이 더 좋아보여서(웃음) 프랑스 영화나 디즈니 스타일 애니메이션이 너무 좋았다. 미국에 나와서 사니까 한국의 전통적인 것에 관심이 많이 간다. 그래서 그런 소재로 작품을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한다.

존 코디 김 나 역시 어렸을 때부터 감독을 하고 싶어 했다. 이야기를 들려주는 걸 무척 좋아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만화책을 많이 보고 레고로 영화 같은 것을 많이 만들기도 했다. 학교에서도 혼 좀 나고.(웃음) 그러다 고등학교에 다니면서 영화를 많이 찍었고, 거기서 칼아츠(CalArts)를 가서 애니메이션을 하게 됐다. 2013년인가 14년인가에 웰시 코기가 나오는 좀비 애니메이션(〈Steadfast Stanley〉)을 만들기도 했다. 픽사에 입사해서 처음 투입된 프로젝트가 〈호퍼스〉다. 5년 동안 〈호퍼스〉를 만들면서 동물에 관한 영화들이 내게 잘 맞는 것 같았다. 미래에 감독을 하게 된다면 이런 영화를 할 것 같다. 물론 감독은 재밌지만 그만큼 스트레스도 많다. 다니엘 총 감독이 이번 작품을 하면서 머리 색깔이 많이 바뀌었다.(웃음) 6년이나 걸렸지만 그래도 재밌었으니까 이 영화를 만들 수 있었다.

다양한 영역에서 AI 사용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픽사에선 AI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그리고 AI의 발전에도 인간이 할 수 있는 건 무엇일지?

조성연 AI가 빠르게 발전하고 있어서 걱정도, 두려움도 많은 것 같다. 픽사는 애니메이션 테크니션 선도자이기에 아직 AI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 픽사 전체의 입장은 모르지만, 나 개인의 입장에서 말하자면 픽사는 정말 매 작품 정성을 굉장히 많이 쏟는다. 예를 들어 실사를 찍고 애니메이션화하는 로토스코프 기법이나 실제 연기를 데이터로 만들어 적용하는 모션캡쳐 등을 픽사에선 하지 않는다. 우리는 장인 정신이 있어서 하나하나 애니메이션하는 걸 중요시한다. 쉐이딩이나 텍스처 역시 사진을 찍어서 할 수 있지만 그런 것도 손으로 다 그리는 것을 강점으로 생각한다. AI가 영향을 주긴 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큰 영향을 받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만약 사용하게 된다면 도움받는 정도일 것이다. 인간이 하기에 너무 반복적인 작업처럼 시간을 단축시켜주는 그런 부분에서 받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럼에도 우리는 빨리하려는 것보다 어떻게 하면 우리 모두가 이 작품에 정성을 쏟아부을까를 중점적으로 생각하니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존 코디 김 방금 답변을 잘해주셔서 더 말할 게 없다.(웃음) 일단 〈호퍼스〉는 AI를 쓰지 않았다. 계속 이렇게 갔으면 좋겠다. 미래에 AI를 쓴다고 하면 도와주는 도구로써 도움받게 될 것이다. 그러나 스토리나 아이디어, 혹은 전체적인 색감을 고르는 등 상상력이 필요한 건 우리 아티스트들이 시간과 정성을 들여서 만들고 싶은 걸 만들 것이다. AI가 생산하는 그런 건 우리 픽사에서는 그런 쪽으로 가지 않을 것이다.

〈호퍼스〉
〈호퍼스〉

〈호퍼스〉를 꼭 극장에서 봐야하는 이유로 마지막 인사를 부탁한다.

조성연 동물들이 엄청 많이 나오다 보니까 군중신이 많다. 그래서 큰 극장에서 보셔야 동물들의 춤과 신나는 모습을 재밌게 볼 수 있다. 친구가 시사회로 관객들과 같이 봤는데, 관객들과 함께 박장대소하면서 봤다고 했다. 큰 근장에서 같이 즐기시면 좋겠다. 브러시 스트로크 하나하나 다 조절하면서 장면을 만들었다. 그런 웅장함을 느끼실 수 있을 것이다.

존 코디 김 극장에서 같이 보면 다양한 리액션을 느끼실 수 있다. 놀라거나 웃거나, 그런 건 극장에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봐야 더 재밌는 에너지를 느낄 수 있다. 스토리가 생각하지 못한 방향으로 가기도 하고, 어떤 부분은 코미디인데 갑자기 공포처럼 가다가 다시 더 엉뚱한 스토리로 흘러가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나오는 동물들이 진짜 무지무지 귀엽다. 마지막에 감동과 따뜻함까지 다 버무려서 만들었다. 그러니 극장에서 보시면 재밌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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